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취득자금 출처조사의 모든 것…“무턱대고 자녀 집 사줬다간 세금폭탄”

    입력 : 2016.12.16 15:01:16

  •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는 결혼을 앞둔 자녀 명의로 아파트 한 채를 사줬다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자녀의 소득 수준으로 사기 어려운 비싼 아파트를 샀기 때문이다. A씨의 자녀는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은행 융자를 받은 내역도 없었다. 또한 국세청 조사 결과 A씨 자녀가 아파트를 매입한 시기에 A씨의 자산이 아파트 매매가격 비슷하게 줄어든 것이 드러났다. 결국 A씨는 아파트 가격만큼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돼 약 30%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자산가들이 최근 재산 증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힘들게 모은 자산을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물려주고 싶은데 증여세 또는 상속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 뒤 집 안 금고에 한동안 놔뒀다가 몰래 자녀에게 직접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국세청의 눈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거의 모든 자산 변동 정보가 국세청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취득자금을 빌려주는 직계존비속 간의 금전거래는 사적 차용증, 계약서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래사실의 진실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증여세를 물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 아파트단지
    서울 마포 아파트단지
    ▶점점 더 강화되는 자금출처조사 전세자금도 증여세 과세돼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B씨는 3년 전 분가한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대줬다. 주변에서 자녀에게 집을 사줬다가 세무조사를 받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집을 사줄 수도 있었지만 일부로 전세를 얻어서 살게 했다. 전세대금을 대준 뒤 혹시 세무조사가 나오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국세청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음이 놓인 B씨는 2년 전 다른 자녀에게도 전세자금을 대줬다. 하지만 최근 B씨는 날벼락을 맞았다. 두 자녀에게 대준 전세대금 모두에 대해 증여세를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워낙 전세가격이 오른 상황이어서 두 자녀가 전세자금을 낼 능력이 부족했고, B씨 자녀가 증여 외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사실도 입증하지 못했다. 증여 받는 자가 증여세를 부담하는 게 원칙이지만 두 자녀가 취직한 지 얼마 안 돼 결국 B씨가 증여세 부담까지 지게 됐다.

    부동산 취득자금 출처조사는 미성년자가 부동산을 사거나 성년자라도 직업 또는 연령 등에 맞지 않게 고가의 부동산을 살 경우 국세청이 그 취득자금의 출처에 대해 확인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취득자의 당해 연도와 직전 5년간의 소득 상황과 자산의 양도 및 취득 상황 등에 대한 전산자료를 토대로 부동산 취득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을 추려낸다. 사전 검토 절차를 거친 뒤 증여 혐의가 있는 자를 조사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한다. 조사대상자가 자금출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타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입증하지 못한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국세청 자금출처조사가 나오지 않더라도 2~3년 뒤 그동안 증여가 의심되는 일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조사가 들어올 수 있다”며 “국세청 눈을 속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여 직후 세무 조사 없을 수도… 5년마다 합산해 부과

    2006년 이전만 하더라도 자금출처조사는 부동산에 국한됐다. 하지만 2007년 자금출처조사 대상에 보험이 추가됐고, 2010년에는 예금·적금과 주식도 조사 대상이 됐다. 2011년에는 역외탈세 조사가 강화되면서 국세청이 국외재산에 대해서도 자금출처조사에 나서고 있다. 해외로 송금된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는 한편, 해외계좌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2013년 이후에는 전세자금과 주택임대자금에 대해서도 어디서 이 같은 자금을 마련했는지 모니터링 하는 중이다.

    자녀에게 차를 사주는 것도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자녀에게 사준 것이 자동차 한 건뿐이라면 적발될 가능성보다는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단 최근 5년 동안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추정되는 재산을 모두 합해 수억원이 넘으면 국세청으로부터 자금출처 소명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들여다보고 있는 자산에는 제도권 내 모든 재산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업을 새로 시작할 때 들어가는 고액의 보증금, 권리금, 인테리어 금액 등에 대해서도 자금출처를 입증해야 한다. 창업할 때에는 자금이 많이 들어가게 되므로 나중에 이에 대한 자금출처조사가 들어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얘기다. 정부에서는 창업을 장려하는 취지로 창업자금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증여세를 안내도 되도록 ‘창업자금 증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절세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도 자금출처조사가 이뤄진다. 국세청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금융회사 등 채권자에게 채무변제 여부를 조회하며, 조회 결과 부채를 갚은 사실이 확인되면 부채를 갚은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소명하라는 안내문을 발송한다. 안내문을 받으면 상환자금의 출처를 입증해야 하며, 소명을 하지 못하거나 타인이 대신 갚은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세가 과세된다. 따라서 자녀 명의의 통장에서 부채를 상환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등 상환자금 출처 조사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미리 입증서류를 챙겨둬야 한다. 제도권 밖에 있는 사채 등으로 상환한 경우에는 차용증이나 소비대차계약서가 필요하다.

