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뛰는 場… 투자 아예 컴퓨터에 맡길까

    입력 : 2013.08.09 16: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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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글로벌 증시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발언에 따라 울다 웃기를 반복했다. 그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낼 것이란 우려에 급락했던 자산들은 자금공급이 지속될 것이란 얘기에 순식간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덧붙여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유럽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베노믹스의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고 중국 경제도 호재와 악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덕분에 요즘 자산시장에선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이나 원자재까지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환율 역시 널뛰기를 지속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예측이 쉽지 않은 환경에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 조절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면 전문 투자자도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자칫 잘못된 자신감이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변동성 장세에 맞춰 펀드매니저의 주관을 배제한 운용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운용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통계적으로 검증된 금융공학기법을 바탕으로 한 퀀트투자전략이나 객관적 투자모델의 신호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들이 그렇다. 다시 말해 펀드매니저의 감각보다 컴퓨터의 분석에 운용을 맡겨보자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급등락 장에선 운용자의 판단력에 따른 액티브 전략보다 통계적으로 우수한 과거 레코드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공학기법이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게 이러한 투자기법의 논리다. 관련 상품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의 ‘Flexible Korea 랩’이나 대우증권의 ‘폴리원 랩’ 등이 있다.

    ‘Flexible Korea 랩’은 글로벌 자산시장 지표를 이용해 주식 등의 투자 비중을 제시하는 ‘에퀴녹스(Equinox)’ 투자모델을 바탕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0~100%까지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상품이다. 모델이 주는 신호에 따라 국내 대표 우량주로 구성된 KOSPI200 ETF에 투자하므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폴리원 랩’도 투자모델에 따라 투자하는데 제조업생산지수 등 경제지표를 점수화해 합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KOSPI200 ETF를 매수하고 밑돌면 매도한다. 두 상품 모두 절세효과까지 있어 투자자에게 유리한 KOSPI200 ETF에 투자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KTB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쿼크투자자문에서 구사하는 QQTS(Quark Quantitative Trading System)를 적용한다. 주식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지수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퀀트전략으로 투자한 해외펀드 반짝 ‘미래에셋 아세안셀렉트Q’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아세안(ASEAN) 지역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다. 국내에서 출시된 아세안 펀드 중 유일하게 계량분석 모델(Quant model)을 적용해 꾸준히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펀드는 개별 기업의 밸류에이션이나 성장성, 모멘텀, 안정성 등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종목을 선택한다. 펀드 매니저의 주관적 판단보다는 일정한 투자지표에 따라 냉정하게 운용한다. 예상치 못한 2011년 태국 대홍수 때 태국 증시는 크게 떨어졌으나 이 펀드는 가격 매력에 주목하고 적극 매수에 나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돌발 이슈 때 실적이 훼손되지 않는 주요기업 투자를 늘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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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말 월초에만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장마철에 비올 확률이 높아지듯, 투자에도 수익발생 가능성이 높은 기간이 있다. 2006년 ‘McConnel & Xu’이 발표한 논문 ‘Equtiy Returns at the Turn of the Month’에 따르면 월말월초의 수익률이 다른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높게 나왔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30개국에서 월말월초 현상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다.

    월말월초 효과의 원인으로는 기관투자자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관리를 위해 보유종목을 월말마다 집중 매수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윈도우드레싱’이 우선 거론된다. 또 매월 말 집중되는 대부분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나 월급이 지급되는 월말에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늘어난다는 통계 등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상을 활용한 ‘TOM(Turn Of the Month) 전략’ 상품도 있다. TOM 전략은 매월 마지막 영업일을 중심으로 월말과 월초 사이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통계를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흥국자산운용의 ‘흥국 GO&STOP 증권투자신탁 채권혼합-재간접형 펀드’는 주식의 월말효과를 이용해 매월 말 일정기간에만 주식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한다. 신한금융투자는 매월 마지막 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전에 기초자산 종가로 매입 후 다음 달 거래일 기준 3영업일 되는 날 매도하는 전략의 원금보장형 DLS를 판매하고 있다.

    관련 랩 상품도 많다. 미래에셋증권의 ‘Flexible TOM 랩’은 내부 기준에 따라 KOSPI200 ETF나 레버리지 ETF를 월말에 매수하고 월초에 매도한다. 투자기간 중 손실 기준 하회 시 로스컷을 실행해 변동성을 낮추고 손실을 제한하는 전략을 실행한다. 실제 투자 기간이 일반 인덱스 투자보다 짧아 예상치 못한 급락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거래횟수가 적어 거래비용도 저렴하다. 대우증권의 ‘M.driven 랩’도 KOSPI200 ETF 혹은 레버리지 ETF를 월말에 매수하는 유사한 전략을 구사한다.

    HTS로도 금융공학기법 활용 개인투자자도 HTS로 금융공학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동양증권 HTS에 탑재된 ‘MY tRadar’는 기술적 지표, 수급,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유망 종목을 실시간으로 발굴해준다. 변동성 장세에 컴퓨터가 제공하는 전략을 따라가는 전략도 고려해볼 때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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