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직증축 리모델링 손익계산서

    입력 : 2013.07.15 09: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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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으로 말라붙은 주택시장에 오랜만에 단비가 찾아왔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4·1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을 확정하며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위험성을 이유로 금지했던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이번 조치로 15층 미만의 아파트의 경우 2개 층, 15층 이상은 3개 층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리모델링을 통해 늘릴 수 있는 가구 수는 기존 10%에서 15%로 변경돼 1000가구 단지를 리모델링했을 때 최대 1150가구까지 늘릴 수 있도록 확대됐다. 이번 조치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며 1998년 완공돼 지은 지 15년이 지난 곳이 포함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400만 채에 이른다.

    구체적인 조치가 확정되자 투자자들은 구체적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집값 상승을 노려볼 수 있다거나 대상이 되는 아파트에 투자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지,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 어떤 선택이 유리할지 등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상황과 몇몇 변수에 따라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손익계산서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성사 가능성·분담금 감소폭 등 체크해야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추진 요건은 전체 조합원 중 80%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파트의 노후 정도나 평형별로 입주민들이 처한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인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이에 대해 “리모델링을 결정하려면 조합원들이 사는 게 불편해야 하는데 그런 아파트는 지은 지 최고 25년 이상 되는 곳들”이라며 “안전진단 뒤에도 통과할 난관이 많아 실제로 리모델링에 나서는 조합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핵심은 조합원들의 분담비 감소다. 전문가들은 결국 수직 증축 리모델링 단지의 사업성은 일반 분양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가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입주민과 조합원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분양 수익금으로 그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야 공사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수직증축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분담금 감소폭은 얼마나 될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가양동 990가구 규모 A아파트를 15% 가구 수를 늘려 리모델링했을 때 현 시세를 반영해 계산을 하면 분양 수익이 542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의 994가구 규모 B아파트의 경우 같은 방식으로 예상했을 때는 436억원에 그쳤다. 가구당 수익금은 A아파트는 5500만원선, B아파트는 4400만원선으로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렇게 가구당 수익금의 차이는 결국 일반분양가가 좌우한다.

    아파트별 리모델링 공사비 자체는 입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투입되는 사업비는 서울이나 수도권, 지방 등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분양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은 아파트 지역별 시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망 수직증축 리모델링 조건으로 기존 가구 수가 많으면서 입지조건이 뛰어난 15층 이상 아파트를 꼽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3.3㎡당 1800만 이상 분양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사업성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서울 강남권과 분당 정자동, 서현동, 평촌 등에 특화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의 조건에 부합하며 1000세대 이상인 아파트로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 수서동 신동아 아파트,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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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 VS 리모델링’ 어떤 게 더 유리할까 리모델링 후 아파트에 여유로운 주차장 확보문제도 아파트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도 초반까지 신축된 아파트들은 지하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직증축으로 인해 늘어난 가구 수만큼 여유로운 주차장 확보는 필수다.

    새롭게 지하주차장을 만들 경우 사업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일반분양가도 상승해 분양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에 있는 주차장 시설로 리모델링 후에도 충당이 가능할 경우 공사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지하주차장 유무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한편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노후아파트 조합원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할지에 대한 고민 한 가지가 늘었다. 통상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짓는 재건축은 지은 지 40년이 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이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아파트에서 리모델링이라는 옵션을 많이 선택한다. 재건축은 리모델링에 비해 많은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분담금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준공 후 많은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건축기간이 리모델링에 비해 2배 이상 걸린다. 따라서 단기간에 성과를 노리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또한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소형 평수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강제조항이 없고, 용적률도 거의 적용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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