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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지었다…도시형 생활주택의 몰락
입력 : 2013.07.15 09: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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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7%를 자랑했던 수익률은 어느새 4~ 5% 수준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앞으로도 공급될 물량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나오는 도시형생활주택 입주 물량은 최소 8만 가구로 집계됐다. 인허가에서 준공까지 불과 6개월에서 1년 밖에 걸리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2011년 인허가 물량 대부분과 지난해 물량 일부가 올해 모조리 쏟아질 전망이다.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만 더 늘게 돼 공실률이 오르고 수익률은 내려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본부장은 “도시형생활주택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임대인은 일정 수준의 임대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고 전·월세로 입주한 사람들은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몰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은 그간 오피스텔과 함께 대표적인 주거용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돼 아파트값이 폭락하고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월세 받는 부동산’에 집중됐다. 같은 면적 같은 건물이라면 최대한 방의 수를 쪼개는 게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한 칸의 방으로 건물을 촘촘히 채울 수 있는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은 이 같은 전략에 딱 맞는 상품이었다. 게다가 오피스텔에 비해 전용률이 높아 더 많은 방을 만들 수 있으니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신상품’의 인기는 날로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도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 공급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혜택을 줘 도시형생활주택의 ‘전성시대’에 한몫 거들었다. 주차장 설치 기준은 가구당 0.5대 이하로 완화됐고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건설비용도 연 2%의 낮은 금리로 빌려줬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일단 국민주택기금의 대출 혜택이 지난해 말로 종료되며 금리가 2%에서 다시 4.5%로 올랐다. 직격탄을 맞은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은 4월 기준 인·허가 실적이 6539가구에 그쳐 전년 동월(1만590가구)대비 38.3%나 공급 실적이 떨어졌다.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인기가 식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입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주차장 기준도 종전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도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이 도시관리, 주거환경 등에 지장이 있다고 조례로 정하는 구역은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짓지 못하며 주차장도 기존 전용 60㎡당 1대에서, 30㎡ 미만인 원룸주택은 가구당 0.5대, 30㎡ 이상 50㎡ 이하인 경우 0.6대로 규제가 강화됐다.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강화된 주차장 기준을 적용하면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 60㎡ 이하로는 짓기 힘들어져 수익률이 30%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서민 주거복지 핵심 정책인 ‘행복주택’도 예기치 못한 복병이다.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1~2인 가구가 주 임대수요라 도시형생활주택과 수요층이 겹친다.
임대료가 저렴한 행복주택이 5년간 총 20만 가구나 공급될 예정이라 입지 시설이 좋지 않은 일부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역시 도시형생활주택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시장에서 희소가치를 가지려면 투룸형으로 지어야 할 텐데 이 경우 사업성이 원룸에 비해 좋지 않아 공급자들이 꺼릴 것”이라며 “규제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 앞으로도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저금리 기조 탓에 예금 금리보다는 수익성이 높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으로 꼽힌다.
사실상 도시형생활주택은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코하우징’ ‘셰어하우스’ 등 시설 공유 개념을 접목한 소형 임대주택이다. 주방과 같이 1~2인 가구들의 사용 빈도가 낮은 시설을 공용화해 투자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아예 원룸형 전략을 버리고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가 1명 있는 부부 등 2~3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투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는 것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다소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소형주택 공급이 원룸형에 집중됐던 탓에 오히려 희소가치가 있어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
보안, IT, 청소, 세탁 등 입주자들의 기호에 맞춘 편의·생활시설을 마련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커뮤니티 공간은 층수나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되면서도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가 좋아 임대수요를 모으는 데 유리하다.
획일화된 주택 스타일에서 벗어나 일본의 콘셉트 맨션이나 위클리·먼슬리 맨션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콘셉트 맨션은 도심 내 자투리 토지를 활용해 입주자 특성에 맞게 소형으로 건축하는 것으로 대개 8가구 정도로 구성된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독신 가구들이 입주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 뮤지션 맨션이나 오토바이 애호가들을 위한 바이커즈 맨션 등이 대표적인 형태다.
일주일씩 활용하는 위클리 맨션, 월 단위로 살 수 있는 먼슬리 맨션도 있다.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가구, 가전이 잘 구비돼 있고 보증금 등이 없이 사용기간에 따른 임대료만 받는 방식이다. 도심 중심가, 역세권 등에 위치해 직장인들이 세컨드하우스로도 활용할 수 있는 집이다.
[백상경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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