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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마크호텔 펀드 1시간 만에 ‘완판’… 부동산 펀드 인기…500만원으로 오피스·호텔 투자 해볼까
입력 : 2016.09.22 13: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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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펀드는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티마크그랜드호텔을 매입한 뒤 하나투어 자회사인 마크호텔에 20년간 임대해 임대료를 분기마다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투자 기간은 5년이며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를 겨냥한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오피스빌딩이나 호텔 등에 투자해온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저금리에 목마른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1호가 ‘완판’을 기록하면서 자산운용업계도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부동산·인프라 등 실물자산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는 보다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G스퀘어·퍼시픽타워 투자펀드 나올까
부동산 투자 회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은 최근 경기 서남부 랜드마크 ‘G스퀘어’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문을 연 G스퀘어는 GS리테일이 경기도 안양시 평촌 신도시 내 보유 용지에 설립한 대규모 복합쇼핑센터(오피스·쇼핑몰 등)로 롯데백화점 평촌점이 입점해 있어 잘 알려져 있다. 전체 연면적은 23만6688㎡에 달하며 매각가는 7000억원대 중후반이다. 지하철 4호선 범계역과 맞닿아 있어 지리적 요건이 우수하고, 롯데쇼핑이 15년간 장기 임차하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G스퀘어는 GS리테일과 코람코자산신탁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매각을 추진 중이며, 매각 측은 지난 7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을 공동으로 선정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개인투자자로 꾸려진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기관 자금을 더해 인수대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면서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퍼시픽타워(옛 올리브타워)’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퍼시픽타워는 도이치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이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이지스자산운용은 업계 최초로 ‘개인투자팀’을 신설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을 잘 아는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 출신의 인력을 영입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소액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만들 예정”이라며 “국내외 유망한 부동산을 대상으로 자산을 선정할 계획이며 펀드 설립 후 상장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운용도 이르면 올해 말께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준비 중”이라며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부동산 재간접 공모펀드 도입 방안이 확정되는 올해 말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코람코자산운용은 고액자산가로 구성된 100억원 규모의 사모형 블라인드 부동산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를 업계 최초로 조성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국내외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이미 많은 자금을 집행한 상황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산운용업계는 물론이고 부동산 시장 자체가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고층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 백화점 등 상업용 부동산은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수년째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박스권 장세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확대해 왔다.
최근 들어선 국내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본사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고, 두 달 뒤인 지난 8월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독일 최고층 빌딩인 코메르츠방크 타워를 약 9000억원에 인수했다.
기관투자가들이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돈 굴리는 데 촉이 뛰어난 고액자산가들도 서서히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형 부동산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4년 JB자산운용이 동대문 쇼핑몰 ‘밀리오레’에 투자하는 사모형 부동산펀드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JB자산운용은 증권사 프라이빗 뱅킹(PB) 센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100억원을 가량을 모집했다. 사모형 펀드의 참여 인원수가 49인 이하로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2억원씩 투자한 셈이다.
또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는 같은 해 PB센터 고객들을 대상으로 북미 최대 엔지니어링 회사 벡텔의 미국 휴스턴 사옥에 투자하는 사모형 파생결합증권(DLS)을 선보였다. 이 DLS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을 기초 자산으로 한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벡텔이 오는 2024년까지 장기 임차 중이어서 매년 7%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 자산가들은 수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들고 상품에 가입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도 베트남의 대형 오피스 빌딩인 ‘랜드마크72’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고액자산가들에게 판매해 이틀 만에 목표액을 모두 채웠다. 이 ABS는 연 4.5%의 수익을 보장하는 6개월 만기 상품으로, 최소 가입금액 2억원에 모집 규모 2500억원으로 판매됐다. 증권사가 이자 지급이 보증되는 선순위 대출 ABS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랜드마크72는 고 성완종 회장의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지은 건물로 잘 알려져 있다.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와 달리 소액 투자자인 개인들로 조성된 부동산펀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0년 하나자산운용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고객들과 손잡고 1580억원 규모로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을 매입한 사례가 거의 유일하다. 당시 하나금융투자가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하는 조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펀드는 판매한 지 이틀 만에 투자자 모집을 마쳤다. 1994년 준공된 하나금융투자 빌딩은 지하5층~지상23층, 연면적 6만9079㎡ 규모다.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공모형 부동산펀드와 같은 간접 투자 시장이 이미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저금리 기조로 채권보다 수익성이 낫고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낮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산운용업계도 이에 대비하는 등 공모형 부동산펀드와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덧붙였다.
▶문턱 낮아진 만큼 투자위험 꼼꼼히 따져야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국민재산 증식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상품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는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위는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를 비롯해 부동산·실물자산 등에 투자하는 사모형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발표한 펀드상품 혁신방안은 △헤지펀드 재간접투자 공모펀드 도입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파생상품 위험평가 방식 개선 △상장지수증권(ETN) 활성화 △실물자산펀드 재간접투자 공모펀드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최소 500만원으로 재간접 형태로 이들 사모형 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펀드상품 혁신방안 발표 당시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펀드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식에 비해 안정적이면서 우수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면서 “국민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들도 실물자산이나 헤지펀드 등 상품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들어 부동산 투자에 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이번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많은 개인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14조1313억원에서 2014년 말 29조7413억원을 기록해 4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 7월 말 현재 시장 규모는 40조2290억원으로, 그 중 공모형 펀드 규모는 약 1조원에 불과하다.
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500만원으로 적게는 수백억원부터 많게는 조 단위 규모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에선 부동산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행령 개정안 등이 구체화되면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본격적으로 공모형 재간접 부동산펀드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기회가 늘어나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를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투자 위험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부동산은 입지뿐 아니라 임차인의 신용도나 임대차 계약 기간 등이 수익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송광섭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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