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튜 서덜랜드 피델리티 주식투자부문 아시아지역 총괄 | 개혁 바람탄 아시아 장단기 모두 최고 호기

    입력 : 2014.09.12 14: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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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럽에 이어 2014년 하반기에는 아시아(증시)가 뜬다. 외국인들이 4월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강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고 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경제가 회복될 뿐 아니라 남아시아 지역의 정치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피델리티가 아시아 증시의 부활을 노래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 지역으로 투자자금이 순유입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시장의 분위기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3월 1993.48까지 떨어졌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8월 15일 기준 2226.73으로 저점 대비 11.7%나 상승했다. 지난 2월 2만193.35까지 떨어졌던 인도 센섹스지수는 8월 2만6103.23으로 29.3%나 뛰었다. 이 같은 아시아증시의 급등은 이미 끝난 것일까, 아니면 장기적 추세로 연결되는 것일까. 매튜 서덜랜드 피델리티 주식투자부문 아시아지역 총괄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서덜랜드 총괄은 아시아 시장이 단기나 장기 모두 긍정적이라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단기적 추세와 장기적 추세를 나누어 생각해 보자. 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아시아로 전술적 자산 배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시아 시장이 그동안 소외되었는데, 특히 중국과 한국이 매우 저렴해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들어 구매관리자지수 등이 개선되는 등 아시아 지역이 동반 경기회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과 한국 등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 때문에 이러한 단기 추세는 앞으로 3~6개월 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 구조적 추세도 존재하는데, 이 또한 아시아 지역에 매우 긍정적이다. 서구보다 훨씬 더 빠른 경기성장, 더 강력한 경기 펀더멘털(재정 경상수지 및 부채), 소비력이 있는 중산층의 증가가 이러한 장기적 추세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시장친화적이고 개혁적인 새 정부가 출범했다. 개혁은 아시아 주식시장의 장기 초과수익률 달성을 이끄는 또 다른 중요한 동인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아시아를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투자하기에 매우 좋은 투자처로 만드는 요인들이다.”



    최고 유망지역은 한국·중국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꼽아 달라는 주문에 서덜랜드 총괄은 주저하지 않고 북아시아 지역을 추천했다.

    “북아시아 주식시장은 현재 아세안 지역을 상회하고 있는데, 한국과 중국이 실시 중인 경기부양책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국가는 탄탄한 경기 펀더멘털, 낮은 밸류에이션 수준 등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판단된다.”

    그는 특히 서남아시아의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대해 두 국가 수반의 이름을 딴 mojo(긍정적 의미의 ‘마력’)라는 단어를 써가며 극찬했다.

    “(두 나라는) 시장친화적이고 개혁적인 정권이 출범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망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치적인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서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이 두 국가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국 증시가 지나치게 저평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지만 불투명성 상황 때문에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수익성장 대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점에 동의한다. 내수와 수출 부문 모두 잘되고 있고 성장 전망이 밝은 우량기업이 많이 있음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낮은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밸류에이션이 낮은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지정학적 리스크나 기업지배구조 등이 저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중국 시스템 리스크는 없다 그는 중국엔 투자할 대상이 아주 많다고 했다. 특히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부동산이나 중국을 제외한 쪽에서 투자대상을 찾는다고 했다.

    “부동산과 은행 업종이 현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들 업종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우 부정적이던 투자심리가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시장에 존재하는 순환적 추세를 인지하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

    피델리티가 최근 중국 부동산이나 은행을 제외한 쪽에 투자를 하는 데 대해 그는 이들 두 업종에 대해 항상 강한 비중축소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단지 지금 다른 쪽에서 더 좋은 종목들이 많아 그쪽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피델리티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전반적으로 부동산과 은행 이외의 업종에서 유망한 투자기회를 더 많이 발굴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 프로그램은 투자 주도형에서 소비 주도형으로 경제모델을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소비력이 있는 중산층의 증가로 수혜를 입는 업종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재 업종 자체에 속한 종목뿐 아니라 인터넷, 기술, 헬스케어, 비은행 금융기관 등 업종도 포함된다.”

    그는 특히 시스템 리스크를 걱정해 중국을 멀리하는 것은 난센스란 입장을 보였다.

