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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매각 이슈로 주가상승 고배당 기대감…사모투자펀드 보유기업 투자매력 ‘쑥쑥’
입력 : 2015.08.21 09: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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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상승에 올인하는 PEF 글로벌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설립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PEF 수익률은 연평균 15.8%에 달한다.
이처럼 PEF 보유기업 주가 상승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PEF의 기업경영 스타일에 있다. PEF는 기업 인수 후 경영 전략 최우선 목표가 기업가치 상승이다.
PEF는 통상 투자 뒤 3~5년 기업을 재매각해 차익을 내는 것이 지상과제다. 주식에 투자해 주가상승을 노려 상승 차익을 내는 것이 목표인 일반 투자자와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PEF 보유 기업에 투자할 경우 누구나 PEF 투자자가 되는 셈이다.
한 PEF 관계자는 “PEF 투자 규제로 일반인들이 PEF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PEF가 투자한 상장사 주식을 사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PEF 보유 기업의 목표는 단 하나, 이익 극대화다. ‘기업가치=영업이익’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기업들의 경영 목표는 다양하다. 기업 생존을 위해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 1위’라는 목표도 소중하다. 대중에 대한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 단순 이익보다 외형 확대가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PEF 보유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일반 기업들은 PEF 보유 기업보다 장기 목표에 대한 비중이 훨씬 높다. 자동차,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의 경우 공장 증설 등 신규 투자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용이 초기에는 손실로 돌아오지만 훗날에는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단기 주가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식 투자자의 이해관계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PEF 보유 기업들은 일반 기업 대비 이익 중시 경영을 펼친 덕에 단기간에 실적이 호전된다.
올 들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한 로엔이 대표 사례다. 로엔은 어피너티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 2012년 매출 1850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어피너티 인수 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 M&A 및 경영진의 치밀한 관리 덕에 지난해 영업실적은 매출 3233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2년 만에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며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코웨이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지난 2012년 ‘웅진 사태’로 인해 코웨이 영업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모기업이 흔들리며 코웨이가 자랑하는 방문 판매사원 등 직원 사기가 저하되며 지난 2012년 매출 1조9928억원, 영업이익 226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MBK가 코웨이를 인수한 뒤 조직이 재정비되며 회사는 다시 옛 ‘영광’을 되찾았다. 지난해 코웨이는 매출 2조1603억원, 영업이익 3644억원의 호실적을 거두며 2년 전 대비 영업이익이 61%나 급증했다.
PEF 업계 관계자는 “PEF는 기업 인수를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인수금융 이자와 더불어 펀드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을 얻기 위해 통상 인수기업에 대해 고배당 정책을 펼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PEF 보유 기업들의 지난 2012~2014년까지 3년간 배당성향은 국내 상장사 평균 대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기업 중 코웨이는 59.51%로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당기순이익 100원을 벌었을 경우 이 중 59.51원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준 셈이다. 코웨이에 이어 한라비스테온공조(35.29%), 아이마켓코리아(30.36%), 로엔(21.99%), 이베스트투자증권(15.61%)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두 블룸버그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 11.60%를 웃돌고 있다.
조사대상 중 배당성향이 평균보다 낮은 기업은 태림포장이다. 태림포장의 지난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6.70%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당 수치는 지난달 IMM PE가 인수하기 전 데이터로 향후 높은 배당성향이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고배당으로 인해 주가하락 시에도 주가가 하방 경직성을 띠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당이 주식 보유자 입장에서 ‘예금이자’와 유사하기 때문에 주가가 낮아질수록 이자율에 해당하는 배당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 이에 따라 주식 매력도는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특히 예금금리가 0%대로 접어든 초저금리 탓에 높은 배당수익률은 더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최근 PEF 운용사 보고펀드가 보유하고 있다가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동양생명보험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동양생명 주가는 안방보험으로 매각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6월 11일 1만4300원으로 전년 말 1만750원 대비 33.02%나 급등했다.
PEF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 기업 인수 후 3~5년을 재매각 적기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A PEF가 지분 84.58%를 보유하고 있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 3277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만 전년 전체 영업이익 대비 86% 수준인 영업이익 252억원을 올리며 매각을 위한 몸만들기 작업에 나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중국계 투자자 등 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으로 주요 인수 후보로는 최근 중국 기업공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00억위안(약 5조4000억원) 규모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궈타이쥔안증권 등이 꼽히고 있다.
이 밖에 로엔과 코웨이 등은 빠르면 내년, 적어도 3년 내에 매물로 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로엔과 코웨이는 각각 어피너티와 MBK가 지난 2013년에 인수한 바 있어 내년부터 매각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뛰어난 영업 실적을 지닌 데다 매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국내외 기업은 물론 다른 PEF들의 구미를 자극할 것으로 분석된다.
어피너티, MBK 등 과거 운용성과 검증 어피너티, MBK, IMM 등은 과거 뛰어난 운용성과를 보여 검증된 PEF 운용사라는 점에서 이들이 보유한 기업에 투자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어피너티는 홍콩에 근거를 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PEF 운용사로 지난해 오비맥주 매각을 성사시키며 유명세를 탔다. 어피너티는 글로벌 PEF 운용사 KKR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009년 5월 오비맥주를 AB인베브로부터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 오비맥주를 옛 매각자 AB인베브에 6조2350억원에 재매각했다. 매각차익만 4조원에 달한다. 어피너티는 오비맥주 대박에 이어 로엔 투자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어 국내 기업 인수를 통한 이익창출 측면에서 확실한 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에 투자하는 국내 최대 규모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역시 최근 탁월한 투자성과를 거두고 있다. MBK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포장재업체 테크팩솔루션, 일본 야요이, 중국 GSEI 등의 기업 매각에 잇달아 성공했으며 해당 투자 건에서만 5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원금 대비 수익률은 100%에 근접한 수준이다. IMM은 국민연금이 선택한 PEF다. IMM은 지난 5월 국민연금으로부터 2500억원 자금을 출자받았으며 지난 2008년과 2011년에도 각각 1000억원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 가장 깐깐한 심사로 유명한 국민연금이 IMM에 선뜻 자금을 맡긴 이유는 꾸준한 수익창출 때문이다.
IMM은 한국항공우주, 삼화왕관, 하이마트 등에서 모두 연 수익률 10%를 웃도는 이익을 내왔다. 지난 2011년 첫 펀드를 설립한 신생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아직까지 자금회수 실적은 없지만 국내 PEF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성공시키며 주목받는 시장 기대주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과거 모건스탠리 PE 한국대표 재직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종합상사기업인 옛 쌍용을 678억원에 인수한 뒤 3년 만인 2009년 GS그룹에 인수가 두 배 수준인 1300억원에 재매각했다. 2009년이 리먼 금융위기 직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돋보이는 행보다.
[한우람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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