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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라이프스타일숍’ 상권지도 바꾼다
입력 : 2015.01.08 15: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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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가구+월세 문화로 라이프스타일 시장 급성장 올 하반기부터 강남역,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역 인근 등 주요 상권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간판 매장인 ‘1호점’이다.
라이프스타일숍이란 집에서 쓰는, 생활에 관한 모든 물건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점포다. 생활용품을 하나부터 열까지 한꺼번에 진열하다보니 보통 330~660㎡(약 100~200평) 크기의 대형 면적이 필요하다. 건물 한 층 이상을 통째로 쓴다. 이른바 ‘통상가’ 임대·매입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숍이 둥지를 튼 상권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이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선진국처럼 1~2인 가구가 늘고 월세 주거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대거 몰려와 상권을 뒤흔든 것처럼 라이프스타일숍이 다음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상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랜드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인근 건물 지하 층에 600㎡ 규모로 라이프스타일숍 ‘버터(BUTTER)’를 냈다. 3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한 ‘모던하우스’와 별도로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한 생활용품 브랜드다. 매달 2회 100여 가지의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의 ‘니코앤드(nico and)’도 지난 7월 강남역 대로변 3층짜리 건물에 661㎡ 규모의 매장을 선보였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 여성을 주력 소비층으로 설정하고 플래그십스토어 격인 첫 매장을 강남역에 냈다. 1층에는 각종 잡화, 2층은 카페, 3층은 패션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원더플레이스는 가로수길에 지하 1층~지상 4층 627㎡ 건물을 통째로 빌린 뒤 리모델링을 거쳐 라이프스타일숍을 열었다. 그러면서 찜닭 프랜차이즈가 자리에서 밀려났다. ‘생활에 관한 모든 것’을 테마로 패션은 물론 리빙, 기프트숍, 가정식 레스토랑 등이 총망라돼 있다. 가로수길에는 이 밖에도 4~5개의 크고 작은 라이프스타일숍이 들어와 있다.
김성순 이사는 “1인당 국민총소득이 2만~3만달러를 넘어서면 개성에 따른 소비가 시작되고 한국은 이런 변화의 기점이 서 있다 보니 소비자들의 관심이 개성 있는 소품으로 집을 꾸미고 주거의 질을 높이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주거 생활(Home living)도 옷이나 가방 등으로 몸을 치장하는 것처럼 패션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주자 등장에 상권 점포 이동 시작 라이프스타일숍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상권 지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내년 주요 상권에 출점 계획을 공격적으로 세우고 있어서다. 반면 그동안 목 좋은 대로변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해 온 업체들은 매출 부진과 임대료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문을 닫거나 이면도로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계에서는 스웨덴의 ‘이케아’에 이어 ‘큰 놈’이 이르면 내년 국내 상륙한다. 덴마크의 ‘프라잉타이거코펜하겐’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국내 진출을 위해 자리를 물색 중이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2012년 일본 도쿄, 오사카 등 13곳 매장을 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에는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프라잉타이거코펜하겐’은 ‘이케아’처럼 교외에 매장을 내는 것과 달리 도심 한복판이나 중심 상권의 가두(街頭) 매장을 선호한다. 도쿄에서도 긴자, 오모테산도 등 가두상권에 큼지막한 매장을 열었다. 국내 역시 명동, 가로수길 등 주요 상권에 330㎡ 이상 규모로 첫 매장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포인트 그룹의 ‘로리즈 팜’도 현재 본격적으로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국내 업체들도 내년 추가로 매장을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몰에 입점하면 상품 진열 등에 다소 제약이 있지만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로드숍에서는 상품을 다양한 콘셉트로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어서다.
이랜드 관계자는 “버터는 로드숍 출점을 원칙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2015년까지 버터 매장 20개를 추가로 열고 매출 200억원을 달성할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내년 매장을 10개까지 확대하고 2020년까지 5000억원의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기존 자라, H&M 등 SPA브랜드도 ‘자라홈’, ‘H&M홈’ 등 홈(home) 라인을 잇달아 론칭하고 있다. 패션 시장 전략 그대로 가격은 낮추고 디자인과 품질을 높인 주거생활용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한편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윤환진 신영증권 APEX패밀리오피스 차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강남역, 신사동 가로수길 등 주요 상권은 국내외 라이프스타일숍의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로변은 집객 효과가 큰 라이프스타일숍이 차지하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식음료, 화장품, 패션 등 매장은 점점 이면도로로 이동하거나 아예 새로운 상권을 찾아 점포를 옮기는 식으로 상권이 본격적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가로수길의 경우 1층 전용 99㎡ 임대료는 지난 11월 기준 월세 3670만원 선으로 1~2년 전보다(820만~1560만원) 두 배가량 뛰었다. 홍대입구 인근도 1층 전용 40㎥ 임대료가 390만~400만원 수준으로 불과 1~2년 사이에 20% 이상 올랐다. 특히 예전에는 가구회사, 침구회사, 생활용품회사 등이 각각 나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구분이 없이 생활 전반에 패션을 입히려는 추세로 바뀌면서 매장의 대형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룡 브랜드’가 상권에 진입하면 주변 점포 임대료가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건물을 임차하기보다 매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주’와 ‘버터’는 회사가 건물을 직접 매입해 매장을 오픈했다.
안민석 에프알엔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대형 매장을 쓰는 임차인들이 계속 들어오는 상권은 임대료가 널뛰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강남역, 가로수길, 홍대 카페거리 등 건물은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어 부동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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