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의 시대, 부와 행복 모두 취하기

    입력 : 2015.01.08 15:00:35

  • 사진설명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소비가 촉진되면서 내수가 활성화된다.” 2014년 한 해 동안 최경환 경제팀이 기대해 왔던 선순환 고리다. 자산가치 상승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돈이 더 몰리도록 해야 한다. 대출 규제 완화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신문이나 뉴스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린다는 기사를 쏟아냈으며, 주식시장은 연말 박스권 돌파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2014년 12월이고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내년 또한 불확실해 보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은행의 최근 자료(국민계정 개편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국민총소득이 3만 배 증가했는데 가계소득 비중은 꾸준히 떨어진 반면(1975년 79.2%→2013년 61.2%), 기업소득 비중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속히 높아졌음(동기간 9.3%→25.7%)을 알 수 있다. 또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0.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12년 만에 130%가 상승함으로써 부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은 아닐 터이니 이상할 것 없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제도의 방향성에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는 분명 이전보다 부자나라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절대다수의 구성원들은 주거비와 교육비, 세금을 내고 대출 빚까지 갚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 와중에 제도는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금리 1%대의 이 시대는 돈을 굴릴 곳마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코넬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H. 프랭크는 이렇게 말한다.

    “자산을 늘리는 것에 앞서, 같은 돈으로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고민하라.” 그의 저서 <사치열병>에서 프랭크 교수는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가 낮은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나라는 세금을 걷어 사회적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자금을 집행해야 하고, 가정에선 가족 구성원의 그것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삶에 쫓기다 보면 이를 의식하고 반영할 만큼 여유로운(?)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원했던 바로 그 길 위에 서 있는가.”

    경쟁적인 빠름에 휩쓸려가다 보면 이유도 모른 채 삶이 각박해졌음을 느낄 때가 있다.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카드 결제금과 대출 상환, 아이들 학원비 해결에 급급한 삶이 우리가 원했던 삶일까?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낼 궁리를 하고, 가족이 몇 년간 떨어져 사는 것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번 쯤 거쳐야 하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야 할까. 대한민국에 사는 누구나가 안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고 많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음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더 나은 선택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나 스스로에게 묻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내가 원했던 바로 그 길 위에 서 있는 걸까? 이 길을 가다 보면 내가 예전에 원했던 그런 삶들이 놓여 있는 걸까?’

    문제는 돈 생각을 많이 할수록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사람과의 관계도 인색해진다는 것이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고민들은 대부분 ‘돈’과 관련 있고, 이러한 ‘돈 생각’은 행복을 느끼기 위한 우리의 신경을 마비시키고 사람을 멀리 함으로써 삶을 점점 더 각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돈 생각 줄여야 일상에서 돈에 관한 고민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늘 하던’ 고민을 정기적 고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현재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고, 앞으로 1년간 들어갈 돈에 대해 계획해 본다. 그동안 잘해왔고 조금 지쳐 있다면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년 1년간 한 달 생활비를 얼마로 할지 생각해 보고, 월 고정 저축액도 결정해야 한다. 계획대로 잘될 경우를 위해 3개월마다 작은 이벤트용 자금도 계획하자. 그에 따라 급여가 들어오면 사용하기 전에 정해진 계좌에 돈이 쌓이도록 하고, 생활비 계좌의 예산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선 돈을 최대한 ‘잊고’ 살아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대부분 실행하지 않는, 일상에서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손쉽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 쉬운 방법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상담을 해 보면 90% 이상은 큰 불편함 없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고정 저축이 가능했으며 재무적 스트레스 또한 크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Money can’t buy Happiness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돈으로 불행해질 확률은 줄어들겠지만 행복을 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들 한다. 하버드대학 마이클 노턴 교수는 그 말이 틀리다며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돈으로 좀 더 행복해지는 방법은 분명 있으며, 그가 제안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돈을 쓰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행동은 개인의 행복감 증진에 도움을 주며, 조직에 적용될 경우 놀라운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사진설명
    사람은 사람으로 행복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내게 좋은 일들이 생기게 한다. 행복연구가인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성공하면 행복해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거의 없지만, 행복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행복감이 우리를 오래 살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 마린 카운티에서는 2025명의 노인에 대해 5년간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매주 교회를 나가는 사람은 보통사람 대비 사망률이 29%가 낮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44%, 2곳 이상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무려 63%가 낮게 나타났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행복감에 영향을 주고, 이러한 행복감은 우리 몸을 더 건강하고 오래 살도록 즐거운 동기를 불어 넣는 것이다.

    2015년은 전년에 이어 돈과 관련한 다양한 제도들의 변화가 예상된다. 상황이 복잡하고 대안이 보이지 않을 때는 맥락의 핵심을 이해한 후 나의 현재와 미래 상황에 대한 정리정돈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 없는 취약한 정보 속에서 나를 든든하게 잡아줄 것은 자극적인 문구의 투자상품 브로셔가 아니다. 내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게 나를 흔들리지 않게 해줄 것이다.

    [최방훈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전문위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