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 모든 펀드 플러스 수익 낸 비결? 미치게 사고 싶던 상황서 버텼죠

    입력 : 2014.01.09 10: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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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증시가 횡보를 했는데도 마이너스 난 펀드가 없었던 것은 전 펀드가 코스피를 6~7%가량 아웃퍼폼(초과수익을 냄) 했기 때문이다. 모든 펀드가 벤치마크를 아웃퍼폼하도록 구성됐는데 코스피가 횡보했으니 수익률이 플러스가 됐다.” 운용 중인 17개 주식형펀드 전체에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김영호 대표는 그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팀 어프로치를 한다. 우리는 전체가 팀으로 투자하지 개별 매니저에 의존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리서치 중심의 투자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버텀업 방식의 접근을 한다. 철저히 개별종목에 대한 연구를 거쳐 투자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각 매니저가 70%를 의무적으로 복제하고 나머지만 자율적으로 운용토록 한다는 것. 이를 벗어나면 바로 경고를 하니 전 펀드의 수익률이 고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인덱스 펀드나 롱숏펀드까지도 철저히 리서치에 입각해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많은 운용사들이 이 정도는 한다고 하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전차(電車) 위주로 갔을 때에도 우리는 전기전자나 자동차 주식을 많이 담지 못하게 했다. 트래킹 에러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엄격히 통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트레킹 에러를 7% 이내로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지수 움직임에서 7% 이상 벗어나지 못하도록 해 종목은 당연히 지수 구성비를 유사하게 따라간다는 것이다.

    “매니저가 사고 싶어 안달하는 종목이 있더라도 트래킹 에러 이내에서만 더 살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처럼 엄격히 트래킹 에러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주도업종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쉽게 방향을 전환해 따라갈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오를 때 관련 종목을 사고 싶어 못 배길 정도라도 사지 않고 인내한 대가가 우리의 수익률이다.”

    급등하는 종목을 넣지 않으면 수익률 따라가기가 힘든 상황이라도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막는다는 것. 이게 트러스톤만의 운용철학이자 리스크 관리 비법이라고 했다. 특히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주가가 내재가치에 가까워지면 과감히 버리고 시장에 열풍이 불더라도 사지 않는다고 했다. 트러스톤의 수익률은 그만큼 철저히 위험을 통제한 뒤 얻는 성과인 것이다.

    “이런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것은 트러스톤의 소유구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은 현 임직원이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인의식을 갖고 운용한다. 또 어느 계열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독립경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경영안정성이 오래도록 유지되고 있는 점도 운용철학을 잘 지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런 의미에서 ‘운용철학’은 트러스톤의 마케팅 포인트라고 밝혔다.

    “2013년은 공모펀드의 자금이 빠져나가 업계 전체가 어려운 한 해였다. 이 상황에서 운용사는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를 오래 생각했다. 혹자는 수익률이라고 하는데 그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건 아니다. 결국 운용사는 운용철학을 파는 회사라고 정의했는데 많은 고객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펀드의 운용철학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트러스톤이 성장주 펀드의 강자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사실 트러스톤의 전 펀드는 어느 정도 가치주 펀드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실제 가치주 펀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칭기스칸이나 제갈공명 등 일반 주식형 펀드가 처음 트러스톤의 주력이었다. 밖에서 볼 때는 많이 팔린 이들 상품이 잘 나가자 성장주 펀드의 강자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철저히 내재가치가 주가에 비해 높은 주식을 언제든 산다. 우리도 사실 가치 중심의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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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위험 중수익 펀드 관심 가져라 김 대표는 또 올해 출시한 가치주펀드인 ‘밸류웨이’의 수익률도 상당히 양호하다고 귀띔하면서 최근엔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식형 펀드 가운데 일반 주식형은 시장 위험이 있다. 코스피 대비 6~10%의 초과수익을 내더라도 시장 전체가 좋지 않으면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2013년에 핵심으로 내세운 게 혼합형이다.”

    트러스톤의 다이내믹코리아50펀드는 자산의 50%를 채권으로 담고 50%를 롱숏전략으로 헤지펀드처럼 운용하고 있다. 2013년에 이 펀드로 7000억원 정도가 유입됐다는 것.

    “최근 고객의 위험 선호 패턴이 바뀌고 있다. 요즘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이런 펀드가 시장에서 자리 잡는 초기 국면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펀드가 역할을 많이 했다.”

