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줄이고 투자자산 늘려갈 때

    입력 : 2014.06.18 16: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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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게 2016년이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시기는 2016~2018년 사이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의 관점에서 재테크나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때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5월 초 매일경제가 주최한 머니쇼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무조건 재테크를 한다거나 돈을 모으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시대변화에 맞춰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산을 축적하는 단계, 관리하는 단계, 이전하는 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했다. ‘축적’의 단계는 경제활동이 왕성할 때로 본인의 근로소득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시기. ‘관리’의 단계는 본인의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을 함께 불려가는 단계인데 이때부터 절세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전’의 단계는 60세 이상으로 이전비용, 절세 등을 고려해 사전증여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부소장은 “1980년대 20~25% 선이었던 금리가 지금은 2.5%대로 떨어졌다. 이제 두 자릿수 금리는 박물관에나 가서 볼 수 있다. 그만큼 돈 모으기가 힘들어졌다”며 재테크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실질금리가 제로이기에 현금이 왕(cash is king)이라는 것. 은행에 가는 대신 현금을 들고 있다가 적당한 대상이 나오면 산다는 것이다. 김 부소장은 “한국은 소득 3만달러 시대로 가는 시기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시기가 맞물려 있다”며 이 관점에서 자산관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득 2만달러 시대엔 자산 축적의 관점에서 보았다면 3만달러 시대는 관리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보유자산을 어떻게 사용하고 또 어떻게 금융화, 연금화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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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저 2고 시대 자산 포트폴리오 바꿔야 그는 5저 2고 시대가 열린다고 했다. 자산가치나 물가 금리 고용 성장률 등은 내려가고 고령화와 고소득 시대로 간다는 것. 다시 말해 금융자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부동산 비중은 줄어들 것인데 여기서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관심사가 됐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축적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생이 피곤하다. 금리가 그렇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은행예금 비중이 8% 정도 줄었고 증권이 5% 정도, 보험이 5.5% 정도 늘었는데 이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는 40~50대라고 했다.

    “자산 관점에서 가장 불행한 세대는 70년 개띠로 대표되는 40대다. 58년 개띠는 산업화를 거치며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있었다. 반면 70년 개띠는 자산을 꼭지에서 구입했다. 아파트가 20평대에서 30평대로 갈 때가 2008년 즈음이었으니 꼭지점에서 샀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하우스푸어의 대표가 70년 개띠다. 그래서 40대가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노후가 두렵기 때문이다.”

    50~60대도 투자에 적극적인데 금리가 너무 낮아서라고 했다. 김 부소장은 “부동산은 과거 같은 대세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세상승이 다시 올 수 있다고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 지금 정도의 낮은 수익률이라면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보다는 오히려 비슷한 수익률에 유동성이 높은 우량 회사채가 훨씬 유망한 투자대상이란 얘기다.

    저금리와 장수 리스크 고려할 때 김 부소장은 이제 저금리와 함께 장수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를 시작할 때도 됐다고 강조했다. 고금리 시대엔 금융자산만 가져도 충분히 노후대책이 가능했으나 저금리에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선 안전자산만으론 노후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금융자산 1억원을 들고 있는 40세 김 모 씨가 연 3.75% 금리의 상품으로 투자할 경우 기대수명을 79세만 잡아도 은퇴준비도는 47%에 불과하나 적극적으로 투자상품을 찾아 기대수익률을 1%높이면 은퇴준비도는 59%에 달해 물가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현재 수입의 74% 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부소장은 지난 10년만 보더라도 여러 자산 중에서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높게 나왔다며, 앞으로 10년 정도는 주식형 펀드를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등으로 기대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투자기간을 길게 가져감으로써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고도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일찍부터 노후대비 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그는 이를 ‘현명한(WISE) 투자’로 요약했다.“월급을 받으면(wage) 투자하고(invest) 저축하고(save) 그러고 나서 즐겨라(enjoy). 나중에 나이가 들면 보험 가입하는 것조차 안 될 수도 있다.”

    김태우 부소장의 상속 제안 “줄 거면 빨리 주고 부양의무 계약서 써라“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고령화 시대는 노노(老老)상속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90대 부모가 60대 자식에서 부동산을 이전하는 게 행복한가. 줄 거라면 아예 빨리 줘라. 다만 부모 입장에선 그렇게 할 때 자녀들이 노후를 보장해줄지 걱정된다. 실제 부자간 소송이 붙었는데 아무 근거 없이 사전상속을 한 아버지가 패했다. 그런 점에서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줄 때 부양의무 계약서 같은 것을 확실히 쓸 필요가 있다. 세금 문제 등과 관련해선 유언을 적극 활용하라. 유언은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성명, 주소, 내용, 작성인, 날인 등이다. 실제로 모 대학은 기증을 받았는데 자식들이 무효소송을 걸었는데 기증서에 도장이 없어 대학이 패했다.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 순위를 ‘유언상속 > 협의상속 > 법정상속’ 순으로 정하고 있다. 법정상속은 배우자와 자녀가 1순위로 상속재산을 균등분할하되, 배우자에게는 50%를 가산해 권리를 인정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사전상속을 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무엇을 주려고 할 때 관리가 걱정될 수도 있다. 사후 아들이 이혼하면 자산이 손자에게 넘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하면 기관이 나서서 직접 전해준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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