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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펀드 오해와 진실
입력 : 2013.08.09 16: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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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유 자금이 생긴다면 기존 펀드에 추가로 불입하기보다는 신규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각 펀드마다 시작 시점을 다르게 해서 각 계좌에서 먼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한 펀드를 환매한다. 적립식으로 불입하다가 목돈이 모아지면 거치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일단 목돈이 형성되면 추가로 불입하더라도 적립식 펀드의 최대 장점인 코스트 애버리지 효과(분할 매수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로 목돈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다음에는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지수형 ELS(주가연계증권)나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처럼 안정적인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요즘은 적립식보다 거치식이 유리? 시장 전망에 따라 유리한 방식이 다르다. 지금 증시가 바닥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 적립식 펀드보다는 거치식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
코스피가 V자나 U자로 하락했다 반등하는 장에서는 하락할 때 분할 매수로 매입단가를 낮춰 상승하는 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장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즉, 장기간 투자했다 하더라도 그 기간 주식시장이 상승했다 다시 하락하는 장이었다면 수익이 날 수 없다. 역V·U자가 그려지는 장에서는 적립식보다 거치식이 수익률이 높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12개월간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에 적립식으로 매달 10만원씩 넣었다면 수익률은 6.07%에 불과하다.
그러나 거치식으로 처음에 120만원을 넣어놨다면 28.59%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최근 3년간으로 투자기간을 확대해서 보더라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면 대부분 적립식보다 거치식이 유리했다. 적립식은 코스트 애버리지 효과로 하락장에서는 수익률 방어를 할 수 있는 반면, 상승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하게 된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코스피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적립식 펀드의 관리가 필요하다. 요즘은 변동성이 크지 않고 증시가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과거보다 적립식 투자의 효과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만약 어떤 계기로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진다면 적립식 투자가 다시 각광받을 수 있다.
목표치가 달성되면 일단 환매하는 게 현명한 투자법이다? 그렇다. 수익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일단 환매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적립식 투자로 얻은 수익률을 도로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도 가입시점이 중요하다? 물론 중요하다. 가입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적립식 펀드가 유리한 상황이 따로 있다고 볼 수 있다. 주가가 빠졌다가 올라가거나 박스권에 머물면서 목돈이 쌓인 뒤 증시가 박스권 상단을 치고 올라가는 상황에서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 잘 나온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그 시점을 알기 어렵다. 여러 개의 적립식 펀드 가입 시점을 분산해서 투자하는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적립식 펀드 가입 후 주가가 급락하면 환매하는 게 낫다?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하락장에서 싼값에 주식 수를 늘려놨다가 상승장에서 수익을 내는 코스트 애버리지 효과다. 매월 일정금액을 투자하면 주가가 비쌀 때는 조금 사고, 주가가 급락하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어서 싸게 사놓은 주식이 다시 오르면 손실 폭이 줄어든다. 이 효과를 잘 이용하면 주가가 반등할 때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다.
[용환진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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