    증여재산가액이 확정되면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을 공제하고 증여세가 추징된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일 때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분은 50%다.



    ▶40대 세대주가 4억 미만 아파트 매입한 경우는 조사 안 받아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이 세대주라면 나이가 30세 이상일 때 주택가액 2억원, 40세 이상일 때 주택가액이 4억원에 미달하면 자금출처조사를 하지 않는다. 세대주가 아니라면 30세 이상일 때 주택가액 1억원, 40세 이상이라면 주택가액 2억원에 미달하는 경우 자금출처 조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30세 미만이라면 주택가액이 5000만원만 넘어도 자금출처조사 대상이 된다. 정당한 자금출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금은 급여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국세청에 신고 또는 과세된 소득과 상속·증여받은 재산가액이다. 기존 재산을 처분한 대가로 받은 금전으로 다른 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도 정당한 자금출처로 인정받는다.

    급여소득의 경우에는 전체 받은 금액에서 납부한 세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자금출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업소득의 경우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비용을 차감한 세법상의 소득금액에서 세금납부액을 차감한 금액이 자금출처가 될 수 있다.

    대출을 통해 부동산 취득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그 대출금에 대한 이자지급 및 원금의 변제상황과 담보제공 사실 등으로 채무자가 곧 해당 부동산 취득자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금전을 차입한 경우에도 자금출처로 인정받지만, 무상 담보를 통해 금전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세법상 적정이자 해당분(연간 4.6%)을 증여받은 금액으로 본다.

    국세청으로부터 부동산 취득자금을 소명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영수증, 은행 융자에 대한 부채증명서 등을 제시하면 된다.



    ▶전세 낀 집 사주면 순투자금액 기준이어서 증여세 부담 크지 않아

    세법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부자들이 애용하는 증여 방법은 자녀에게 전세 세입자가 들어가 있는 집을 사주는 것이다. 이 같은 부동산 매수를 업계에서는 ‘갭 투자’라고 부른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사이의 차액(갭)만 투자해도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의 80%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세 낀 집을 구입하는 데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들어와 있는 집의 경우 매수자에게는 전세금이 일종의 채무라고 볼 수 있다”며 “일정 채무가 연계된 증여를 부담부 증여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채무를 제외한 자산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전세가 들어가 있는 집의 구매 자금은 자녀의 경제적 능력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이 자금출처를 소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세입자가 나가게 되면 전세자금을 돌려줘야 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당장 나가는 경우만 아니라면 자녀가 천천히 이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입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갭 투자는 부동산 매매가격이 향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활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입주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향후 전세가격이 내려갈 수 있고 매매가격 전망 또한 좋지 않다”며 “이러한 지역에서 갭 투자를 하면 손실을 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2억원 이하 부동산 취득자금 증여로 추정 안 해

    국세청이 깐깐하게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맞지만 약간의 예외도 있다. 자금출처를 입증하지 못한 주택가액에 대해서는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과세하지만, 입증 못한 금액이 기준금액 미만인 경우에는 증여로 추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준금액이란 취득가액의 20%와 2억원 중 작은 금액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세무사들은 “강남 부자들의 경우 세무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당장 티가 나는 부동산 매입이나 자동차 선물 대신 생활비를 대주는 식으로 조금씩 증여한다”고 귀띔했다. 자녀가 직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을 모두 저축하게 해 향후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살 수 있게끔 간접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이다. 한 세무사는 “물론 자녀가 나중에 자동차나 부동산을 매입했을 때 세무당국이 과연 그만큼의 자금을 아무런 소비 없이 저축만으로 모으는 게 가능했는지 의심을 품을 수 있지만 2억원 이하의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용환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5호 (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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