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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샌드위치’시대…글로벌 성장주 투자가 대안
입력 : 2015.01.08 15: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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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치이고 뒤에서 들러붙고 수출기업들은 다 캄캄한 상황이에요.”
지난해 12월 초 만난 한 중소 IT기업 대표는 우울한 표정으로 업계 상황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2007년 초 삼성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샌드위치 위기론’을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처럼 어려운 상황임을 표현한 것이다.
설상가상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 경제 성장률은 1980년대 평균 9.7%를 기록하다 점차 낮아져 금융위기 이후 3%대로 하락했다. 빠른 고령화와 노동임금 상승 등으로 향후에도 저성장 기조 정착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성장 속에도 성장하는 산업은 있다 최근의 세계 경제상황은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움직임과 유럽의 디플레이션 위기 등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더 암울하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투자환경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았던 과거에도 성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 사이클에 구애 받지 않고 성장하는 산업과 기업은 항상 존재해 왔다. 성장 산업 내에 위치한 기업은 타 산업 대비 가파른 매출과 이익 성장을 시현해 왔으며, 이러한 성장이 나타나는 국면에서는 주가 또한 상대적으로 우월한 성과를 기록하곤 했다.
과거에는 건설, 화학, 조선 등 국내 산업을 이끌어가던 분야가 경기 확장기에 실적 개선이 뚜렷했던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상황에서는 신흥국 중산층의 부상과 혁신 기술의 발달, 전 세계적 인구구조의 고령화 등 새로운 변화에 혁신으로 응전하는 기업들이 뚜렷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혁신의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타나면서 성장을 주도했었다. 1990년대 내연기관 및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자동차 산업이 그렇고, 2000년대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온라인 광고 및 전자상거래의 성장이 그러했다. 인구구조 변화 또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만들면서 다양한 성장산업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성장주에서 답 찾는다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중장기 관점을 가지고 성장주를 골라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더 쉽다.
미래에셋글로벌그로스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먼저 신흥국 중산층의 부상에 주목한다. 2020년까지 신흥국 중산층은 약 9.6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선진국 중산층을 웃도는 숫자가 될 것이다. 신흥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향상됨에 따라 기존 의식주 소비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비욕구가 상승하는데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브랜드 기업들이 높은 성장성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혁신 기술을 지닌 기업에 투자한다. 전자상거래의 급증, 다양한 매체와 형태로 축적되는 데이터의 분석과 보안에 대한 중요성 증대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과 발달로 연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이나 제품을 선보일 기업을 발굴하고 그 비전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세 번째는 전 세계적 인구 구조의 고령화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내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되도록 젊게 오랫동안 살기 원하면서 헬스케어 산업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장기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미래에셋글로벌그로스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들인지 잠시 들여다보자. 최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보다 웰빙 식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웰빙식품으로 멕시코 음식인 타코, 브리또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은 1993년에 시작하여 현재 2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며, 주가 역시 2006년 1월 상장 이후 1429%(2014.10.17. 기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의 신흥강자인 ‘언더아머(Under Armour)’는 운동선수들이 유니폼 안에 입는 땀 흡수용 언더웨어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연간 매출액이 20~30%씩 성장하고 있다. 미국 내 매출액 기준으로 아디다스를 제치고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다.
이러한 글로벌 성장주 투자의 성패는 장기적 안목과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기술력을 가지고 시장 지배력을 얻을지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글로벌 리서치 능력이 갖춰진 운용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장 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거나 수급적으로 단기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단기투자보다 중·장기 투자나 연금 상품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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