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운용철학 고집하니 외국인도 돈을 맡깁디다

    입력 : 2013.03.07 15: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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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잘 나가는 자산운용사다. 후발주자이지만 수익률은 선두 그룹을 달리고 있다. 그것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자산도 크게 늘어 지금은 주식 부문에선 대형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이 회사는 설정한 지 1년이 넘은 14개 주식형 펀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14개 펀드의 단순 평균 수익률은 13.84%(제갈공명 펀드의 경우 19.8%)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국부펀드인 CIC에 이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까지 이 회사에 자산을 맡겼다. 8조원대 자산을 굴리는 회사가 안정적 수익률을 올리며 세계적 기관투자가들의 신뢰까지 산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사의 운용을 총괄하는 김영호 대표를 만나 비결과 투자자들이 참고할 지혜를 들었다. 김영호 대표는 “2003년 5월에 합류했는데 그 때 운용자산이 400억원이었다. 지금은 8조2000억원으로 늘었으니 20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게 웃었다.

    트러스톤의 전신인 IMM투자자문은 1998년 설립 이후 프라이머리 CBO를 주력으로 하고 부수적으로 주식을 하다가 김 대표가 합류할 무렵 주식에 주력하는 자문사로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2008년까지는 투자자문사로 있었기에 공모펀드를 설정하지는 못했고 주로 연기금이나 생보사 공제회 등 기관 자금을 운용했다.

    김 대표는 이때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얻었기에 두 차례 금융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08년 미국에서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고 2010년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2008년은 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할 때였는데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신뢰가 높았기에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운용자산은 5%만이 줄었다. 이런 얘기를 외국인들에게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일반적으로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지면 운용자산은 절반 이하로 준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했고 평소 운용 철학을 고수하는 회사였기에 그만큼 신뢰한 것 같다.”

    2008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뒤 첫 번째 공모펀드 칭기즈칸을 내놨다. 그 직후 리만사태가 터졌으나 이 펀드는 얼마 뒤 바로 원금을 회복했고 2009년 말엔 40%대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서인지 유럽 위기 때는 오히려 자산이 20% 이상 늘었다. 신뢰가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내재가치 대비 싼 주식 찾아내 고수익 그가 강조하는 운용 철학이나 원칙이 궁금했다.

    “알고 있듯이 트러스톤은 리서치 중심의 운용을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종목을 선택하는데 기준은 주가가 아니라 이익이 늘어나느냐, 또 그것이 가시성이 있느냐다. 일반적으로 투자 리스크는 가격 변수의 등락을 의미하나 우리는 가격 변동성보다 이익창출 여건의 훼손 여부를 중시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라도 이익창출이 가능하다면 그 주식을 산다.”

    김 대표는 대부분 운용사가 비슷한 원칙을 내세우지만 중요한 것은 그 운용 철학 고수 여부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운용 철학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독립적 자산운용사로 주인이 직접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은 임직원 50%의 지분율이 70%가 넘는다. 덕분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운용 철학을 지킬 수 있다.”

    주인 없이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회사라면 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원칙이 바뀔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운용사를 선택할 때 철학을 지킬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트러스톤의 경우 지난 10년간 철학의 변화도 없었고 그것을 잘 고수했기에 장기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외국인들은 시장이 10% 올라갈 때 15% 먹고 반대로 시장이 10% 떨어질 때 15% 떨어지는 펀드를 정크(쓰레기)라고 한다. 그들은 하락기에 안 빠지는 게 이기는 투자라고 한다. 왜냐하면 100이었던 원금이 50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100으로 가려면 100%를 이겨야 하는 반면에 원금이 70으로 줄었다면 45%만 올라가도 100이 된다. 안정적인 펀드는 그만큼 원본 회복이 빠르다. 빠질 때 적게 빠져야 위험관리가 가능하고 추가로 상승할 때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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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러스톤은 발로 가치주를 찾는다 트러스톤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종목들을 내재가치 이하에서 매수하는 원칙을 갖는다. 그것이 일반적 가치투자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가치주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면 가치주이고 1배 이상은 성장주라고 한다. 우리가 의미하는 가치는 내재가치(Intrinsic Value)이다. 장기적으로는 내재가치가 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투자하는 종목들은 가치주이다. 다만 가치투자를 내세운 회사들이 주로 중소형주에 투자하는데 비해 트러스톤은 운용자산이 8조원이 넘기에 중소형주만으로는 운용할 수 없다. 시가총액을 가리지 않고 대형주라도 내재가치와 주가의 괴리가 있다면 투자한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가 가치주일까.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주가가 200만원 이상 간다면 우리는 가치주로 투자한다. IT기업도 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싸다고 생각한다면 산다.”

    내재가치에 비해 절대적으로 싼 종목을 끊임없이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불쌍할 정도로 열심히 그 일을 해낸다고 했다.