    “그림자 금융과 부채와 관련해 최근 수년 동안 투자주도 경제성장 모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신용이 축적된 결과 일부 영역에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업종에서 부실채권이 증가할 수 있고 그림자 금융에서 제공되고 있는 일부 자산관리 상품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은 현재 시스템(체계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유동성이 충분하고 보유 자산 규모도 충분한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리만 브라더스 식 쇼크가 중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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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올랐지만 여전히 유망 지난 몇 달 동안 인도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했지만 피델리티는 여전히 인도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비중확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매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서덜랜드 총괄은 “그렇다”고 단언했다.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로 당선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흥분했고, 외국인 순매수가 일 년 가까이 지속된 결과 MSCI 인디아 지수의 PER는 3%포인트 상승한 16.6배를 기록하고 있다.(향후 12개월 추정치 기준) 그러나 인도는 향후 12개월 EPS가 대만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 시장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주가수익성장비율(PEG) 기준으로 보면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다.”

    그는 특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으로 의사결정이 개선되고 구조적 개혁과 새로운 투자 사이클이 시작됐으며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러한 이슈들은 향후 수개월 동안 인도 주식시장을 부양하기에 충분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인도 역시 리스크는 있다.

    “인도는 낮은 임의소비재 및 금융상품 보급률, 도시화 가속화, 인프라 개발 필요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내수 투자테마 국가 중 하나이다. 따라서 임의 소비재, 금융, 산업재 업종에서 이러한 구조적 추세에 수혜가 예상되는 우량기업을 발굴할 것을 권한다. 정보기술(IT) 기업, 복제의약품 업체 등 일부 수출 업종도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라 수혜를 입고 있다.”

    다만 투자위험을 줄이려면 시장보다 기업을 보라고 했다.

    “인도 투자의 위험을 줄이려면 경영진이 우수하고 사업모델의 확장성이 뛰어나며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인 기업들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상향식 리서치를 시행한다면 대부분의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



    유동성 풍부한 상태 상당기간 이어진다 지난 2년여에 걸쳐 미국 FRB의 양적완화 축소는 아시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양적완화는 언제쯤 종료될 수 있을까. 이것이 아시아 증시에 다시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해 서덜랜드 총괄은 양적완화가 언제 끝날 것으로 보느냐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양적완화의 종료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 혹은 천천히 진행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양적완화에서 탈출이 너무 일찍 진행된다면 서구의 경기회복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끝날 위험이 있다. 반대로 너무 늦게 진행되면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빨리 상승하고 자산거품이 쌓여 터질 위험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시장에서는 너무 이른 탈출보다는 늦은 탈출을 선호할 것이다.”

    통화정책과 경기 방향의 전환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언제 정책을 바꿀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연준이 양적완화 탈출을 시작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상태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준 이외에 다른 중앙은행들도 존재한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더라도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BOJ)이 양적완화를 최대로 시행하여 유동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켜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ELS 투자 예상치 못한 위험 봐야 한편 한국에서 주식보다 ELS 등 파생상품 추천이 활발한 데 대해 서덜랜드 총괄은 예상치 못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화 상품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조화 상품이나 주식의 상대적 매력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 30여 년간 일했고 투자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파생상품에 연계된 원금보장형 상품의 위험은 비전문가가 판단하기 매우 힘들다. 무위험 수익률을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모든 상품에는 위험이 존재한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도 높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품은 블랙스완(Black Swan)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괜찮은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주식은 일반적으로 위험과 불확실성을 파악하고 평가하기가 좀 더 쉽다.”

    매튜 서덜랜드 주식 분석 쪽만 30여 년간 담당한 전문가다. 영국 엑스터대 출신으로 영국은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주식 관련 다양한 면허를 갖고 있다. 영국에서 10여 년 주식 업무를 하다가 아시아로 와서 BNP파리바 필리핀 리서치 담당 이사, 홍콩 HSBC증권의 리서치 헤드, 대만 유안타 증권의 국제 주식리서치 헤드 등을 역임했다. 2006년 리서치 담당 이사로 피델리티에 합류해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다 2010년 이후 아태지역을 관리하는 리서치 헤드를 맡아 왔다. 최근 홍콩 주재 아시아 주식투자부문 총괄로 선임돼 피델리티 아시아의 주식 관련 상품 전반과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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