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엔 봄바람 부는데 내 펀드는 추풍낙엽?

    입력 : 2015.04.02 16: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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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연초부터 주가가 조금씩 오르더니 어느 순간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이 지난 3월 2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5조원어치가 넘는 물량을 순매수한 게 크게 작용했다. 코스닥 지수도 슬금슬금 600선을 넘어서더니 이젠 600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이 시장에선 외국인이 4조원가량을 팔았지만 헬스케어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장 전체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수만 보면 춘풍이 부는 것 같은데 펀드시장 움직임은 아직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3.3%, 혼합형 펀드는 연초 이후 1.42%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2조8278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그나마 혼합형 펀드에서 8937억원, 채권형 펀드로 9209억원이 들어와 운용사들이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주가는 오르는데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제까지 손실을 보다가 겨우 원금을 찾는 순간 주식시장을 떠나려는 것은 아닌가.

    주가 올라도 적자펀드 수두룩 원인을 찾기 위해 펀드수익률 종합표를 보니 아직도 빨갛게 물든(수익률 적자) 부분이 상당하다. 5년 수익률은 대부분의 유형에서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년이나 3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유형이 수두룩하다. 단지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대체로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을 줄 뿐이다.

    최근 2년, 3년 수익률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라는 것은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의 가슴을 어지간히도 아리게 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그러니 원금이나 찾아가자고 덤비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할 수 있다. 운용사들이 국내 펀드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개별 펀드로 들어가도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이전에 설립된 1332개 주식형 펀드 가운데 3월 12일까지 이익을 낸 펀드는 1264개고 손실을 냈거나 전혀 이익을 내지 못한 펀드는 68개다. 이 기간 중 코스피가 2.85%, 코스닥지수가 15.69%나 올랐으니 이익을 내지 못한 펀드는 진짜 운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준을 코스피로 삼는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주식형 펀드 가운데 코스피 정도의 성과를 내지 못한 펀드는 510개나 돼 전체 펀드의 38%는 올해 상승장에서도 지수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1년을 돌아보면 성적은 더 초라하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38.05%가 올랐는데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는 549개에 불과하다. 설정한 지 1년이 넘은 펀드의 53.7%가 수익률 마이너스란 얘기다. 펀드 두 개당 하나 꼴로 지난 1년 동안 적자를 봤다고 할 수 있다.

    지수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이 정도니 투자자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주가가 소폭 하락한 구간인 지난 6개월간 수익률을 보면 플러스 성과를 낸 펀드는 179개에 불과하다. 주식형 펀드의 86%가 지난 6개월 동안 죽을 쒔다.

    지난 2년 성적 역시 비슷하다. 설정한 지 2년이 넘은 주식형 펀드는 1092개인데 이 가운데 플러스의 수익률을 낸 펀드는 고작 388개에 불과하다. 펀드 세 개 중 두 개는 그 기간 동안 투자자의 돈만 까먹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어갔을 터이니 투자자가 분통을 터뜨릴 만도 하다.

    100%대 이익 낸 펀드들도 있어 평균으로 보면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런 가운데도 차분하게 수익을 내는 펀드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중소형주 펀드는 평균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중소형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6%로 나타나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의 두 배나 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중소형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1년간 14.46%고 2년 23.97%, 3년 30.93%, 5년 75.48%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전체 주식형 펀드 수익률 평균이 5년에 17.37%에 불과하고 지난 2년과 3년 동안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배당주 펀드 역시 평균 이상을 유지하며 운용기간이 길수록 성적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당주펀드의 전체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가 3.32%고 1년은 7.77%다. 또 이전 2년 동안 14.85%, 3년 동안은 20.07%며 5년 수익률 평균은 38.71%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선 외국인들의 매수와 코스닥 시장 강세 등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침체됐던 섹터 펀드나 인덱스 펀드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인덱스펀드나 섹터펀드는 여전히 지난 3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으며 5년 수익률 역시 10%대 초반에 불과해 채권펀드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수준이다. 잘못 만들어진 국내 인덱스를 추종하거나 특정 섹터에 집중하는 전략이 자산운용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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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형주·배당주펀드 여전히 강세 개별 펀드로 볼 때 우열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지난 5년간 수익률 1위는 삼성자산운용의 중소형포커스펀드가 차지했다. 성적은 최고 118.24%에 달한다. 2007년에 설정된 이 펀드는 자펀드 등을 합해 운용설정액이 5000억원대에 달한다. 이 펀드는 1년 수익률 12.12%, 3년 수익률 38.71%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실적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양자산운용의 중소형 고배당펀드 역시 5년 수익률이 106.96%나 된다. 운용설정액 1355억원인 이 펀드도 해가 갈수록 성적이 늘어나는 양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운용설정액 200억원대의 중소 규모 펀드인 한국운용의 중소밸류펀드와 맥쿼리투신의 중국내수수혜주펀드가 99.33%와, 94.89%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는 초대형에 속하는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펀드는 1조5000억원대의 자산을 운용하는데도 불구하고 5년 수익률이 90%대 초반이고 1년 8.7%, 2년 15.89%, 3년 20.97% 등으로 수익률의 안정성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수익률 순위에선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로우프라이스펀드(88.44%), 신영자산운용의 밸류우선주펀드(64.89%), 미래에셋의 타이거경기방어ETF(57.73%), KB자산운용의 밸류포커스펀드 등이 수익률 상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자산운용의 강소기업펀드나 신영자산운용의 밸류고배당펀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10년투자펀드 등도 40%대 수익률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지난 2년간 수익률 상위는 현대인베스트먼트의 로우프라이스펀드나 신영자산운용의 밸류우선주펀드를 비롯해 대부분 3년 수익률 상위 펀드들이 마찬가지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근 1년간 수익률 상위는 삼성자산운용의 증권주ETF펀드를 제외하고는 로우프라이스펀드나 중소형주 펀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펀드는 단기나 장기 모든 면에서 양호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30% 이상 손실 펀드도 있어 투자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인 펀드도 있지만 역으로 장기간 손실을 끼친 펀드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인덱스펀드나 ETF펀드 등에 이런 게 많았다.

