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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내딛은 위안화 직거래 이 점을 주목하라
입력 : 2015.01.08 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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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위안 환전 수수료 3%포인트 가량 떨어질 듯 직거래시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은행 간 거래만이 가능하다.
직거래 시장 개설로 인한 직접적인 효과 중 하나는 환전 수수료 절감이다. 기존과는 달리 두 통화 간 직거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이 중개사에게 납부하는 수수료가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상호 경쟁으로 인해서 시장 참여자들이 보다 유리한 환율로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기업, 개인들도 보다 적은 비용으로 환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원·위안의 환전 수수료율은 거래대금의 5~7% 정도에 형성됐었다.
원·달러의 경우 수수료가 1.75% 정도에 달한다. 정부는 원·위안의 환전 수수료율이 원·달러 수준까지 당장 떨어지기는 힘들겠지만 2~3% 정도에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100만원 환전 시 3만~4만원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은행에서 직거래시장을 통해 위안화 확보가 보다 용이해진다. 위안화 대금에 대해 청산·결제를 담당하는 청산결제은행의 역할은 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이 담당한다. 은행은 중국교통은행을 통해서도 원활하게 위안화를 공급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유사시에는 한-중 통화스왑자금까지 활용해서 위안화 공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 정착 가능할까 그렇다면 직거래 시장 성공적 정착의 관건은 결국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지 여부다. 1996년 한국은 원·엔 직거래 시장을 개설했지만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는 대일 무역적자로 엔화 유출이 불가피했었다. 1996년 당시 무역적자는 156억 달러에 달했다. 이로 인해 엔화에 대한 공급이 힘들었고 수요-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시장이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던 한국 정부는 위안화의 수요·공급을 확보하는 데 치중했다. 일단 대중 무역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위안화로 무역 결제로 활성화될 수 있다면 공급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청산결제은행, 통화스왑 자금 등 시장에서 위안화를 공급할 수 있는 라인을 형성했다. 위안화 수요에 대한 기반도 구축했다.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 쿼터로 800억위안을 부여받았다. 한국 금융기관이 중국 채권, 증권 시장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게다가 무역결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은행은 중국의 은행 간 채권시장(CIBM)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최근 외환은행이 진출 자격을 부여받기도 했다. 금융기관들이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지면서 위안화 수요도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중 무역에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으로는 최대 무역국이다. 지난해 한국은 대중국 무역에서 62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위안화보다는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올해 9월 기준) 대중무역거래 중 달러화 결제는 수출시 95.6%, 수입 시 95.4%에 달했다. 위안화로 결제하는 경우는 각각 1.6%, 1.0%에 불과했다.
최근 무역협회가 조사한 바(427개사 대상 조사)에 따르면 대중 무역거래에서도 달러화로 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 결제가 익숙했기 때문(33%)이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무역협회 조사 시 대상 업체들 중 68%는 위안화 결제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중국인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수출기업들은 외국기업과 위안화로 결제할 경우 무역대금의 3%정도를 할인해줄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위안화 결제 시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위안화 결제 활용도는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의 위안화 거래 비중을 10~2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직거래 시장의 초기 거래 활성화를 위해 12개 은행을 시장 조성자로 선정하고 시장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까지 직거래시장에서 하루 약 1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순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1% 후반이나 2% 후반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은 3%대 고금리의 위안화 예금을 출시했다. 환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거주자의 위안화 예금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2013년 8월 말 3억1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위안화 예금은 2014년 11월 말 198억4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1년 새 6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존 위안화 예금은 증권사 등이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판매를 위해 중국계 외은 지점에 가입했던 정기예금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서도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고금리 위안화 예금은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훈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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