• 건강검진 후 도래한 근심…고혈압·간질환 있어도 가입 가능한 ‘유병자보험’

    입력 : 2017.01.20 14:23:05

  • # 직장인 김기춘(46세·가명) 씨는 5년 전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증상이 개선되어 월 1회 통원 및 약 복용을 하며 건강에 큰 지장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직장 동료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그 사실에 충격을 받고 만일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암, 중대질병 및 사망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니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가입이 거절됐다.



    # 평소 자신의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서경욱(55세·자영업자·가명) 씨는 최근 건강검진결과표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간경화와 당뇨 위험 소견을 받아든 것이다. 서 씨는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설계사를 통해 간편심사 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얼마 후 친구 이현수(55세·가명) 씨가 비슷한 보험상품을 약 30~40% 더 저렴하게 가입한 것을 알고 황당했다. 상품내용을 확인해보니 일반적인 심사절차를 거쳐 가입하는 상품이었다. 간편하다는 것만 생각하고 가입 시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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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가지 유형 유병자보험 장단점 비교해야

    건강검진을 마친 후 긴장된 마음으로 결과표를 받아드는 비즈니스맨들이 상당히 많은 계절이다.

    평소 과로와 야근을 원망하고 흡연과 음주, 생활습관을 반성하며 불편한 심정으로 받아든 소견서에는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 또는 위험신호가 적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근심과 걱정은 보험에 들어놓지 않았던 지난날에 대한 회한으로 이어진다. 질환이 발견된 후에는 막연히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통상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려면 당뇨병, 고혈압 등 여러 가지 질병의 유무를 미리 보험회사에 알리고 심사를 받은 후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앓고 있거나 수술, 입원 등 진료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보험회사들이 유병자의 보험가입을 거절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금감원에 의하면 지난 2016년 10월 현재 32개 보험회사에서 52개의 유병자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질병이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건강한 사람에 비해 보통 20~30%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먼저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보장범위가 암이나 사망보장 등으로 제한돼 가입 수요가 낮았다. 국내 보험사들의 경우 질병발생빈도, 손해율 관리 및 관련 통계 부족 등의 이유로 출시를 꺼려왔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이 유병자보험 활성화 방안을 발표, 건강한 사람들보다 보험료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보험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시판된 유병자보험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신의 병력과 가입요건, 보험료 등을 잘 비교한 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유병자 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의 같은 상품들과 비교할 때 보험료는 몇 천원 차이인데 보상범위가 상당히 늘어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전에 가입이 되지 않던 분야에 대해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면서 고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차 줄어든 간편 심사보험

    첫 번째로 간편심사보험은 최근 2년 이내(암은 5년) 입원·수술 이력이 없는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유형이다. 흔히 ‘△△ 간편가입 건강보험’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이 그것이다.

    과거와 달리 가입요건에 계약 전 알릴 의무가 대폭 축소(18개 항목→6개 항목)되고, 입원·수술의 고지기간도 단축(5년 이내 → 2년 이내)돼 간편해졌다. 또한 통원·투약에 대한 사항을 계약 전 알릴 의무도 없다. 따라서 간편심사보험은 약을 복용중인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보유자뿐만 아니라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으로 오래 전에 수술·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장점으로는 질병 종류에 관계없이 입원비와 수술비를 보장받을 수 있어 다양한 질병을 가진 유병자들이 실질적인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다. 수술비 1회당 30만원, 입원비 1일당 3만원 보장 등이 가능하고 각 보험사에 따라 암, 뇌출혈 등 중대질병에 대한 진단금을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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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맨의 주적

    ‘고혈압·당뇨병’ 특화 보험

    두 번째로 건강검진 후 대한민국 비즈니스맨이 흔하게 언급되는 대표적인 질환인 고혈압·당뇨병 치료병력에 대해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면제하는 보험상품도 있다. 흔히 ‘OO 실버암보험’ 또는 ‘□□ 3대 질병 보장보험(고혈압&당뇨병자 플랜)’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는 상품이다. 고혈압·당뇨병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면제하여 고혈압·당뇨병 유병자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고혈압, 당뇨병 이외 심사항목은 동일)

    다만 상품에 따라서는 보험회사가 정한 ‘고혈압 및 당뇨병 유병자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도 있다. 보장내용으로는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등 특정 질병으로 진단되거나 사망한 경우 보장받을 수 있다.



    ▶제한 없는 대신 보험료 高

    ‘무심사보험’

    세 번째로는 질병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사망보장 ‘무심사보험’으로 불리는 상품이다. 이러한 보험으로 흔히 ‘◈◈ 실버보험’, ‘◎◎ 바로 가입 정기보험’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다.

    상품명에 ‘무(無)심사’, ‘무사통과’, ‘바로가입’ 등을 표기하고 있다. 계약 전 모든 질병 및 치료내역에 대해 알릴 의무와 건강검진 절차가 생략되고 보험회사는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없어 질병이 있는 유병자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질환을 전반적으로 보장하는 대신 보험료는 높은 수준이다. 일반 심사 보험 대비 보험료가 평균 5배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또 보험기간 중 사망하는 경우에만 보장받을 수 있으며, 사망보험금을 통상 1000만~3000만원으로 정하고 있어서 다른 상품의 사망보험금에 비해 적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불리

    질병 완치 후에는 계약변경 가능

    유병자보험은 가입요건이 완화된 반면에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범위가 좁아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불필요하게 높은 보험료만 부담하는 등 불리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 보험 가입 전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고 유병자보험과 일반보험의 보장내용 및 보험료를 반드시 비교해보고 가입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유병자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의 경우 계약 체결 후에 더 이상 고혈압 또는 당뇨병 유병자가 아님을 증명하면 보험료가 저렴한 일반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다.

    계약 변경 시점에 가입자의 건강상태(고혈압 또는 당뇨병 外)에 따라 계약 변경이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계약 변경제도를 활용하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한편 유병자보험 역시 계약 전 알릴 의무가 있다. 다만 유병자의 보험 가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일반 보험에 비해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일부 완화하고 있는 것.(단 무심사보험의 경우 질병 및 치료내역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가 없음)

    따라서 유병자보험이라도 완화된 사항 외에 계약 전에 반드시 알려야 할 사항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 가입이 거절될 수 있고 가입되더라도 보장이 제한되거나 해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유병자보험은 5~10년마다 계약을 갱신하여야 하는 갱신형으로 판매되고 있다. 갱신형 보험의 경우 향후 연령 증가 등에 따라 갱신 시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따라서 유병자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 수준 및 납입능력, 계약유지 가능성, 갱신주기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가입하여야 하며, 가입시 상품설명서 등을 통해 예상 갱신보험료 수준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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