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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블랙프라이데이’…한국 소비자들이 더 열광?
입력 : 2014.01.09 10: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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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크리스마스 세일에 들어가는 공식 시작일을 이 블랙프라이데이로 잡는다. 당연히 유통업계에선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매출액으로 한해 벌이 추이를 대략 점친다.
블랙프라이데이에서 그 다음주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까지가 보통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이라고 불린다. 이 주말을 이용해 대거 할인하는 쇼핑몰이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넘쳐난다.
외국 유명 브랜드를 1년 중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원래 블랙프라이데이부터 그 다음 주 월요일 사이버먼데이까지 세일 기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외국 구매 사이트들은 아예 11월 마지막 주 전체 동안 관련 세일을 펼쳤다고 보면 된다.
한국 소비자들은 11월 마지막 주가 다가오자마자 외국 사이트에서 물품 ‘직구(직접 구매)’에 나섰다.
구글을 비롯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캐나다구스 등 고급 의류를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국내로 수입되는 화장품의 경우 본사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싸게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바비 브라운은 ‘블랙프라이데이 엿보기(Sneak Peek)’ 이벤트로 어떤 제품을 구매하든 정품 립글로스와 마스카라 등을 선착순으로 무료 배송했다. 스틸라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맞아 제품을 최대 80% 할인하는 이벤트도 펼쳤다.
본격적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한국 소비자들은 사이트 접속에 폭주를 시작했다. 우선 랄프로렌, 폴로, 짐보리 등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제품을 구입하는 열혈 직구족 덕택에 국내 온라인마켓 옥션의 해외쇼핑 코너 ‘원클릭 직구’ 이용자는 평소보다 수십 배 늘어났다.
2012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한국 서버의 접속을 차단해 논란을 빚었던 갭(GAP) 본사 홈페이지도 2013년에는 접근을 막지 않아 평균 40%대의 할인율을 누리려는 국내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에 맞춰 대규모 해외 패션 할인행사에 나선 국내 오픈마켓도 톡톡히 ‘블프’ 특수를 누렸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인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이틀간 G마켓과 11번가의 해외쇼핑 매출은 재작년보다 무려 80%나 뛰었다. 작년 11월 25일부터 일주일간 아베크롬비, 마크제이콥스 등 해외브랜드 아이템을 최대 70% 저렴하게 선보인 옥션도 이 기간 해외브랜드 매출이 2012년보다 35%, 일주일 전보다는 60% 늘었다.
2012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아베크롬비와 홀리스터 같은 중저가 캐주얼이 대세였지만 2013년에는 고가 패딩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이 유독 인기를 누렸다.
사실 해외 ‘직구’는 다소 떨리고 불안한 일이다.
‘결제까지 했는데 배송 안 해주면 어쩌지? 할인 많이 받으려다가 피 같은 내 돈만 날아가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잘 가려보면 정말 싸게 살 수 있는 페이지들이 많다. 해외 직구족들의 대부분은 중저가의 화장품이나 의류를 선호한다. 대형 TV나 가전, 고가 의류는 배송 불확실성이란 우려 때문에 아무리 업체가 ‘안전’을 홍보해도 소비자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 화장품 전문몰인 ‘ULTA’는 44달러짜리 아이섀도우와 립글로스 제품을 10달러에, 200달러 상당의 색조화장 세트를 17달러에 판매하는 등 대대적으로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전문숍의 제품은 국내에서 구매 대행해주는 사이트를 이용해도 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유용한 해외 직구를 위해서는 과감한 직접 배송 또는 간접 배송 대행을 거치면 간단하다. 멀고 먼 미국에서 한국까지 상품을 직접 보내주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그 비중은 낮다. 현지 업체 상황에서도 먼 타국까지 상품을 직접 배송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다양한 배송 대행업체(일명 배대지)가 있다. 이들은 국내 소비자가 외국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현지에서 대신 수령해주고 한국 주소로 보내준다.
다만 이 경우 배송 대행업체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택배를 받을 때 택배비를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이 같은 수수료가 붙어도 국내 오프라인몰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외 직구를 선호한다.
배송뿐 아니라 아예 구매를 대행해 주는 곳도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찍어 구매 대행업체에 견적 의뢰만 하면 이들 구매 대행업체가 결제부터 배송까지 한번에 도와준다. 심지어 취소와 교환, 환불까지 책임진다. 다만 배송 수수료보다 구매 수수료가 더 비싼 건 당연하다.
다시 배송 대행으로 돌아와 보자. 국내에 있는 배대지는 몰테일, 유니옥션, 뉴욕걸즈, 위메프 박스, 아이포터 등으로 다양하다. 포털에서 이들 이름을 검색만 해도 사이트가 줄줄이 올라온다.
이들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해외 쇼핑몰 링크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된다. 이후 배송 대행업체 사이트로 돌아와 배송 대행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그렇다면 결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체크카드의 경우 비자나 마스터 카드를 써야 한다.
면세 한도도 늘어났기 때문에 살 수 있는 품목 폭은 더 다양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덕택이다. 한도는 150달러에서 200달러로 늘었다. 의류, 신발, 서적 등을 200달러 이하로 사면 면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주의할 게 있다. 외국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할 때 현지 통화가 아닌 원화로 카드결제를 하면 3~6% 정도 추가수수료가 부과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외국 가맹점에서 원화로 결제하면 현지 통화로 결제할 때와 달리 거래금액을 고객의 자국통화로 표시해 결제하는 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 서비스가 실시돼 이에 따른 수수료가 붙는다.
따라서 카드 이용자는 원화에서 달러화, 달러화에서 다시 원화로 환전된 금액과 DDC 수수료까지 붙은 최종 청구를 받게 돼 처음 해외 사이트에서 결제한 원화금액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원화 결제를 권유하거나 별도의 안내 없이 원화로 결제해 버리는 해외 사이트도 다수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적 개선과 함께 카드사와 해외 가맹점 측의 알림 고지 역시 의무화돼야 하는 이유이다.
11번가가 최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자사 고객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소비자 40%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제품을 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예상 지출 금액은 10만원 이상이 36%로 가장 높았다.
직구의 묘미에 빠져 있다면 사실 헤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제품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은 또 있다. 국내 온라인 마켓을 활용하는 것이다. 바로 이들이 앞서 얘기한 구매 대행업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몰은 11번가, 옥션, G마켓 등으로 다양하다. 인터넷뿐 아니라 모바일로도 쇼핑이 가능하다. 블랙프라이데이 이후에도 이들 온라인몰에서는 올해 초까지 각종 외국 브랜드를 저렴하게 판다.
기존 배송 대행업체가 구매 대행을 겸하기도 한다. 위메프 박스의 경우 해외 쇼핑몰 상품 장바구니 담기 → 1대1 견적 문의 등록 → 견적 확인 후 주문·결제 → 주문 상품 도착 순서로 이어진다.
해외 쇼핑몰의 장바구니 담기가 어려우면 사이트명과 상품 링크, 사이즈, 색상, 수량 등의 정보만 입력해도 견적 문의를 할 수 있다.
위메프 박스는 특정 금액 이상 구매대행 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에게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서진우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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