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 위험도 수익률도 딱 중간정도면 “OK”

    입력 : 2013.07.15 09: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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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거의 2%대로 내려왔다. 미국에선 버냉키 연준 의장이 그동안 시행해온 양적완화를 차츰 축소하겠다고 선언해 전 세계 자산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일본에선 아베의 경제정책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일본 경제가 파산에 몰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대안은 무엇일까. 안정적인 고금리를 주던 정기예금은 과거 수십 년간 국내에선 손꼽히는 재테크 수단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리수준이 뚝 떨어져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0% 수준이거나 아예 마이너스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0.25%p 낮추면서 은행들이 일제히 예금금리를 내려 3년간 맡기더라도 3%대 이자를 주는 데는 거의 없다. 여기서 세금을 떼고 나면 은행 이자로는 물가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측이 쉽지 않은 글로벌 경제가 자산가격의 변동성을 키워 투자자들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선 이제 돈 풀기를 멈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일본이나 EU에선 여전히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돼 주가는 물론이고 환율이나 금리가 연일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고 투자 위험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환경이 이렇게 바뀌자 최근 자산시장에선 중간 수준의 위험으로 중간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단 번에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 위험은 최대한 억제하면서 ‘시중금리+알파’ 정도의 수익을 꾸준히 내보자는 것이다. ‘시중금리+알파’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는 다르게 변했다. 2~3년 전만 해도 연 7~8% 선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4~6% 정도면 만족한다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며 빠르게 늘려가기보다는 기존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조금씩 불려나가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혼합형 펀드 인컴펀드 인기 투자자들의 성향이 이처럼 바뀌면서 최근 자산관리 시장의 상품 중 주식과 채권 동시에 투자해 변동성을 줄이면서 중간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혼합형 펀드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식펀드나 해외펀드에 밀려 위축되던 상품이 다시 부각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연초만 해도 29조원대 초반에 머물던 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32조5000억원대로 늘었다.

    혼합형 펀드가 관심을 끄는 것은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기대치가 안정적이고, 채권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혼합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평균 매입단가 인하효과가 커 장기투자에 적절하다는 게 펀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변동성 장세에서 대안으로 각광받는 혼합형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 중 하나가 ‘인컴펀드’이다. 인컴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은 현금흐름이 좋고, 일반 주식보다는 낮은 변동성을 가지는 자산이다. 특히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일반 주식보다는 채권의 이자와 주식의 배당 수익처럼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일으키는 기초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일정기간 이자나 배당을 주는 채권이나 고배당주, 부동산 리츠(REITs)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국내 대표적인 인컴펀드로는 ‘미래에셋 글로벌 인컴펀드’를 꼽을 수 있다. ‘미래에셋 글로벌 인컴펀드’는 국내외 다양한 채권이나 인컴형 자산군(리츠, 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해 ‘시중금리+알파’의 수익을 추구한다. 글로벌 인컴펀드는 채권 등의 자산과 고배당 주식 등의 인컴형 자산을 시기에 따라 적절하게 분산투자해 원금을 지키면서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기에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서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 특히 세계경제가 요동을 치는 만큼 혹시 닥칠 수 있는 또 다른 위기나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안상품으로 꼽힌다.

    월지급식 펀드를 비롯해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상품인 ‘중위험-중수익’형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엔 회사채나 국공채 등 채권으로 운용되는 상품은 물론이고 주식형 펀드, ELS 상품까지 다양하다. 목돈을 넣어두면 연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받을 수 있고, 만기 때 또는 매월 투자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매달 일정액을 받는다는 점에선 연금과 비슷하나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목돈 납입 후 곧바로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월지급식 브라질 국채 꾸준히 팔려 미래에셋증권의 ‘월지급식 브라질 국채’는 월지급식 상품의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브라질 국채의 이표금리는 10%로, 국내 시중금리는 물론이고 일반 채권 투자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의 경우 한국과 브라질의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되며 채권 평가차익과 환차익에 대해서도 과세되지 않는다.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비과세 상품으로 가입한도와 자격에 제한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브라질 정부가 지난 6월 5일부터 채권에 대한 토빈세 6%를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상품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토빈세 폐지로 브라질 국채 투자가 활성화되면 시장에서 채권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월지급식 스텝다운형 ELS나 DLS도 관심을 두고 지켜볼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이 상품은 기존 스텝다운 조기상환형 구조를 유지하면서 수익 지급 주기를 매월 단위로 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자수익이 매달 발생하므로 만기에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하다. 매달 받은 이자수익의 합이 만기까지 30% 정도라고 할 때 만기에 25%의 손실이 나더라도 합하면 5% 수익이 난 셈이 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수익 실현시점이 분산돼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종필 미래에셋증권 상품마케팅본부장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대표되는 투자환경 변화로 인해 중위험-중수익 상품 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인컴펀드와 해외채권, 월지급식 ELS 등의 상품을 바탕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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