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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 글로벌 주식·채권 분산투자 연금펀드…은퇴시점에 맞춰 투자하는 한국형 TDF 관심
입력 : 2017.01.20 1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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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조원 이상 몰렸던 연금저축펀드가 수익률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퇴직자의 은퇴시점에 맞춰 자산을 굴려주는 연금펀드의 일종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노후대비 재테크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한투운용 등 주요 대형자산운용회사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형 TDF’를 내놓고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TDF 시장은 지난 2015년 말 기준 1조2400억달러(약 1460조원)에 달할 정도여서 국내 TDF 시장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퇴 가까워 오면 안전자산투자
TDF는 연령대별로 은퇴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을 해 투자하고 은퇴 이후에는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형 상품으로 은퇴준비펀드라고도 한다. 본인의 판단으로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기존 연금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정하면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스스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운용해주는 연금펀드다.
20·30대에는 주식 등 리스크가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격적인 상품 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한 자산 위주로 조정하는 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핵심 상품 중 하나로 TDF를 선정하고 법인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74%가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퇴직연금에 가입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노후를 대비해 미리 가입해야 할 대표적인 연금펀드가 TDF”라고 설명했다. 그는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알아서 자동으로 리밸런싱해주는 자산배분형상품”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TDF가 1990년대 중반에 도입된 후 2006년 노동자 동의 없이도 기업이 퇴직연금에 자동 가입하게 되는 연금자동가입제도 도입에 따라 시장규모가 급성장했다.
▶자산운용사들 한국형 TDF 속속 판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캐피털그룹’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한국형 TDF를 선보였다. 캐피털그룹은 미국 TDF 시장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 자산운용사다. 삼성 한국형 TDF는 판매 7개월 만에 수탁액 600억원을 돌파했다. TDF는 보통 10년 이상 투자 기간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투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게 삼성자산운용 측의 설명이다. 삼성의 한국형 TDF가 재간접 투자하는 캐피털그룹의 6개 TDF는 3년 및 5년 연평균수익률이 8~1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TDF는 캐피털그룹이 운용하는 11개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 투자되는데, 미국·유럽·아시아와 이머징 마켓의 주식과 채권이 망라되어 있어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한국형 TDF의 지급 방식을 진화시키기 위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투자자의 은퇴 이후 생활수준과 기대수명에 맞춰 매월 지급하는 금액을 조정해주는 상품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TDF 전문 자산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와 함께 개발한 한국형 TDF 상품을 판매한다. 이 상품은 한국인의 생애주기, 임금, 경제 상황 등에 맞춰 자산을 배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티로프라이스는 약 145조원의 TDF를 운용 중인 미국 TDF 시장 점유율 3위의 운용사다. 펀드에 들어온 자금을 티로프라이스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투자 방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형 TDF를 출시하기 위해 2014년 장기투자 상품 전문 운용팀인 투자솔루션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2015년 10월에는 퇴직연금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은퇴 시기를 7~8개로 나눠 펀드 라인업을 7~8개 정도로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금저축펀드 수익률 저조
연금저축펀드는 절세혜택을 기대한 직장인들이 대거 가입하며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지만 수익률은 기대 이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3일 현재 공모형 연금저축 규모는 8조8455억원으로 연초 이후 1조1044억원 증가했다. 연금저축상품별 증가율은 연금저축통합 공시를 기준으로 볼 때 1년 전 대비 펀드가 16%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고 신탁이 5.4%, 보험이 5.1%로 펀드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전체 연금저축펀드의 연 수익률은 0.8%로 나타나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은 2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식형연금펀드의 수익률이 더 낮아 마이너스 수익률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만기 1~2년짜리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낮아 연금저축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정도였다.
금융전문가들은 “연금 상품은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 만큼 시장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적은 안정적인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며 “배당수익과 채권이자로 정기적 수입을 올리는 인컴펀드나 자산배분 펀드가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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