    1년 수익률 하위 펀드로는 삼성KODEX조선주펀드가 마이너스 38.74%로 가장 저조한 것으로 꼽혔다. 이 펀드는 5년 수익률에서도 마이너스였고 3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56.07%나 됐다. 조선 경기 침체의 타격을 그대로 받은 셈이다. 섹터 펀드가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그린인덱스펀드는 올해 들어 10%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17.3%나 되고 3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35.61%로 나왔다.

    프랭클린그로스펀드 역시 1년 마이너스 14.24%, 3년 마이너스 24.74% 등으로 저조했다.

    이들 펀드들의 성과를 볼 때 자산운용을 특정 섹터 등으로 제한하는 게 상승장에선 좋을 수 있지만 시장이 급변할 땐 고스란히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5년 수익률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들이 대부분 인덱스 펀드이거나 특정 업종, 또는 특정그룹 등으로 투자를 제한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종합할 때 투자자들은 중소형주처럼 움직임이 빠른 기업이나 반대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배당을 제대로 주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 펀드매니저를 주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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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원, 허남권, 강방천…. 척박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마일스톤을 찍은 인물들이다. 이들에겐 돈이 몰리고 이들의 성과는 늘 많은 투자자나 운용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수년간 가치주 펀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자산운용업계에 새로운 마일스톤을 찍을 주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의 최웅필 밸류운용실장(상무)이나 삼성자산운용의 민수아 Value주식운용본부장,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조현선 주식운용본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1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가치주펀드인 KB밸류포커스펀드를 운용하는 최웅필 밸류운용실장은 이채원 사단 출신의 가치주 투자 전문가다. 5년 수익률 90%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잃지 않는 투자를 유지해 장기수익률의 복리효과를 추구하는 것도 그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저평가 우량주를 담기 위해 저PER주나 저PBR주 고배당주는 물론이고 독보적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이익성장이 담보된 기업에 투자하는 신개념의 가치주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시장다각화나 라이프 사이클 변화, 제품의 성장성 증대 등으로 구조적 성장성이 돋보이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좋아 시장 점유율이나 이익이 꾸준히 상승할 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 실장은 2014년에 9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 실현성 환매를 겪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나면 펀드 수익률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데 그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지켜냈다.

    최 실장은 “KB밸류포커스펀드는 가치투자를 기반으로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을 발굴하고, 3년 이상 투자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출신으로 동원증권 주식운용팀, 동원투신 자문운용실, 밸류자산운용 자산운용부 등을 거쳐 2009년 KB자산운용에 합류해 밸류운용실을 이끌고 있다.

    118%의 성적으로 지난 5년간 수익률 최고를 달리는 5000억원대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를 운용하는 민수아 Value주식운용본부장은 운용경력 20년의 베테랑. 보험사와 투자자문사 등을 두루 거치면서 운용능력과 노하우를 쌓았다. 2006년 삼성자산운용에서 기관펀드 운용을 시작으로 성장, 가치, 중소형 등 다양한 펀드를 맡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민 본부장은 투자의 기본은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항상 좋은 자산을 발굴하려고 뛰고 또 그렇게 발굴한 자산을 오래 보유해 복리효과를 최대한 누려 안정적 성과를 유지하는 게 그의 운용 철학이다.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은 기업 본연의 가치에 장기투자하고 세상의 변화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민 본부장은 설명했다. 가치주 펀드지만 저렴한 값에 사기보다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퀄리티 주식(Quality Stock)에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우량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종목, 산업 사이클상 최악의 국면에 처해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기도 한다. 물론 단기 호재로 실적보다 주가가 급등하면 당연히 매도도 한다.

    1994년 이화여대 법학과 출신으로 LIG 손해보험 주식운용팀, 인피니티 투자자문 펀드매니저를 거쳐 2006년 삼성자산운용에 주식 매니저로 합류했고 2012년 Value주식운용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조현선 주식운용본부장은 기상천외한 종목 발굴 기법으로 고수익을 올리며 기존 자산운용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대부분 우량주 대형주만 바라보는데 그는 저렴한 주식에 집중해 대박을 냈기 때문이다.

    그가 운용하는 로우프라이스펀드는 독특하게 2만5000원 미만의 저가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핵심 운용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1년 4월 4일 설정됐는데 지난 3월 20일까지 누적 수익률은 108.41%에 이른다고 했다. 같은 기간 중 국내 중소형 주식형 펀드 평균이 28.47%였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수준이다.

    조 본부장은 “저가주는 주로 개인들이 다루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이 온전히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을 착안해 피델리티의 로우프라이스펀드를 벤치마킹한 펀드인데 개인과 기관의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의 가격을 정상화하면서 큰 차익을 거두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펀드는 1만5000원 이하 주식만 편입하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유니버스를 넓히기 위해 2만5000원으로 기준을 높였다.

    조 본부장은 “이 정도로도 상장 종목의 80%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원래 대한투신 출신으로 유리자산운용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자금을 운용하다 벡스톤투자자문을 설립해 운용하기도 했다. 이후 새마을금고연합회 주식운용팀을 거쳐 2012년 9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에 합류해 주식운용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 초 상무로 승진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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