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하반기 공모주 큰 장 선다 - 기업공개 상반기의 10배…펀드 통한 간접투자도 관심
입력 : 2015.07.06 17:18:37
-
공모주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공모주 청약에 직접 투자하는 것부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우회상장까지 투자상황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망라해봤다.
지난 5월 말 상장된 효소업체 제노포커스는 120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1000주를 청약해서 1주 받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IPO가 예정된 기업은 줄잡아 60~70개 수준이다. 최근 공모청약을 마친 SK D&D를 포함해 6월 15일 현재 올 들어 8개 종목(스팩 제외)이 상장된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 시장이 10배 가까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SK D&D를 비롯해 이노션·LIG넥스원·제주항공·미래에셋생명·AJ네트웍스 등 대기업·중견기업 우량 계열사가 줄줄이 포진해 있어 공모주 투자자에게는 어느 때보다 큰 투자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중국 테마주로 주목도가 높아진 화장품 업체도 올 들어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저가 화장품 업체는 7월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중저가 화장품의 신흥 강자다. 한국 브랜드숍 최초로 미국 고급 화장품 소매체인인 ‘세포라’에 입점하면서 품질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 들어 놀라운 상승세를 보인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서도 3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이 증시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이미 종근당 계열사인 경보제약이 6월 말 상장을 위해 수요 예측, 공모주 청약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설립된 경보제약은 종근당홀딩스의 계열사로 완제의약품 전 단계인 원료의약품을 전문적으로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로 주력 제품으로는 항생제, 흡입마취액, 소화기관용제, 심혈관용제 등 50여 종이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한 36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해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46%를 차지한다.
헬스케어업체인 펩트론과 코아스템은 최근 기술성 평가를 완료하고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안트로젠·안국바이오진단·나노바이오시스 등도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헬스케어주는 지난해에도 IPO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기업공개를 진행한 바이오·헬스케어주는 모두 8개 회사로 이들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평균 수익률이 70.3%를 기록했다.
‘고섬사태’ 이후 잠잠했던 해외기업의 국내 IPO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중국 합성운모 제조업체 차이나크리스탈은 6월 초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위한 사전협의를 신청해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해외 법인은 2013년 5월 엑세스바이오에 이어 2년 만이고, 중국 업체로는 4년 만에 추진하는 IPO다. 이 밖에도 완구·콘텐츠기업인 헝셩그룹 등 중국 3개사, 영국·미국 각 1개사 등이 연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자가 공모주에 투자하려면 먼저 주관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청약증거금은 희망 물량의 공모가 총액 대비 50% 정도다. 청약신청을 하면 경쟁률과 청약금에 따라 주식을 받게 된다. 이때 신청주식 물량 절반가격을 증거금으로 내며 경쟁률에 따라 돌려받거나 더 내야 한다.
만약 경쟁률이 높고 청약한 금액이 적다면 그만큼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드는 식이다.
삼성SDS·제일모직 등과 같은 흥행 공모주는 소액투자자가 참여해서는 물량을 받기조차 어려워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예컨대 경쟁률이 130 대 1을 넘은 삼성SDS의 경우 증거금 2650만원을 납입해 1000주를 청약해도 7주만 배정받을 수 있었다.
이 펀드는 다른 기관투자자나 일반청약자와 달리 전체 공모물량의 10%를 따로 배정받는 혜택이 있어서다. 지난해 ‘슈퍼IPO’로 꼽히며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삼성SDS·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서도 일반 투자자에 비해 증거금 대비 3~4배 많은 물량을 배정받으며 짧은 기간 동안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공모주와 하이일드채권 투자를 통해 ‘중위험·고수익’을 달성하면서 펀드는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설정액이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설정 잔액은 3조5200억원이다. 지난해 삼성SDS·제일모직 상장으로 2조5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반년이 채 되지 않아 4조원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 1년이 넘은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A’은 최근 1년(6월 15일 기준) 수익률이 14.34%를 기록했다. 사모펀드인 ‘유진분리과세하이일드사모증권 1(채권혼합)’은 같은 기간 18.2%, ‘현대분리과세하이일드사모증권투자신탁 3(채권혼합)’은 14.14%의 성과를 거뒀다. 모두 두 자릿수를 넘는 수익률이다.
지난해 10월 공모형으로 출시된 ‘KTB공모주하이일드분리과세증권투자신탁 2[채권혼합]’도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1.56%에 이른다.
지난 3월 정책 상품으로 첫선을 보인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사실상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정부가 비우량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BBB+등급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주식에 투자하면 투자자 1인당 연간 5000만원 한도에서 분리과세 혜택을 주도록 설계한 것. 하지만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인기를 끈 비결은 분리과세가 아닌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컸다. 제도 도입 직후 분리과세 혜택만으로는 눈길을 끌지 못해 상품이 나오지 않자 공모주 물량의 10%를 펀드에 우선 배정해주는 ‘당근’을 덧붙인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쿠쿠전자 청약으로 펀드별로 3~5%의 수익을 올리자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설정 잔고가 조단위로 올라섰다.
