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주 시작한 코끼리…인도경제 향후 전망은?

    입력 : 2015.04.03 15: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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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는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지만 한번 질주를 시작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코끼리로 비유되는 인도경제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하면서 2015년 가장 주목 받는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인도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친디아(중국과 인도) 등 용어를 통해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 새로운 견인차로 2000년대 초반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다만 인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세를 보이면서 코끼리 같은 모습을 보였다. 성장 속도에 있어서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를 따라잡지 못한 것. 그러나 인도 경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는 인도 코끼리가 긴 질주의 서막을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한다.

    금융시장에서도 인도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인도 센섹스30 지수는 3월 13일 기준 최근 1년간 상승률 30.90%를 기록했다. 최근 6개월간 급등한 상하이종합지수의 3년 상승률이 37.34%인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센섹스30 지수의 상승률 60.01%는 더욱 돋보인다. 최근 3년 인도 증시 성적표는 중국을 앞서는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7.5%와 6.5%였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인도는 8.2%와 7.5%의 고성장세를 이어가면서 2분기 연속 7.3%에 그친 중국의 성장세를 추월했다. 이런 인도 경제의 질주는 내외부적인 요인과 정치적 요인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고성장과 친기업을 표방하는 모디노믹스에 따라 인도 물가와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 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유 의존도가 높고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인도에게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등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제 금융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기관투자 자금이 약 9억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올해 들어 다시 유입세로 전환됐다.

    장기적으로도 인도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경제가 중국을 잇는 차세대 주자로 주목 받고 있지만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 14일 보도에서 인도의 GDP가 중국을 추월하려면 약 78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14년 IMF가 집계한 중국의 GDP는 10조3554억달러고 인도는 2조478억달러로 5배가량 차이가 났다. 중국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GDP 성장률이 7%, 인도가 8.5%인 것을 대입하면 인도의 GDP가 중국을 역전하는 때는 2090년대다.

    그러나 이런 수치는 어디까지나 현재 기준으로 본 중국과의 단순 비교다. 2020년을 지나면서 중국이 본격적인 저성장 경제로 접어들고 인도가 고성장을 계속한다면 이런 격차는 훨씬 빨리 줄어든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경제 규모가 1위인가, 인도경제 규모가 1위인가는 부차적인 요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시장의 기업과 자산이 높은 성장률과 이익을 기록한다면 상대적인 규모나 순위에 상관없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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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장기투자 권고 많아 중국에 비해 인프라 투자가 뒤져 있고, 소비시장의 잠재력도 뛰어난 인도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의 땅이다. 채권 투자의 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설립자는 최근 “인도 증시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며 “인도 주식을 사서 20년 동안 묻어두라”는 조언을 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순수 인디아펀드는 20개, 순자산은 3200억원이다. 그러나 해외주식형 아시아 펀드 중 인도증시의 편입비율은 적지 않다. 인도증시가 크게 상승하면서 친디아펀드, 아시아펀드 등의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디아펀드는 지난 3월 13일 기준 최근 1년간 수익률 평균이 45.14%를 기록하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올 연초 이후에도 11.14%를 기록하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 같은 기간(최근 1년) 가장 각광을 받았던 선진시장에서 북미펀드는 15.19%, 일본펀드는 26.30%를 기록했다.

    루크 리치데일 JP모건운용 이머징마켓 고객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경제는 여전히 경제회복기의 초기에 머물러 있다”며 “지난해 인도 증시가 많이 올랐지만 투자환경은 장기적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 인도 증시 수급 전망도 밝다.

    임덕진 미래에셋자산운용 PM(상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인도시장에 약 40조원의 글로벌자금 유입이 있었는데 이 중 약 절반이 증시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세계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올려 잡은 국가가 인도와 미국 두 나라에 불과할 정도로 인도의 추세적 성장세가 뚜렷해 중장기 수급 전망도 좋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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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급등은 부담스러워 그러나 투자자들에게는 증시 급등으로 인한 가격부담과 투자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임 본부장은 “인도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글로벌 평균을 넘어선 만큼 올해 증시 상승률은 10% 내외가 적당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이사도 “미국 금리인상 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인도 증시의 일시적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규찬 신한BNPP운용 해외펀드운용팀 부장은 상승기와 달리 조정국면에서는 인도 증시 내 업종별로 다른 성적표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 부장은 “은행주는 저금리 예금의 증가와 기업대출 증가로 이익개선이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통신업종에서는 시장점유율 상위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도록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며 “금융이나 통신 종목 비중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펀드가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인디아펀드와 인도시장 투자와 관련해 2~3년 중장기로 자산 일부를 분산 투자하고 인디아 채권형 펀드가 나올 경우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도와 보완적인 성격의 신흥시장인 중국투자를 결합시킨 친디아 펀드 투자도 대안이다. 실제로 친디아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1.73%를 기록해 중국본토나 인디아펀드보다 낮았지만 변동성 측면에서는 더 큰 강점을 보였다.

    임덕진 미래에셋 본부장은 “인도와 중국은 경제구조가 서로 보완적이면서 세계경제 성장의 양 날개 역할을 하는 만큼 친디아펀드 중장기 투자도 유망하다”며 “인도는 금리가 7%대인 국가로 외국인 투자자에 쿼터가 확대될 경우 국채투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 수익률 기준으로 신한BNPP봉쥬르인디아A 펀드가 58.80%,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1A 펀드가 52.91%, 삼성인디아2 펀드가 54.71%를 기록했다.

    채권투자 매력 높으나 세금 환율 따져야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 국채다.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두 달 반 만에 브라질 국채 투자와 관련해 약 20%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화 유출을 막으려는 브라질 정부가 수차례 자국 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한 영향도 있지만, 보다 큰 원인은 헤알화의 급락이었다. 헤알화 대비 원화값은 지난해 말 409.60원에서 지난 3월 13일 기준 356.48원으로 13%나 올랐다. 헤알화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그만큼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렇게 해외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은 환율이다. 연간 투자 수익률이 10%가 넘는 신흥국의 고금리 채권이나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투자 대상국의 환율이 약세를 보이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최근 후강퉁을 통해 중국 주식 투자자들도 주가 상승분만큼 수익을 못내는 까닭이 중국 기준금리 인하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펀드 투자자라면 우선 펀드 이름을 잘 살펴야 한다. 펀드명 맨 끝에 ‘H’라고 붙은 경우 투자대상국 화폐에 대해 환헤지를 했다는 뜻이고, ‘UH’가 붙은 경우 헤지를 하지 않았다(환노출)는 뜻이다. 브라질 헤알화처럼 환율 약세가 예상되는 지역은 환헤지를 한 펀드, 미국 달러화처럼 환율 강세가 예상되는 지역의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펀드가 투자 수익을 높여줄 수 있다.

    환율 못지않게 해외투자 때 따질 것은 세금이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다. 하지만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는 연단위로 정산해 매매차익에 대해 이자·배당세를 15.4% 과세한다. 더 큰 부담은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금융소득을 합해 과세표준액이 4600만~8800만원이라면 26.4%, 8800만~3억원이라면 38.5%, 3억원 초과라면 41.8%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절세 측면에서 해외에서 설정된 역외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역외펀드는 연간 단위로 과세가 아니라 환매할 때만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린다. 기타 소득 상황을 감안해 환매 시점을 잡으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역외 ETF의 경우 해외주식과 마찬가지로 연간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는 비과세이고, 초과 이득에 대해 22%를 과세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는 매매차익이 아닌 실제 배당소득만 포함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연금저축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장은 “연 1200만원까지는 연금수령액에 대해 분리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펀드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먼저 살펴봐야 할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은표·최재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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