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리치들 ETF 투자 다양하네

    입력 : 2013.06.07 14:28:55

  • 사진설명
    슈퍼리치들 사이에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열기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2000선을 중심으로 박스권 내에서만 움직이자 지수 중심의 단타 매매에 짜릿한 손맛을 느끼는 슈퍼리치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슈퍼리치들도 증권사 PB(프라이빗 뱅커) 등의 도움을 얻어 삼성전자 등 대형주는 물론 중소형주에 투자해 재미를 봤다. 하지만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종목별로 주가가 들쑥날쑥 하는 도깨비 장세가 펼쳐지자 아예 지수 중심의 플레이를 펼치는 슈퍼리치들이 많이 생겨났다. 슈퍼리치 A씨는 투자자산 중 주식 비중이 35% 안팎이다. A씨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30~40%는 삼성전자를 담고 있다. A씨가 두 번째로 사랑하는 주식은 현대차 등 국내 우량주가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다. 그중에서도 최근엔 레버리지 ETF가 포트폴리오에 두 번째로올라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되면서 얇은 박스권을 오가자 바뀐 투자패턴이다.

    슈퍼리치들의 ETF 투자 기법 또한 단타 매매와 장기 투자, 상승장 쫓기 전략, 분할 매수 전략 등 다양하다.

    투자자 B씨는 ETF 중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에만 투자한다. 그렇다고 B씨는 ETF에다 돈을 묻어두는 식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 대세 상승장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고 지수 2000선을 중심으로 수년째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매수 후 보유(Buy & Hold)’란 전통적인 장기 투자 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고. B씨는 그래서 매월 첫째 주 화요일 1000만~2000만원씩 ETF를 분할매수하고 있다. 만약 지난 1년간 단순 보유했더라면 1.4%의 손실을 기록했겠지만 현재는 분산투자로 2.59% 수익을 기록 중이다.

    주식 단기매매로 손실을 봤던 강남 거주 사업가인 C씨 역시 최근 ETF 투자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맛보고 있다. C씨는 주식 단기매매를 하다가 손실을 입은 적이 많았다. 주식을 싸게 사고 싶어서 C씨는 하락하는 주식에 손을 댔다가 결국 털고 나온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C씨는 전략을 아예 바꿔버렸다. C씨의 투자 비법은 ETF를 활용한 상승장 쫓기 전략이다. C씨는 지난 1년간 코스피 200 지수가 1% 이상 상승한 날 레버리지 ETF를 매수해서 매수가 대비 3% 이상 수익이 났을 때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해 9.39%라는 수익률을 올렸다. 주가가 빠질 때는 악재가, 주가가 오를 때는 호재가 있는 경우가 많은 주식시장에서 상승장을 따라가는 이른바 시세추종 전략이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증시 격언을 ETF에 똑같이 적용한 셈이다.

    투자자 D씨는 지난 1년간 KOSPI200지수가 1% 이상 상승한 날 레버리지를 매수해 매수가 대비 3% 이상 수익이 났을 때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해 9.39%라는 수익률을 올렸다. 물론 반대로 코스피 200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날 레버리지 ETF를 매수해서 매수가 대비 3% 이상 수익이 났을 때 매도하는 단타 전략도 가능하다.

    유정화 삼성증권 신라호텔SNI센터 지점장은 “주식투자에서 장기간 수익을 내는 극소수 슈퍼리치들의 특징을 보면 장기 보유보다는 지수 1950선 아래로 빠지면 사고 2050선 위에선 무조건 판다는 식으로 자신이 미리 정한 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지점장은 “예전에는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 중심이었는데 장중에 실시간으로 지수를 사고 팔 수 있는 ETF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슈퍼리치들의 투자패턴도 이쪽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이면서도 일반 개별 종목처럼 장중에 실시간으로 거래된다. 박스권 장세에선 개별 종목들은 주가가 들쭉날쭉해서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지수를 쫓는 ETF는 투자 편의성이란 측면에서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특히 코스피 200지수 흐름을 실시간 반영하는 ETF와 지수 상승폭의 2배만큼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 지수와 거꾸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 중심에서 중국 본토 증시 등 다양한 지수 관련 ETF들이 쏟아지면서 투자 기법이 훨씬 다양해졌다.

    우선 증시에서 일반 종목을 매도할 때는 0.3%의 증권거래세가 부과되지만 ETF는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또 일반 주식형 펀드나 인덱스 펀드를 환매할 때는 시간이 걸리지만 ETF는 장중에 실시간으로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게다가 ETF 운용사들 간에 수수료 전쟁이 불붙으면서 거래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ETF 시장 후발주자인 KB자산운용이 코스피200 ETF 보수를 업계 최저(0.07%)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KStar200의 총 보수 0.07%는 ETF를 포함해 국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모든 공모 인덱스 펀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S&P ETF의 수수료가 0.07%, 뱅가드 S&P ETF의 수수료가 0.05% 수준임을 감안하면 거의 블랙록과 뱅가드 수준으로 낮춘 셈이다.

