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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노후월급통장 만들까 오피스텔에 투자자 몰린다
입력 : 2015.08.21 09: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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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공급 과잉 염려와 수익률 하락으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오피스텔이 주목받는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다. 은행 예금의 두 배 이상인 연 4%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다.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1인당 2계좌 이상 청약이 가능한 데다 계약 직후 전매할 수 있는 것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 분양 1주일 안에 완판(완전판매)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이 상암동에 선보인 ‘상암DMC푸르지오시티’는 799실이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지난 6월 말 분양한 경기도 ‘부천옥길자이’오피스텔도 계약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144실이 모두 팔렸다. 무려 1255실에 달하는 ‘성남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도 완판을 앞두고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오피스텔은 상가나 빌딩과 달리 1억~2억원 내외로 투자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견본주택에 청약자 몰려
요즘 오피스텔 견본주택 홍보 담당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투자하기 전에 이면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피스텔 시장에서 늘 염려되는 것이 공급과잉이다. 어떤 부동산이든 공급 앞에 장사가 없다. 물량이 쏟아지면 공실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오피스텔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3만~4만실씩 분양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분양 4만1686실과 입주 4만2740실에 달했고 올해도 분양 2만6000여 실에 입주가 3만6000여 실에 이른다.
분양가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3.3㎡당 분양가는 2010년 1291만원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부동산 시장 침체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부터 다시 오름세로 바뀌었다. 오피스텔 매매가는 올 상반기 1325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분양한 서울 도심 오피스텔은 3.3㎡당 1300만~1500만원 선이었다. 강북에 공급된 신규 분양 아파트 못지않은 가격대다.
그런데 오피스텔 전용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오피스텔의 실제 사용면적을 뜻하는 전용률이 줄어들면 물건의 사용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같다. 아파트는 주거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친 공급면적 기준으로 3.3㎡당 분양가를 책정한다. 반면 오피스텔은 주거 전용면적과 공용면적, 기타 공용면적을 모두 더한 계약면적으로 분양가를 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사무실과 상가가 포함되는 상업시설인 만큼 주차장, 관리실, 기계실 등 기타공용면적이 분양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용률이 40~50%대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는 전용률이 70~80%대 선이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팀장은 “앞으로 2~3년 내 입주할 오피스텔의 전용률은 44~48% 수준에 그치는데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어 신규 오피스텔의 가치가 적정한지 우려감이 있다”며 “실제 사용면적을 따져보지 않고 계약하면 낮은 전용률에 크게 실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대수익률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11년 6%선이 깨진 뒤 꾸준히 떨어져 지난달 기준 5.64%로 주저앉았다. 서울도 5.25%로 조사됐다. 한 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는 “보통 분양가가 2억원 안팎이면 강남 오피스텔 임대료 수준인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 이상 받아야 수익률이 4~5%가량 나온다”며 “매달 100만원 안팎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를 찾기 어려울 뿐더러 공급 과잉 염려로 실제 수익률은 3~4%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골라야 할까.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는 말처럼 오피스텔도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오피스텔은 냉정하게 수익률을 따져야 한다.