    주가가 횡보를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인덱스펀드나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펀드가 매년 꾸준히 플러스 수익을 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롱숏 펀드는 연간 8% 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이내믹코리아50펀드는 지난 12월 9일 기준 1년 수익률이 12.77%로 나왔다. 최근 2년 수익률은 21.03%로 같은 기간 코스피가 6.7% 오른 것에 비하면 아주 놀라운 수익률이다. 특히 설정일(2011년 6월 27일)이후 수익률은 21.14%로 이 기간 코스피가 4.33%나 하락한 것에 비하면 초과수익률이 25.47%나 된다. 이처럼 수익률이 안정적이라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 8% 정도의 수익률이라도 2.5~2.8% 선에 머무는 국고채 수익률의 3배 정도나 되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이 펀드의 장점을 변동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꼽았다.

    “이 펀드는 2013년에 월간 수익률 최저가 마이너스 1.7%였다. 코스피가 7% 이상 빠질 때도 그 정도밖에 빠지지 않았다. 이처럼 변동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수익률이 일시 하락하더라도 금방 회복한다.”

    새해 증시 소폭 상승 예상 2014년 시장에 대해 김 대표는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는 오랫동안 언제 주식 시장의 붐이 일어나고 언제 버블이 꺼지는 지를 연구했다. 주식시장에 붐이 일 때는 성장률이 장기평균 이상이거나 인플레이션이 장기평균 이하일 때였다.

    그 두 가지 중 하나가 완성되면 붐이 생겼다. 2014년은 성장률 전망은 낮으나 인플레이션이 장기평균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에 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여기에 하나 더해 기술진보도 들 수 있는데 그것은 아직 기대할 게 아니다. 그런데 2014년엔 미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2.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경우 세 조건 가운데 두 개가 충족된다. 미국 증시는 계속 상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한국 시장은 중국의 경착륙이나 일본의 엔저라는 두 가지 변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엔저는 지속될 것이고 낮아진 중국의 성장률이 2014년에도 별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성장궤도로 복귀하고 유럽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데서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되면 우리 수출이 늘어날 것이기에 2013년에 비해선 좋을 듯하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그는 2014년 증시의 시나리오를 연초 조정 이후 완만한 상승장이 이어지는 것으로 그렸다.

    “코스피 타깃은 2300에서 2350으로 보고 있다. 지금보다 15%정도 상승을 예상한다. 예전처럼 1000이었던 지수가 2000으로 뛰는 그런 장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주가상승의 근거를 이익 증가에서 찾았다. 2013년과 마찬가지로 PER 10배를 적용하더라도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15%정도 늘어날 것이기에 같은 PER 10배라도 주가는 그 정도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관련 섹터들이 2014년에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관련주로 꼽히는 철강이나 화학 기계 조선 운송 등 굴뚝산업은 중국 경기의 영향을 받고 전기전자는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구분으로 볼 때 화학주는 그림이 안 보이고 일부 철강이나 조선은 너무 싸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중국 관련주는 전처럼 올 베팅할 상황은 아니다. 그보다는 미국 관련 섹터가 주목받을 듯하다. 또 성장주보다 내수주 중 싼 업종이 두각을 나타낼 것 같다. 내수주가 싸지는 않지만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성장 여력이 있다.”

    포트폴리오 주식 비중 높여라 김 대표는 최근 투자자들의 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다며 이런 상황을 반영해 개인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고 권했다.

    “주식에 흥분한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 있을 때 공포에 떨거나 피크에 있을 때 돈 번 사람 얘기가 없어 차분하다. 이런 상황이므로 연말연초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바닥에서 주식을 채우는 게 좋을 것 같다. 40%정도를 주식으로 넣고 또 40%는 중위험 중수익 펀드에 넣고 나머지 20%를 채권으로 채우는 게 좋다.”

    금리 상승기라 캐피털 로스 가능성이 있는 채권 비중을 줄이라는 얘기다. 금이나 부동산 은행 예금 등도 모두 매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금은 달러가치의 변수인데 달러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있어 추가 하락 조짐이 있는 금은 대안이 아니란 것이다.

    실물자산으로 고려한 포트폴리오의 경우 장기적으로 30%정도를 권하던 주식(펀드 포함)은 40%로 높이고, 채권은 30%에서 20%로 낮추며, 은행예금 20%, 부동산 20%정도의 자산배분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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