    ETF 중에는 코스피 2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미래에셋TIG ER200, 삼성KODEX200, 한국투자KINDEX200 등이 기본형이지만 그래도 개인투자자인 슈퍼리치들 사이에선 코스피200지수 상승폭의 두 배 만큼씩 쫓아가는 삼성KODEX레버리지나 미래에셋TIGER레버리지 등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수 하락시 오히려 상승하는 삼성KODEX인버스 등도 인기다.

    3월 13일 기준 지난 한 달간 일평균 거래대금 상위 종목 5개를 꼽아보면 1위 삼성전자(3401억원) 2위 KODEX레버리지(3336억원) 3위 KODEX200(1612억원) 4위 KODEX인버스(1574억원) 5위 SK하이닉스(1164억원) 순이다. 이대로라면 KODEX레버리지 ETF의 인기가 조만간 삼성전자를 추월할 기세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 담당 상무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시장 주도주가 없는 상태여서 투자 성향이 공격적인 슈퍼리치들도 과감한 개별 종목 투자는 신중을 기하는 편”이라며 “레버리지ETF, 인버스ETF 등을 이용해서 짜릿한 손맛을 즐기려는 슈퍼리치들이 제법 있다”고 귀띔했다.

    슈퍼리치들을 전담하는 PB들은 한결같이 최근 코스닥 약진에도 불구하고 종목 투자가 어려워진 점이 ETF 투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꼽는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아니라 싸다는 이유만으로 불쑥불쑥 종목별 시세가 나는 국면에선 슈퍼리치는 물론 전문투자자들도 개별 주식에 매수 주문이 선뜻 안 나간다는 것이다.

    이선욱 삼성증권 강남파이낸스 SNI센터 지점장은 “슈퍼리치도 슈퍼리치지만 전문투자자들도 최근 ETF를 활용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종목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시장이 먼저 간다는 판단이 들면 레버리지 ETF부터 내지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
    ETF는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를 쫓는 펀드이지만 장중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 장기 보유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독특한 투자 원칙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해외증시 투자를 국내 ETF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매력이다. 지난 연말 출시된 한국투자KINDEX 중국본토CSI300 ETF는 출시와 함께 중국 본토 증시가 상승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삼성자산운용에서 뒤이어 내놓은 삼성KODEX FTSE ChinaA50 ETF도 설정액이 단숨에 1800억원대까지 상승했을 정도로 인기다. ETF를 활용한 박스권 매매 전략이 인기를 끌면서 증권사에서도 맞춤형 ETF 투자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강남센터는 주가 상승기에는 레버리지ETF를 분할매수하고 상승률이 특정 구간을 넘어서면 분할 매도하는 스마트레버리지 신탁 상품을 개발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3개월 투자로 약 5~7% 정도 수익을 내면서 고객들의 호응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내놓은 ‘우리 스마트 인베스터’는 ETF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폭을 기준으로 내릴 때는 더 사고 오를 때는 덜 사서 매입단가 평균화 효과를 극대화시키거나 내릴 때 덜 사고 오를 때는 더 사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효과를 추구하는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자동 실행해 준다.

    스마트 인베스터 서비스는 출시 1년 반 만에 1만1134개 계좌, 4462억원의 잔고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 동일 기법을 사용한 스마트 인베스터 펀드의 경우 출시 이후 13.09%의 수익률(3월 13일 기준)을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6.33%보다 약 6.8%포인트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는 “고객들이 투자전문가들과 상담을 통해 일정한 조건을 정해 놓고 ETF를 자동으로 분할매수, 매도하는 전략이 박스권 장세에서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고 밝혔다.

    KDB대우증권 역시 ETF에 투자하는 자산배분형랩 ‘폴리원(Folione)’을 내놓아 지난 2월 말 기준 잔고 2600억원을 기록했다.

    폴리원은 시장 상승기에는 주식 ETF 등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하락기에는 채권 ETF 등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동 교체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폴리원은 2009년 6월 운용개시 이후 지난 2월 말까지 약 8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동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 대비 약 30%의 초과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중국본토 ETF를 중심으로 홍콩H, 한국대표지수, 채권 ETF 등을 추가로 투자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인 아임유(I’M YOU) 중국본토ETF랩을 선보이고 있다. 한투증권 리서치센터 이머징마켓팀의 시장판단을 반영해서 중국본토 증시를 추종하는 ETF와 국내지수 ETF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중국본토 펀드 대비 투자 진입과 환매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근우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