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거인’ 변신에 투자방향 보인다
입력 : 2014.04.08 17:51:53
-
박희운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상무)은 “모델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운용 프로세스를 변경한 것은 중장기 안정적 수익률을 시현한다는 회사의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펀드매니저에 의존함으로써 좋을 때는 아주 성과가 좋게 나오지만 자칫 그 반대가 되어 성과가 아주 나쁘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것이다.
“매년 전체 펀드의 중간보다 약간 나은 정도의 성적으로 10% 전후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낸다는 개념이다. 베팅을 강하게 해 어느 해는 상위 5% 이내로 갔다가 그 다음 해는 하위 95%로 떨어지는 것은 삼성의 스타일이 아니다.”
박희운 센터장의 설명이다.
안정적으로 업계 상위권 수익률 추구 장기적으로 볼 때 중간 정도의 수익을 매년 꾸준히 내는 게 누적하면 오히려 높은 수익률로 연결된다는 모델 포트폴리오의 기본 개념이라고 했다.
박 센터장은 “과거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을 벤치마킹했는데 선진국일수록 모델 포트폴리오 방식을 많이 채택했다. 아메리칸 펀드를 운용하는 미국 최대 액티브 펀드회사인 캐피탈사도 모델 포트폴리오 방식의 운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미 모델 포트폴리오 중심의 운용을 하려고 지난해부터 시뮬레이션을 해서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또 1년여의 기간을 두고 모델 포트폴리오를 짜는 핵심 인력인 시니어 애널리스트 등도 대거 채용했다.
박 센터장은 “모델 포트폴리오로 가려면 리서치를 강화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포트폴리오를 짜기 때문이다. 미국 캐피털의 경우 애널리스트의 평균 경력이 20년 정도다. 삼성자산운용 애널리스트 11명의 평균 경력은 17년이나 된다. 국내 어떤 운용사도 이 정도 커리어를 갖춘 애널리스트 집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증시와 기업의 부침을 수없이 겪은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이 발굴한 유망종목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겠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는 전체 상장종목을 검증해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 70~80종목 정도로 모델 포트폴리오를 짤 방침이다.
박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의 65%정도를 복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크 복제에서 제외되는 35%로 전망이 좋지 않거나 부실한 기업, 거래량이 적은 종목 등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짰다고 그대로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엔 펀드매니저들이 다시 검증해 그 안에서 유망종목만을 가려내 보다 적은 종목으로 실제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렇게 되면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그로스 펀드의 복제율은 55% 내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운용업계의 돈가뭄 속에서도 삼성자산운용에는 지난해만 7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이렇게 들어온 127조원이 넘는 자금들은 모두 안정성을 중시하는 삼성 스타일을 선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생각이다. 그런 투자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장기 안정적인 운용을 하겠다는 것이다.
“리서치센터의 자료는 철저히 내부용이다.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고객의 자산을 맡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수탁자(fiduciary)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리서치 자료는 회사 모델 포트폴리오 외에 펀더멘털 ETF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헤지펀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으로도 활용할 것이다.”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저금리 구조 하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주식투자 수요를 감안한 것으로도 보인다. 선점한 주식이 상승할 때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있는 것이다.
“출산율이 뚝 떨어져 71년생의 경우 86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취학아동이 올해는 44만 명으로 줄었다. 대한민국은 인구구조로 볼 때 장기간 저금리가 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전 16%였던 금리가 최근 국고채 기준으로 3% 전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저금리에선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 수익을 내지 못한다. 주식이나 사모펀드 등으로 돈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도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상황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주식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이 때문에 우량주를 선점할 경우 PER 상승에 따른 차익을 누릴 가능성이 큰데 모델 포트폴리오는 이런 목적으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미 주식운용 부서의 진용도 이런 방향으로 갖췄다.
최근 영입한 이승준 CIO가 이끄는 Growth주식운용본부에선 모델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국내 간판급 우량 종목들을 중심으로 장기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게 된다.
미래에셋과 KTB에서 주식운용본부장을 역임한 이승준 CIO는 상승장에서 모멘텀 투자로 상위권 수익률을 지키면서도 하락장에서도 방어력이 좋아 안정적 성과를 내는데 적합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승진한 민수아 본부장이 담당하는 Value주식운용본부는 장기투자로 나스닥 종목처럼 고수익을 내는 가치주나 중소형주에 초점을 맞춰 장기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민 본부장은 지난 3월 17일 기준 3년 수익률 45.19%, 5년 수익률 190.89%나 되는 ‘삼성중소형포커스 펀드’를 운용해 업계 최고의 가치 및 중소형주 매니저로 꼽히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리서치센터 강화로 투자종목의 리스크를 최대한 제거해 보다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운용 헤지펀드본부는 주식롱숏에 CTA(자산가격 방향성에 투자)를 가미한 펀드와 아시아 주식 롱숏을 보조전략으로 활용하면서 트랙레코드를 쌓아가고 있다.
2009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국 본토 투자에 필요한 외국인적격기관투자자(QFII) 자격을 획득해 국내 최대 규모의 중국 본토 A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아세안 6개국에 분산 투자하는 아세안 펀드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아세안 펀드는 3년 수익률 47.29%(3월 14일 기준)로 지난해만 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아 신흥아시아 지역에 설정한 국내 펀드 중 최대이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주식과 채권을 대상으로 시황에 따라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삼성 미국 다이나믹 자산배분 펀드’도 출시한 바 있다.
이 펀드는 삼성생명 뉴욕법인과 뉴욕생명 하위 채권 운용전문회사 맥케이쉴즈가 미국 주식과 채권에 각각 40% 비율로 투자하며 나머지 20%를 뉴욕생명자산운용이 미국 주식 ETF,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설정 후 6개월 만에 7.86%(3월 14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