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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 백조 됐다는데 알짜는?
입력 : 2014.06.18 1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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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잔고는 70조9402억원으로 1년 새 24.2%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 수도 87만4524명으로 같은 기간 7만2000여 명이 늘어났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란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해 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에 투자된 고객의 돈을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한다.
코스피가 수년째 지수1850~2050 박스권에 갇힌 답답한 상황에서 랩어카운트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이들 상품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견조한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펀드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5월 9일 기준)은 -0.78%로 저조하다. 또 국내혼합형펀드와 국내채권형펀드 수익률도 1.20%, 1.60%에 불과하고, 코스피의 최근 6개월 수익률도 -1.05%로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선을 랩어카운트로 돌리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내는 증권사들이 상당하다.
신영증권의 랩어카운트 상품인 ‘신영가치투자형 랩’의 최근 3개월 및 6개월 평균수익률은 각각 27.45%(최저 20.05%, 최고 30.58%), 31.48%(최저 23.05%, 최고 34.92%)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설정액은 현재 1060억원으로 연초보다 236억원이 증가했다.
신영가치투자랩의 수익률은 현재 펀드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자랑한다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6개월 수익률 6.18%)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신영가치투자형랩은 최근 재테크 시장의 대세인 가치투자전략이 투영된 상품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종목 10여 개를 발굴해 집중투자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추구한다.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만큼 불필요한 거래비용이 없고, 운용 담당자가 직접 투자대상 기업을 탐방하며 발로 뛰는 발굴작업을 펼치는 점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가치투자 전략은 성과가 우수한 여러 증권사 랩어카운트 상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가치투자전략을 표방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인 ‘신한명품 세븐아이즈 자문형랩’의 최근 3개월 및 6개월 수익률은 4.9%, 17.4%로 탁월한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2011년 12월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은 58.89%에 이르러 장단기 성과 모두 우수하다.
랩어카운트의 이 같은 우수한 성과는 2012년 자금이 대거 이탈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랩어카운트는 2010~2011년 상승장 당시 큰 인기를 끌었지만, 하락장 국면에서 코스피 하락률의 2배에 이르는 손실을 내는 랩어카운트가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는 당시 랩어카운트의 다수가 주식형랩 상품이었던 탓이다. 여전히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주로 국내 주식투자 방식으로만 운용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계약잔고는 랩어카운트 상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말 현재 2조5469억원으로 1년 새 31.6% 급감한 상태다.
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 배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출시하며 상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2월 출시한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 랩어카운트’는 국내에서 투자 가능한 3301개의 글로벌 공모펀드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경제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꾸준한 인컴소득(배당, 이자)에 무게를 둔 상품도 인기몰이 중이다. 동양증권은 글로벌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한결같이 배당 및 이자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인컴펀드에 투자하는 자산배분형 상품인 ‘글로벌본드플러스랩’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의 최근 3개월 및 6개월 수익률은 각각 3.58%, 3.78%로 견조한 성과를 달성 중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배당주에 관심이 높아진 고객들을 겨냥한 ‘아임유 랩-고배당주’를 판매 중인데 최근 3개월, 6개월 가중평균수익률이 각각 6.2%(최고수익률 7.0%, 최저수익률 6.01%), 4.38%(최고수익률 4.87%, 최저수익률 4.18%)로 뛰어나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여전히 유행 증권사들이 최근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표방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고 있는 점도 랩어카운트로 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펀드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치주 펀드에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단기 매매로 플러스알파 수익률을 노리는 펀드랩, 월말과 월초에 주식을 사면 수익률이 높다는 ‘월말월초 효과’를 이용해 ETF를 사고파는 랩, 배당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배당주 랩, 특허 받은 분할매수기법을 활용하는 랩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사별로 상품 특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ETF를 통해 짧게 짧게 매매하면서 발생하는 수익률을 매달 차곡차곡 쌓아 누적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 랩-한국밸류펀드’는 가치투자로 명성이 높은 한국밸류자산운용의 4개 펀드에 자산의 60%를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은 ETF 등 인덱스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랩 상품이다. 주식시장 상승기에는 주로 주식 ETF에 투자하고 하락기에는 채권형 자산에 투자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자산 보유 기간을 연중 30% 이내로 제한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월말월초 효과 등을 노려 수익을 내는 ‘신한명품 지속수익추구형 ETF랩’을 내놨다. 우리투자증권은 ETF 분할매수 전략을 활용하는 ‘스마트인베스터’를 판매 중인데 출시 1년 만에 1만 계좌를 달성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수현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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