지난 6월 기준 자치구별 오피스텔 연 임대수익률은 강북구와 금천구가 6%대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반면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등은 5% 안팎을 맴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3구 오피스텔은 다른 지역에 비해 분양가와 매매가가 높은 편이어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수익률은 강남보다 강북 등 비(非)강남권이 높은 만큼 강남에 무조건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살펴보면 역세권에 위치한 오피스텔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강남·분당권▲역세권▲대학가▲업무 밀집시설▲신도시·택지개발지구 등에 위치한 서울 오피스텔 투자 수익률(6월 기준)은 역세권이 5.52%로 가장 높았으며 도심 등 업무 밀집 지역(5.5%), 대학가(5.2%), 강남·분당권(5.03%) 등 순이었다. 신도시·택지개발지구가 4.64%로 가장 낮았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직주근접 등 출퇴근 편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직장인들이 주요 임차인인 만큼 지하철역이 가까울수록 오피스텔 수익률이 높다”며 “신도시는 교통과 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데다 분양가도 비싼 경우가 많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외에도 공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공급이 적은 곳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년 말까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물량이 가장 적은 지역은 관악(5283가구)이며 광진(5648가구), 은평(5723가구), 중랑(5776가구) 등 순이었다. 반대로 많은 지역은 강서구(1만9834가구)였으며 강남(1만225가구), 송파(9868), 영등포(7921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신규 분양 오피스텔을 반드시 고집할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오피스텔은 세입자를 들이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마냥 노후도가 심하지 않고 실내 주거 공간이 어느 정도 깨끗하면 연식이 오래된 것이 오히려 수익률은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준공된 지 10년 초과한 전국 오피스텔의 투자 수익률(6월 기준)은 5.92%로 5년 미만인 것(5.02%)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준공된 지 10년이 지난 오피스텔은 요즘 것보다 전용률이 높고 입지도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거공간으로 세를 줄 수 있으면서도 경우에 따라 상점 등 일종의 업무시설로도 활용 가능한 저층을 선호한다. 요즘 강남과 마포 등의 오피스텔에서는 직장인들이 출퇴근길 또는 점심시간에 잠깐 들려 자기계발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요리·제과제빵 수업, 요가 등 수업이 화제다. 강남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접근성이 괜찮고 매매가와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3층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이 밖에 바깥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오피스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조식, 발렛파킹, 세탁 등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피트니스센터 등 커뮤니티 시설이 있는 오피스텔 등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룸형 오피스텔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면서 건설사들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자구책으로 오피스텔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도 원룸형 오피스텔이 수익률은 가장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다만 요즘 공급이 크게 늘고 있는 아파텔의 경우 위례, 동탄2, 광교 등처럼 소형 아파트가 부족한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어느 정도 희소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다만 대개 분양가가 2억원 중후반대여서 임대수익률을 높이기 쉽지 않은 게 단점이다.
3분기에 오피스텔 전국 14곳 4700여실 분양 여름 휴가철인 3분기에도 전곡 14곳 총 4705실의 오피스텔이 분양된다. 경기지역이 2572실로 가장 많고 지방 1261실, 서울 634실, 인천 238실 순이다. 여름은 부동산 시장 비수기지만 메르스 여파로 분양 일정이 늦춰진 경우가 많아 대형 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오피스텔이 잇달아 나올 예정이다. 오피스텔 분양은 통계에 정확히 잡히지 않는 곳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양 물량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7월 현대산업개발이 송파구 문정지구에 ‘문정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지하 5~지상 16층, 전용 21~38㎡ 총 634실로 구성된다. 지하철 8호선 문정역과 장지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오피스텔 바로 앞에 위례신사선 법조타운역(가칭)이 개통이 예정돼 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8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안산 메트로타운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를 공급한다. 안산에서 최고층인 지하 4~지상 47층, 전용 18~22㎡ 총 440실로 이뤄졌다. 2018년 준공 예정인 부천~소사안산 복선전철 석수골역이 단지 내로 직접 연결된다.
3분기 최대어는 중흥건설이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선보이는 ‘광교 중흥S클래스’ 오피스텔이 될 전망이다. 광교 호수공원에서 가장 노른자위에 위치해 호수 조망이 일품이다. 오피스텔은 2개동으로 지하 5층~지상 49층, 전용면적 72~84㎡, 총 230실로 아파텔처럼 설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아파텔은 인근에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와 분양가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오피스텔은 건축법, 아파트는 주택법이 적용돼 취득·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도 “노후대비 등으로 당장 월세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소형 아파트 한 채 구입할 돈으로 오피스텔 두 채를 매입하는 게 더 나은 재테크가 될 수 있다”며 “오피스텔은 환금성이 떨어지는 등 매각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역세권 등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철저히 수익률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영신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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