기존 공모주펀드가 국공채·우량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면서 공모주 청약에 참가해 연간 1%포인트 안팎의 알파수익을 낸 것에 반해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 투자만으로 주식형 펀드를 능가하는 수익을 냈다.
지난해 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직후에는 상당수 펀드가 누적 수익률 두 자릿수에 진입하기도 했다. 올해 IPO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데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재개로 하이일드채권 운용이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대부분은 소수를 대상으로 모집한 사모형 상품이다. 사모채권에 투자가 가능한 데다 PB센터를 중심으로 한 자산가 고객들의 수요를 노린 탓이다.
유형별로는 사모형이 2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공모펀드 6000억원 수준이다. 펀드에 비해 회수 가능성을 높인 자문사의 투자일임형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위기에 놓여 금융기관 자율협약에 들어갈 경우 펀드가 투자한 물량은 관련법에 의해 협약에 들어가지만 일임형은 투자자 개인 계좌에 자금이 들어 있어 비협약으로 분류된다.
현재 운용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채권투자자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월 지급식·월 적립식 분리과세 하이일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한시적 상품으로 나온 하이일드펀드의 가입 가능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일몰기간이 한차례 연장되면서다.
최근에는 하이일드채권을 10%포인트 추가로 편입하거나 코넥스 주식을 2% 이상 담은 펀드에 공모주를 더 배정해주고 있어 공모주를 염두에 두고 투자할 경우 펀드의 전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저금리로 기존 공모주펀드에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125종의 공모주펀드에는 올해 초부터 6월 15일까지 1조6597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특정 스타일 가운데 가장 많은 유입세를 기록했다. 공모주펀드는 일반 채권형·채권혼합형펀드와 같이 국공채·통안채·우량회사채 등에 주로 투자하면서 IPO가 있을 때마다 다른 기관투자자와 함께 수요 예측에 참가해 수익률 극대화를 노린다.
하지만 채권 비중이 70~90%로 매우 높은 편이고 대부분 주식의 보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장 직후 시초가 매도전략을 취하고 있어 실현되는 수익의 폭과 규모가 크지 않다.
공모주펀드의 올해(6월 15일 기준) 수익률은 1.56%. 국내 채권형펀드(1.44%)에 비해 미세하게 앞서지만 채권혼합형펀드(3.98%)에 비해서는 크게 뒤처진다.
수익률 상위의 ‘동부스마트초이스순환분할매수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ClassA’(9.65%), ‘한화르네상스혼합투자신탁 1- 1’(9.43%) 등은 모두 주식비중이 높은 상품들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를 목적에 두고 있다면 일반 공모주펀드보다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가입을 추천하고 있다. 공모주펀드는 사실상 채권형펀드의 수익률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실시된 삼성SDS 공모주청약
국내에서는 IPO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9년에 도입됐지만 한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지난 2013년 선데이토즈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스팩 상장이 봇물을 이루고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면서 관심이 뜨겁다.
스팩은 상장 이후 중소기업을 인수하면 해당 기업이 증시에 우회 상장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재평가되고 주식도 피인수기업의 명의로 바뀌어 시장에서 거래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액으로 기업 M&A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상장 3년 안에 M&A를 마치지 못하면 자동으로 청산되는데 초기 투자금에 일정 수준의 이자율을 더해 재분배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익률은 보장받을 수 있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를 앞둔 이노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부가 스팩의 설립 요건을 완화하면서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스팩 상장을 위한 자기자본요건을 종전 100억원 이상에서 30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발기주주의 의결권 행사 제한도 완화하면서 합병 절차도 간소화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팩은 모두 26개. 2010~2012년 3년간 상장된 스팩의 수보다 많다. 이 가운데 14개가 M&A 매물을 찾아 합병에 성공하면서 수익률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일각에서는 과열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도 나온다. 합병 추진으로 스팩의 주가가 크게 오르다가 합병이 무산될 경우에는 거품이 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주가가 공모가 대비 크게 오르면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돼 합병 성공확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까지 신규 상장한 스팩 12개가 5월 22일까지 평균 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규 상장 기업들의 평균 상승률(14.5%)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최근 합병을 추진하다가 자진 철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선바이오와 합병을 추진하던 대우스팩2호는 지난 5월 19일 “선바이오 내부 사정으로 합병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다”며 “적정한 합병대상 기업을 물색하기 위한 작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어서 같은 달 엘아이지스팩2호가 “합병계약서상 선행조건이었던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 예비심사과정에서 회사 내부사정으로 인해 심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의 시가 총액이 높을수록 합병 대상 기업 입장에서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돼 합병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 대상법인의 불확실성으로 합병 이후 주가 부진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합병 가능성이 큰 스팩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자에게 스팩은 실적 등을 따져볼 지표가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스팩의 M&A 과정을 진행할 인력과 주관 증권사의 성과다. 일반 공모주처럼 증권신고서를 보면 스팩의 개요를 확인할 수 있다.
[석민수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8호 (2015년 0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