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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이 다시 분주해졌다
입력 : 2013.12.12 14: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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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아파트가 노후화되고, 쉬운 수능 여파로 학원가 인기도 시들해졌다. 새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선 서초구 반포동이나 송파구 잠실동 등으로 이사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대치동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강남을 대표하는 교육 주거지의 명성도 빛이 바랬다. 그랬던 대치동이 요즘 들썩이고 있다. 급매물이 팔려나가고 추격 매수세가 붙어 아파트 값도 회복세를 보인다.
최근 분양된 대단지 아파트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 전 평형이 마감됐다.
자사고 면접선발 등 교육 특수 그동안 풀이 죽었던 대치동이 기지개를 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올 하반기 뜻밖의 ‘교육 특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수준별 수능시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대학 입시안을 바꿨다. 대치동 O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입 전형이 오락가락하니 혼란을 느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다시 대치동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대치동 학원가는 수능을 마치고 논술 시험에 대비하려는 수험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대치동에서 이름난 대형 학원 앞은 수험생과 이들을 태우고 온 학부모 차량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S공인 관계자는 “실수요자가 붙는 전세시장은 수능 이후 1000만~2000만원 정도 오른다”며 “은마아파트는 올해 초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밀리면서 이 시기를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더 오르기 전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교육 수요자가 많아 손바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에 면접 선발권을 부여한 것도 인기 요소다. 학교 내신성적은 절대평가라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면접이 합격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H학원 관계자는 “결국 학생의 ‘스펙’을 보겠다는 얘기와 같다”며 “자기계발계획서 등 서류와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상담하려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치동 매머드급 아파트 청약 ‘대박’ 대치동에 7년 만에 풀린 매머드급 아파트도 대치동 부활의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삼성물산이 대치청실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대치청실’이 청약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이달 초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일반분양 129가구 모집에 3336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25.9대1을 기록했다. 114㎡B형은 3가구 모집에 163명이 지원해 60대1의 최고 경쟁률을 찍었다. 분양 관계자는 “연초 대치동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헤맬 때만 해도 분양가(3.3㎡당 3200만원대)가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고 분양 일정도 못 잡아 분양소장도 여러 번 교체됐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치동이 곧 부촌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시장에서는 ‘래미안 대치청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2015년께 집값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나 반포자이 등을 웃돌 것으로 내다볼 정도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강남 8학군을 대표하는 지역은 대치동인 만큼 서초구나 송파구에서 대치동으로 다시 넘어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조만간 대치동과 반포동의 위상이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에 입성하려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래미안 대치청실 조합원 입주권 시세는 전용84㎡가 11억7000만원 수준(추가분담금 포함)으로 몸값이 계속 뛰고 있다. 올해 초 추가분담금을 제외한 입주권은 8억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9억7000만~10억원을 호가한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 태세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12월 중순 주민총회를 열고 추진위원장을 새로 선출하는 등 재건축 사업을 주도하는 추진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조합은 최근 입주민들에게 주민총회 소집 청구서를 발송했다. 조합 관계자는 “총회를 열기 위해 법적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은마는 강남 한복판의 대규모(4424가구)재건축 단지이지만 중층단지로 대지지분이 작아 종 상향을 해 용적률을 올리는 등 사업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우선적으로 조합 내분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주민총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은마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대치동 쌍용 1·2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닻이 올랐다. 지난 달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고시됐으며,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꾸리는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연초에 추진위가 발족하고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개포 주공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의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대치 청실 등 일부 단지가 분양에 나서면서 주민들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추진위가 꾸려지면 은마아파트보다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 쌍용 1·2차는 1983년 3월과 11월 각각 입주한 14~15층의 아파트단지로 1차는 5개동 630가구, 2차는 4개동 364가구로 구성돼 있다.
두 단지를 합쳐 총 994가구 규모인 대치 쌍용은 법적 상한 용적률 300%가 적용돼 최고 35층, 16개동 1706가구의 고층 아파트단지로 변신할 예정이다.
대치동 구마을에도 경사가 났다. 낡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서울시가 지난달 재건축 결정을 내리면서 최고 15~18층 총 979가구 중소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날개 잃고 추락했던 대치동 집값 반등 내리막을 걷던 대치동 집값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은마아파트 매매가는 올 초 전용 76㎡ 7억원, 전용 84㎡ 8억원 등 심리적 마지노선이 속속 무너졌다. 하지만 최근 전용 76㎡는 8억~8억1000만원, 전용 84㎡는 8억9000만~9억1000만원을 호가하는 등 5000만~1억원 가량 회복했다.
개포주공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단지 아파트 가격이 뒤로 밀리고 있지만 은마아파트는 꿋꿋이 버티고 있다. 쌍용대치2차 전용 95㎡도 연초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으며 대치삼성 전용 84㎡ 역시 가격 하락이 거의 없이 8억5000만~8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대치동 아파트 값은 지난 1~2월에 바닥을 찍었다”며 “기본적으로 교육·교통 여건이 좋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조금씩 가시화되면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영신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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