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 지분율 높은 SK C&C·현대글로비스 승승장구…“오너와 한 배 타라” 속설 증명

    입력 : 2014.11.07 17:09:40

  • 올해 상반기 주가상승률이 높은 종목에 대상홀딩스와 풀무원, 세아홀딩스 등 중소형 지주회사가 무더기로 이름을 올렸다. 하반기 들어서는 LG와 CJ 등 일부 대형지주회사들의 주가도 승승장구했다. SK C&C와 현대글로비스도 수년째 계속되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적게 올라간 종목이 20% 수익률 수준. 웬만한 우량 펀드 수익률을 뛰어넘는 결과다. ‘오너와 같은 배를 타야 한다’는 투자 속설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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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LG, CJ, 대상홀딩스, 풀무원, 세아홀딩스 등 지주회사 주가가 급등한 것은 자회사 실적 개선 등 개별적인 호재가 있었던 데다 정부 정책으로 배당 확대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LG 주가는 2년 반 동안 6만원을 넘지 못하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지난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커피믹스’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모회사인 동서 주가도 뛰었다. 동서는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가치투자자들의 필수 투자 종목이었지만 경쟁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주가가 1년 넘게 1만원대 중반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업종과 규모가 전혀 다른 자회사를 두고 있는 LG와 동서는 7월 중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으로 정부가 배당 확대 유도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던 때다. 이후 발표된 정부 정책 핵심은 투자와 임금, 배당에 돈을 더 많이 쓸수록 기업들이 세금을 덜 내는 것이다. 결국 지주회사 오너 입장에서는 배당 확대에 적극 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지분율 높을수록 배당 많이 해 오너 지분율이 높으면 배당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이미 통계적으로도 입증됐다. 신영증권은 작년에 배당을 실시한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주주 지분율이 40%를 초과하는 기업의 배당성향은 40.6%에 달하는데 반해 대주주 지분율 40% 미만 기업의 배당성향은 32.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대리인 이론’ 등 경영학계에서도 대주주 지분율이 배당에 양(+)의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배당은 지주회사 실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주회사의 주수익원이 자회사 매출의 0.1~1%를 받는 브랜드 로열티와 연말에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는 오너가 최대주주로서 주주환원정책에도 우호적”이라며 “지배구조 변화와 산업의 다양성, 그리고 주주가치 증대에 힘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의 경우는 물론 자회사들의 실적도 중요하다. LG는 스마트폰 완제품과 부품을 만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과 건자재회사 LG하우시스의 기업가치 상승 혜택을 많이 봤다. CJ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E&M 등 주요 상장 자회사들 실적이 개선돼 왔다. 반면 GS의 경우 실적이 나빠진 정유업종 자회사 GS칼텍스를 두고 있는 탓에 주가가 힘을 못 썼다.

    SK C&C·현대글로비스 ‘대박’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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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구조 측면에서 관심을 둘 수도 있다. 현대차 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31.88%를 들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2005년 12월 상장 당시 공모가는 2만1300원이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 2배인 4만2600원에 형성됐다. 이후 주가가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쉼 없는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 9월 26일 장중 33만7000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가 기록을 깼다. 상장 9년이 채 되지 않아 주가가 15배 오른 셈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거나 현물출자 방식으로 그룹 지배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32.92%를 들고 있는 SK C&C는 2009년 11월 공모가가 주당 3만원이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3만2550원으로 형성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SK C&C도 지난 9월 26일 장중 사상최고가인 26만20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상장 5년 만에 주가가 9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SK C&C→SK(주)→SK이노베이션 등 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다. 향후 SK C&C와 SK(주)를 합병해야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SK C&C 주가가 많이 올라야 유리하다.

    지배구조 관점 투자 유망주는 ‘오너와 한 배를 타라’는 관점에서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해야 유망할까.

    SK C&C와 현대글로비스 사례에서 보듯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상 핵심 역할을 할 종목을 골라야 한다. 대표적인 종목이 오는 11월 초 상장하는 삼성SDS와 상장이 추진 중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8월만 해도 장외시장에서 불과 8만원에 거래됐던 주식이었다. 하지만 1년 남짓한 사이 장외시장에서는 4배 가까이 올랐다. 상장 이후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삼성SDS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056억원으로 2012년보다 9.4% 줄었다. 또 그룹 내 매출이 60%가 넘고 정부 규제가 심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하지만 미래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SDS 상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잣돈’ 역할을 하는 만큼 현대글로비스나 SK C&C 사례처럼 장기적으로 주가가 쉼 없이 오를 것이란 얘기다.

    삼성SDS 주요주주로는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 이재용 부회장(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3.9%) 등이 있다. 이 부회장은 향후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4조~5조원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가진 재산의 대부분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주식이다. 제일모직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한 펀드매니저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가 9년 만에 그룹 경영권 승계에 무리가 없는 수준인 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며 “무서울 정도로 높은 성장성을 보여준 현대글로비스 사례가 삼성SDS에서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SDS는 2010년 삼성네트웍스를 합병하고, 2011년 해외 물류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2013년에도 삼성SNS를 합병하는 등 끊임없이 몸집을 키워왔다. 앞으로도 몸집 불리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S가 SK C&C 전례를 따를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5년 뒤 15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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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사 전환 가능성 따져봐야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은 상장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기업 집단 소속 그룹 가운데 지주회사 미전환 그룹은 총 25개가 있다. 언제가 될지 시기를 점치기는 힘들지만 향후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라는 관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인 지주회사 전환 사례를 살펴보면 지주사 전환 이후 대부분 시가 총액이 늘었다”며 “향후 지주사 전환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혹은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투자할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 중에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SK C&C, 현대글로비스, 롯데제과 등의 주가 상승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시영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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