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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전 원금보장 합병후엔 시세차익…M&A와 IPO 결합상품 스팩에 투자해볼까
입력 : 2015.05.15 17: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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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과 주식 사이에서 고민하던 A씨는 최근 원금이 보장되면서 개인이 주식시장을 통해 인수·합병(M&A)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관심을 갖게 됐다. 바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다. 지난해부터 증권사들마다 스팩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도 스팩이 어떤 상품인 지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다. 스팩은 말 그대로 다른 회사를 M&A한 뒤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한 명목상의 페이퍼 컴퍼니다. 일종의 ‘껍데기’인 셈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코스피나 코스닥에 직접 상장(직상장)하지만, 직상장보다는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것이 더 유리한 회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상품이다. 직상장보다 더 빨리 상장하려는 기업이나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지분 희석이 꺼려지는 기업 등이 스팩을 통하면 유리하다.
비상장 기업이 스팩과 합병하면 상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합병 이후에는 껍데기인 스팩은 사라지고 회사 이름이 남는다.
그러면 스팩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각 증권사가 코스닥에 스팩을 상장시킬 때 공모청약을 실시하는데 이때 공모주 형태로 참여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모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어 원하는 양의 주식을 받기 어려운 것은 단점이다.
공모청약에 참여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스팩이 코스닥에 상장된 이후에 장내에서 주식을 살 수도 있다. 다만 공모가(평균 2000원)보다 오른 가격에 사야 하기 때문에 공모청약 때 주식을 받은 투자자와 비교하면 다소 손해를 볼 수 있다.
또한 스팩 주가가 공모가인 2000원보다 10% 이상 상승했다면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스팩의 특성상 합병할 기업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장내에서 주가가 크게 움직일 요인이 없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스팩은 합병할 기업을 찾을 때까지는 투자자들로부터 공모한 자금을 시중 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에 예치해 둔다. 이 때문에 3년 안에 합병에 실패해 스팩이 청산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여기에 시중 예금금리 수준의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스팩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스팩이 일단 합병한 이후에는 원금 손실 우려가 공존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합병된 이후부터는 일반 기업들의 주식과 마찬가지로 주가 변동에 따라 수익을 내기도 하고 손실을 입기도 한다. 원금이 보전되는 것은 합병 이전까지다.
스팩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이 상품은 지난 2009년 12월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다.
‘신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생소한 이유는 도입 당시 상품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 부족으로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상장을 시작한 소위 ‘1기 스팩’들은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1기 스팩은 19개가 상장됐지만 절반인 10개만 합병에 성공했을 뿐 나머지 9개는 청산으로 상장 폐지됐다. 합병 성공률이 절반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2013년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선데이토즈가 판도를 뒤바꿨다. 선데이토즈가 하나그린스팩(하나대투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다들 스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10월 17일 최고가인 2만3600원까지 올랐다. 공모가(4000원)보다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지금은 다시 1만원대로 떨어진 상태지만 공모가 대비 크게 올라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선데이토즈 이후부터 1기 스팩 실패로 트라우마가 있는 증권사들도 다시 스팩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013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상장되고 있는 스팩들, 소위 ‘2기 스팩’이다. 지금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2기 스팩 개수는 무려 32개에 달한다. 한국거래소는 올 한 해 동안 상장하는 신규 스팩만 20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선데이토즈로 대박을 친 하나대투증권의 성공 사례를 본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스팩을 상장하고 있다”며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사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팩 숫자가 많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선택 폭도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하지만 그만큼 어떤 스팩을 골라야 할지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스팩은 투자자가 공모청약에 참여할 때 어떤 기업과 합병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수록 스팩을 상장한 증권사를 비롯해 발기인의 역량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팩은 M&A와 기업공개(IPO)가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두 분야의 경험을 모두 갖춘 발기인인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기인은 단순히 자기 자본을 투자해 스팩 설립 주주로서 참여할 뿐 아니라 합병할 기업을 물색하고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등 핵심적인 업무를 모두 수행한다. 발기인의 역량에 스팩의 성패가 모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발기인의 실력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는 것이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발기인과 임원들이 과거에 어떤 M&A나 IPO를 담당했는지 경력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트랙레코드야말로 절대적인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증권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딜 소싱 능력을 갖고 있는 발기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합병을 추진할 때에도 피합병법인은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하고 스팩은 가능하면 더 낮추려고 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조정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스팩 출범 이후 지금까지 발기인으로 가장 많이 참여한 곳은 투자회사 ACPC(얼라이언스캐피탈파트너스)다. ACPC는 그동안 9개 스팩(2기 기준)의 발기인으로 참여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밖에는 위드인베스트먼트와 DS투자자문(장덕수 씨 포함), 머스트투자자문이 각각 4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에스티벤처스와 시너지아이비투자, KB인베스트먼트는 각각 3개씩 참여했다.
올 들어서는 하나머스트스팩3호가 코넥스 상장사인 탄도라티비와 합병을 결의했고, KB제3호스팩은 프로스테믹스, LIG스팩2호는 엔지스테크널러지와 합병을 결의했다. KB제4호스팩과 액션스퀘어, NH스팩3호과 글로벌텍스프리, 현대드림2호스팩과 심엔터테인먼트도 합병하기로 했다. 대우스팩2호는 선바이오와, NH스팩2호는 바디텍메드와 합병을 결정했다.
스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합병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판도라티비부터 모바일 게임업체인 액션스퀘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내국세 환급 대행업체인 글로벌텍스프리까지 면면이 다양하다.
[강다영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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