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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업고 1년 26.47%, 3년 92.5% 성과…일본펀드, 수익률 ‘우뚝’
입력 : 2015.08.21 09: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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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일본 도쿄 도라노몬 힐스 일대
일본 경제가 부활하고 있다는 신호는 증시 흐름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2012년 말까지만 해도 9500~1만포인트를 맴돌던 닛케이225지수(이하 닛케이지수)는 2년 반 만에 2만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지난 6월에는 2만860포인트까지 상승해 18년6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42개 일본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14.4%로 단일 지역·국가별 해외펀드 가운데 성과가 가장 뛰어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 수익률 30%를 웃돌았던 중국본토 펀드는 상해 증시가 한 달 만에 5121.59(지난달 11일 기준)에서 3877.80으로 폭락한 여파에 5%까지 떨어졌으며 홍콩H주는 -3.14%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하며 연초 이후 1조2000억원이 몰린 유럽펀드도 흔들렸다. 연초 높은 수익률을 이끌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모멘텀이 사그라든 데다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 마찰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 3개월간 -6%를 기록한 것. 이에 한때 20% 안팎이었던 올해 수익률은 고점 대비 절반 이하(9.4%)로 추락했다.
일본펀드의 선전을 단순히 타지역 펀드들의 추락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단기 급등한 중국펀드 열풍에 가려졌을 뿐 일본펀드는 지난 3년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해외펀드 시장을 주름잡던 중국과 유럽에 비해서도 성과가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실제로 두 지역 펀드가 본격적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달 1일 기준으로도 일본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9.9%로 유럽(18.5%)이나 H주(20.52%)와 차이가 없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26.47%로 중국본토(59.04%) 다음으로 우수하며, 3년 수익률은 92.5%로 2위인 북미펀드(69.5%) 대비 20% 이상 높다.
개별 펀드 수익률에서도 일본펀드의 안정성이 돋보인다. 설정 6개월 이상 일본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1년, 3년 기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한 개도 없다. ‘하나UBS일본배당(9.75%)펀드’와 ‘한화일본주식&리츠(6.53%)펀드’를 제외하면 올해 수익률이 모두 두 자릿수를 넘어선다. 펀드별 수익률 격차도 높지 않다. 연초 이후 수익률 1위(설정 6개월 이상·ETF 제외)인 ‘프랭클린재팬펀드(UH)’의 수익률은 17.4%로 일본펀드 내 수익률 최하위와의 차이는 10%에 그친다. 반면 중국본토의 경우 같은 기간 펀드별 수익률 격차는 최대 28.1%(27.7%, -0.39%)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펀드를 외면한 이유는 과거 큰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05년 중순까지 1만포인트 근처였던 닛케이지수가 2007년 1만7000선까지 오르면서 같은 해에만 국내 자금 1조2000억원이 일본펀드로 쏟아졌으나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듬해 7000선 초반까지 지수가 급락한 것. 그해 일본펀드의 평균수익률은 -40%에 달했고 이후 투자자들은 증시가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서둘러 환매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초 이후 설정액만 5200억원이 증가했다. 최근 한 달간은 2670억원이 들어와 중국본토(2908억원) 다음으로 순유입 규모가 컸다. 펀드별로는 ‘플랭클린재팬’과 ‘KB스타재팬인덱스’가 각각 1783억원과 1076억원을 끌어모았으며 ‘삼성일본중소형포커스’에는 지난달 15일 출시 한 달여 만에 815억원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일본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할까. 금융위기 수준의 글로벌 위기만 터지지 않는다면 일본펀드는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히 확고하고 실제로 일본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글로벌 변동성 요인으로는 그리스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이 꼽히는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통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는 지역과 달리 일본은 추가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QE를 지속할 수 있어 일본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으로부터 유출되는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이나 유럽으로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에 대한 낙관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주요 기업들의 주주 가치 증대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노력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 ‘화낙(Fanuc)’은 지난 3월 투자자 수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후 한 달 만에 주가가 13%가량 상승했으며 자동화 장비 생산 기업 ‘키엔스(Keyence)’는 1년 배당금을 3배 인상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20% 올랐다. 기계 제조업체 ‘아마다(Amada)’, 의류기업 ‘아오야마 트레이딩(Aoyama Trading)’ 등이 배당성향을 100% 이상으로 책정해 30%대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ROE 5% 미만 일본 기업의 30% 이상이 투자자 수익 증대 계획을 발표했다.
알렉스 트레비스 피델리티자산운용 아시아 헤드는 “일본 주식시장은 지속적인 상승 추세의 초입 단계”라며 “아시아 정치상황 변화, 가계소득 증가, 에너지(유가) 비용 감소, 과감한 일본 정부의 개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본 자산의 밸류에이션 상승에 필요한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변동 손실 해외펀드 과세 유의해야 일본펀드의 수익률은 우수하지만 투자에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다.
예를 들어 닛케이지수는 3년 전 1만포인트 선에서 현재 100%가량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일본 엔화는 1400원에서 930원으로 약 34% 하락했다. 투자자가 환헤지가 되지 않는 일본펀드에 3년간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65%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앞으로 원엔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환헤지 여부를 알아보고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까지는 해외펀드 과세도 그대로 적용된다. 펀드 투자로 수익이 나면 15.4%(소득세+지방세) 세금에 수익금이 2000만원이 초과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해당돼 구간에 따라 최대 41.8%까지 추가로 세금이 매겨진다.
펀드 유형별로는 중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유망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일본 스팍스자산운용은 5년 수익률이 200%를 웃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중소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나라”라며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대기업의 수혜로 연결됐다면 앞으로는 중소형주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설정된 일본 중소형주 투자 펀드로는 ‘키움일본Small cap펀드’와 ‘삼성일본중소형Focus펀드’ 등이 있다.
[이용건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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