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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따라 새로 세우는 배당주 투자전략
입력 : 2014.09.12 14: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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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찬바람과 함께 불기 시작하던 ‘배당주 바람’이 올해는 정책 효과로 앞당겨지고 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업에 고여 있는 유보금이 투자와 배당, 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계로 흘러 가도록 만들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배당 확대 정책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 7월 24일 배당소득 증대 세제 도입, 연기금의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 강화, 배당에 대한 주주총회 보고 등 배당 확대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8월 6일에는 ‘2015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세금부담도 31%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여기에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기업이 임금증가, 배당, 투자 등에 지출한 금액이 당기소득의 일정비율에 미달하면 차액의 10%에 해당하는 추가 세금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투자와 배당확대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시장은 세제개편안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으로 인한 배당 여부에 쏠린다. 최대 6조원대의 배당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세 방식은 두가지다. 투자, 임금증가, 배당액을 합한 금액이 당기소득에 기준율(60~80%)을 곱한 금액보다 작을 때 차액의 10%를 세금으로 부과하거나(a안), 임금증가와 배당액을 합한 금액이 당기소득에 기준율(20~40%)을 곱한 금액보다 작을 때 차액의 10%를 세금으로 부과(b안)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두 가지 과세방식 중 유리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투자가 많은 제조업체는 a안을, 투자가 많지 않은 서비스업종 업체들은 b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주당순이익(EPS) 예상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들 가운데 종업원 수 300명 미만 기업과 2014년 적자가 예상되는 기업을 제외한 178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효과를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업들이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배당을 늘린다는 가정 하에 과세표준액 산정 시 기준율을 가장 느슨한 당기소득 60%·20%로 잡을 경우 총 12개 기업이 배당금액을 8417억원 늘릴 것으로 분석했다.
70%·30% 기준율을 적용하면 배당을 늘릴 기업 수는 30개로 늘어나고 배당금 증가액도 3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가장 강력한 80%·40% 기준율 하에서는 42개 기업이 배당을 늘리고 배당금 증가액은 6조5000억원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에 따라 기업별로 배당수익률이 최대 4.2%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준율이 80%·40%일 때 기업별 배당수익률은 우리금융이 4.2%포인트, 현대모비스 4.1%포인트, 기아차 3.4%포인트, 현대차와 휠라코리아가 2.8%포인트, 대림산업과 LIG손해보험이 2.3%포인트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배당수익률 변화 자체보다는 그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배당수익률이 증가했다는 것은 투자, 임금증가, 배당액의 합이 정부 기준선에 미달한다는 것으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당을 늘릴 유인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으로 인한 배당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배당을 늘린다는 가정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공제금액이 너무 커 실질적으로 부과되는 세금 규모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비연결 기준 세전 이익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 201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0억원 이상 추가 납부 의무가 발생하는 기업은 9개사에 불과하고, 총 추가법인세 합계도 1380억원에 불과하다”며 “배당 증가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지점장은 “한번 배당을 늘리면 다시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오너 지분율이 낮은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굳이 배당을 늘리지 않고 투자 확대를 통해 세금을 피해 갈 것”이라며 “향후 주주 환원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 경우에도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으로 대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기업소득환류세제보다는 배당소득 증대 세제가 보다 큰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상장 고배당기업의 배당금에 대해 분리과세를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한 대주주 입장에서는 이 기간에 배당을 늘릴 강력한 유인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배당소득 증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3년 평균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이고 총배당금 증가율이 10% 이상인 상장기업 혹은 3년 평균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평균의 50% 이상이고 총배당금 증가율이 30% 이상인 상장기업들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사들의 배당 관련 지표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정부 제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로는 코웨이, 골프존, SBS, 블루콤, 삼진제약, 서원인텍, 한라비스테온공조, GKL, 동서, 한일시멘트, 메리츠종금증권, 지역난방공사, 에스에프에이, 삼천리, S&T모티브 등이 꼽혔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배당 지표가 정부 제시 요건에 약간 미달하더라도 수익성이 높고 배당여력이 큰 기업들은 단기간에 배당금을 크게 늘려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배당주 펀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일반적으로 배당주 펀드는 액티브주식 펀드에 비해 변동성과 하락위험이 낮은 특성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액티브주식 펀드보다 수익률도 크게 앞서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경우 최근 3개월간 12%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동양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배당주펀드 평균 배당수익률은 1.38%로 국내 주식형액티브펀드 평균인 0.93%보다 0.45%포인트 높다.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1.87%에 달한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이 늘어나면 배당주펀드와 일반 액티브주식펀드의 배당수익률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배당주와 배당주펀드 시즌 영향력이 하반기 내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현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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