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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익률 52% 투자자 관심 부르는 ‘공모주 세계’
입력 : 2014.11.07 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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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평균수익률 52.01%!’ 올해 10월 12일까지 공모주 한 종목에 투자해 첫날 종가에 팔았다면 거둘 수 있었던 수익률이다. 공모주가 거래 첫날 공모가를 크게 웃돌며 마감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제외한 총 17곳 가운데 14곳이 공모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첫날 거래를 마쳤다.
최근 예금금리가 연 1%대로 주저앉고 코스피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투자 암흑기’에 공모주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국내외 기관까지 공모주 시장에 몰리면서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모에 나서는 업체도 삼성SDS·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등 잘 알려진 대기업과 특색 있는 중소기업 등이 고루 분포돼 투자자들의 선택의폭도 넓어졌다.
큰 위험 없이 비교적 확실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뭉칫돈이 공모 시장에 나오는 양상이다.
BGF리테일은 국내 편의점 업계 1위 씨유(CU) 운영사다. 쿠쿠전자는 ‘쿠쿠하세요’란 광고로 잘 알려진 국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밥솥가전업체다. 높은 인지도와 안정적 시장점유율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수익률도 만족스러웠다. 투자자가 만약 BGF리테일과 쿠쿠전자를 공모가에 사서 첫날 종가에 팔았다면 각각 34.63%, 99.04%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쿠쿠전자는 특히 중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자사 제품 밥솥을 대거 사들이는 ‘중국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높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25일에는 모바일 게임 ‘쿠키런’으로 이름을 알린 데브시스터즈가 4조800억원을 모으며 대박을 냈다. 인기를 끈 게임이 아직 하나밖에 없고 2012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이 데브시스터즈의 성장성에 베팅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613억원, 24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까지는 각각 436억원, 2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6일 상장한 데브시스터즈는 공모가 5만3000원을 15.09% 웃돈 가격으로 마감하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두 번째 투자 방식은 기관투자가가 받아가는 공모 물량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다. 공모주 펀드는 다만 모든 자금을 공모투자에 쓰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70~90%를 안정적 채권에 넣어두고 나머지를 공모주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일반청약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손실 가능성이 최소화된 대신 2~3년 정도가 돼야 두 자릿수 수익률이 나오는 만큼 안정형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분리과세가 되는 하이일드펀드가 공모주를 10%가량 편입하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위험성이 좀 더 높은 채권을 반영해 리스크가 커진 대신 수익률은 기존 공모주 펀드보다 높은 편이다. 기대수익률은 5% 안팎으로 예금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상장 이후를 노려 분위기가 차분해진 새내기주에 장기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조언도 있다. 첫날 시초가와 공모가가 크게 벌어지지 않고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 투자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아울러 공모주와 비슷한 업종이 새롭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 주가가 급등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전자인증은 국내 공인인증시장을 양분하는 업체였지만 2010년 11월 코스닥 상장 뒤 종가 기준 4000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하루 거래량도 대체로 100만주 이하였다. 실적이 크게 부진하지 않았음에도 사실상 소외종목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던 한국전자인증이 올해 달라졌다. 지난 4월 18일 5100원으로 마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시장에서 환골탈태했다. 업계 안팎에서 보는 한국전자인증 재평가 이유는 단 하나다. 지난 2월 경쟁업체 한국정보인증이 기대감 속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인증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자 지난 4월 8일엔 하루 거래량 1000만주를 넘겼다. 양사 주가는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4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스팩은 공모주와 마찬가지로 공모절차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고 실시간 거래된다. 3년 기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M&A를 마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M&A 대상은 일반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의료기기·모바일 등 신기술 업체들이다. 코스닥에 상장되는 것에서 보듯 대형 사모펀드(PEF)와 달리 ‘공모형 벤처캐피털(VC)’에 가깝다. 스팩은 2009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만약 기간 내 스팩이 M&A에 성공하면 인수된 기업이 자신의 사명으로 상장을 유지한다. 반면 성과 없이 기한을 넘기면 투자금이 일정 수준 이자율로 재분배된 뒤 스팩은 청산된다. 인수 대상 기업이 정해진 뒤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전제로 할 때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공모 이후 어느 때라도 장중에 거래가 성사되면 투자를 할 수 있는 것도 사모 투자와 대비되는 스팩만의 장점이다. 특히 올해는 공모주 인기를 반영하듯 상장한 주가만으로도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인수대상기업에서도 스팩을 이용하는 데 장점이 없지 않다. IPO를 홀로 준비하는 것보다 스팩을 통하면 절차와 관심도 면에서 수월하다. 인수 시점을 조율해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을 때 합병이 이뤄진다면 투자자와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셈이다. 투자자에게 스팩은 실적 등 따져볼 지표가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스팩의 M&A 과정을 이끌 ‘수장’과 주관 증권사 이전 성과다. 대체적인 스팩 개요는 일반 공모주처럼 증권신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B2호 스팩은 상장한 지 한 달여 만에 보안업체인 케이사인을 합병대상으로 정하고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가도 상장 이후 20% 뛴 뒤 현재는 거래가 정지됐다. 1호 스팩 때 IT업체 알서포트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백승택 대표가 2호도 맡아 이뤄낸 성과란 평이 나왔다.
다만 스팩 M&A 성공률이 ‘반반’이라는 점은 투자자들이 감안해야 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미국에서도 2003년부터 최근까지 115건 스팩이 성사되고 72건이 청산됐다”면서 “한국 시장 성공률이 낮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윤재언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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