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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 동탄, 파주 운정… 카페거리 전성시대
입력 : 2015.04.03 15: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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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에 카페거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합정·서교동·당인리발전소, 종로구 삼청·부암·통의동, 송파구 석촌호수를 비롯해 경기·인천 판교·광교·동탄·죽전·파주 운정 등 수도권에 회자되고 있는 카페거리가 30여 곳에 달한다. 여기에 뒷골목에 생겨난 이태원 경리단길, 방배동 사이길 등 커피숍이 기본으로 들어선 ‘골목 상권’을 더하면 카페거리는 50곳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말 그대로 카페거리 전성시대다.
카페거리란 단독·다가구 주택이나 주상복합 아파트 등 주택가 1층 도로 양 옆으로 커피숍 등 점포 수십여 개가 스트리트몰처럼 줄줄이 들어선 곳을 말한다. 대체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성됐거나 활성화됐다.
카페거리가 급격하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대로변 상권을 잠식하면서 임대료가 급등하자 창업자들이 자릿세가 저렴한 주택가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카페거리에 있는 상당수 매장은 개인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덕분에 개성이 뚜렷한 점포가 많다. 예컨대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브런치 카페’, ‘커피 볶는 과정을 보여주는 카페’, ‘다락방이 있는 아늑한 카페’, ‘바리스타가 직접 홈베이킹한 디저트가 있는 카페’ 등이 있으며, 한 매장을 서로 다른 업종의 점포가 함께 쓰는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눈에 띈다.
커피숍은 창업 아이템으로도 인기가 높다. 커피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숍 수는 2009년 이후 매년 17~20% 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서울의 경우 커피숍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만5000여 개로 추산된다. 한국커피협회가 2005년 말부터 발급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자 수도 지난해 11만명을 넘어섰다.
카페거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신규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위례, 동탄2, 김포한강신도시를 비롯해 경기지역 택지지구에 카페거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의 점포겸용주택 용지는 수백 대, 수천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두 완판됐다. 주택 아래층에는 커피숍이나 빵집 등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페거리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다. 카페거리도 일반 상권처럼 부침을 겪을 수 있다.
카페거리의 원조인 방배동 카페거리와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가 대표적이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주변에 새로 생긴 상권에 밀려 현재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판교 백현·운중동·도서관 카페거리는 2008~2009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실이 대량 발생했다가 최근 알파돔시티와 판교 테크노밸리 덕분에 상황이 다소 나아졌지만 임대료와 권리금이 내림세다. 고분양가로 인해 턱없이 높게 책정되면서 낀 ‘임대료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물론 활기가 도는 카페거리도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된 죽전 보정동 카페거리와 광교 카페거리 등은 지역 상인들과 지자체가 손잡고 문화 행사를 열거나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는 등 자발적인 노력 덕분에 상권이 발달했다.
반면 죽전 보정동 카페거리에 있는 같은 크기 점포는 보증금 6500만~1억원에 월세 185만~360만원으로 2012년보다 임대료가 1.5~2배 정도 뛰었다.
카페거리에서 커피숍으로 자주 활용되는 단독·다가구주택은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KB알리지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단독·다가구주택 매매가는 작년 동월 대비 0.44% 올라 2013년(-0.39%), 2012년(-0.45%) 내리막길에서 벗어났다. 마포 홍대, 서교·합정동 카페거리 인근에 상가주택으로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은 불과 몇 년 사이 매매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혼자 매입하기엔 가격 부담이 커서 지인이나 가족이 공동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단독·다가구 주택 값이 오른 데다 건축비를 감안하면 1층에 매장을 내더라도 위층에 본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남은 층에 투룸 등으로 월세를 받아야 연간 투자 수익률 4% 이상을 맞출 수 있다”며 “판교 등 인기 카페거리 주택의 경우 아래층 점포에서 월세 400만~450만원 정도를 받아야 하는데 이만한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마포 일대처럼 먹거리와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젊은 층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카페거리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임영신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김호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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