    “오전 7시 전 출근해 7시30분부터 9시까지 회의를 한다. 잠깐 시장을 보고 탐방을 나간다. 돌아와서는 탐방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음날 아침 발표 준비를 한다. 목요일 오후엔 3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회의를 한다. 이 시간엔 투자할 종목에 대해 온갖 종류의 질문을 다 쏟아내며 해부하다시피 분석한다. 일요일 오후에도 나와 월요일 시장을 준비하고 미국 시장 움직임을 분석한다. 그만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열정과 도덕성이 우리의 중요한 덕목이다. 돌이켜보니 연간 2000회 이상 탐방을 나갔다. 모두 발로 쓰는 기업탐방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직접 들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이 트러스톤의 기업문화로 굳어졌다고 했다.

    “어느 날 외국인이 우리 회사의 컬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고, 수익은 어떤지 등을 물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질문이 나와 깜짝 놀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인의식이 있고, 열정이 있고, 성과주의를 준수하며, 팀워크로 움직이는 것, 이런 게 우리의 컬처인 것 같았다.”

    주식 안하면 인플레이션 헤지 못해 그가 저금리 절세형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실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절세가 부각된 것은 종합과세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금부담은 기술적인 측면도 강하다. 저성장 저금리 체제로 들어서면서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 기대수익률 10% 때 세금 1% 부담하는 것과 기대수익률 5% 때 1% 부담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느끼는 차이가 크다. 이것이 세금에 과도한 부담을 갖게 해 절세상품을 찾게 했다.”

    그렇지만 세금은 이익의 일부를 내는 것이므로 그게 무섭다고 절세상품으로 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자산운용의 목표를 30~40대는 자산증식에 두고 50 이후에는 실질가치를 유지하는 데 둔다. 그러나 과도하게 절세에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자산의 실질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해서는 인플레이션 헤지에 역행하게 된다.”

    세금 아낀다고 절세상품만 찾다가는 자칫 수익률이 저조해 물가조차 따라갈 수 없다는 것. 김 대표는 이런 면에서 주식은 절대로 멀리해선 안될 자산이라고 했다.

    “지금 월가의 핵심 키워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다.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채권의 시대가 끝나고 주식의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 그동안 지나치게 낮은 상태에 있던 채권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에서 손해가 난다.”

    그러면서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별 위험과 함께 기대수익률 대비 위험까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투자에서 위험은 원본을 까먹을 가능성을 말한다. 상식대로라면 이 가능성이 주식은 크고 채권은 안전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고 있다. 어떤 상품도 리스크 프리(Risk Free·무위험)는 없다. 과거엔 국채가 리스크 프리라고 했으나 지금은 국채도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또 주식이 절대로 위험한 자산도 아니다. 특히 주식은 인플레이션 헤지에 좋은 자산이다.”

    이런 점에서 리스크를 생각해 절대적으로 분산 투자를 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특히 “미국의 연구 결과 수익률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자산 배분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주식과 채권에 적절히 분산투자해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이고 상승장에서 빨리 원금을 회복해야 큰 폭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에서 채권 혼합형은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했다.

    “하락기엔 채권으로 갈아탔다가 상승장서 주식을 사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 타이밍을 제대로 잡을 수는 없다. 그 보다는 자산배분을 하는 게 옳다. 주식형만 했을 때는 주가가 50% 하락할 경우 원금을 회복하려면 100% 올라야 가능하다. 반면 혼합형이라면 원금이 20~25% 정도 줄었기에 40% 정도만 올라도 원금회복이 된다. 이것이 혼합형의 장점이다. 자산배분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주식은 결코 포기해선 안되는 투자자산이다.”

    금융위기 이후 혼합형 펀드의 자산이 크게 줄어든 데 대해 김 대표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면서 절세까지 가능한 혼합형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러스톤이 새로 출시한 혼합형 펀드를 지켜보라고 했다.

    “트러스톤이 최근 론칭한 ‘다이내믹코리아50’ 펀드는 기존 혼합형과 약간 차이가 있다. 혼합형의 경우 주식 50% 채권 50%를 편입한다고 할 때 우리는 주식 부문 50%에 대해 롱숏 전략을 쓴다. 이 방법으로 전통 혼합형보다 위험도는 낮고 채권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롱숏 전략은 주식 투자보다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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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수익률 따른 자산배분이 우선 김 대표는 자산배분은 판매사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금융상품 판매사들이 상품 판매가 먼저인 것처럼 하고 있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상품 소개가 아니라 고객이 생각하는 기대수익률을 파악해 거기에 맞게 자산을 배분하고 수익률을 관리해주는 것이다.”

    절세는 이후에 생각할 대목이란 것. 그는 이런 면에서 자산배분을 안내하는 게 한의사와 역할과 비슷하다고 했다.

    “외과적 수술을 하는 양의와 달리 한의사는 몸 전체를 진단한 뒤 그에 따라 적절하게 약을 조제해줘 몸의 상태를 호전시켜 건강을 유지하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자산배분은 투자자의 상태를 판단한 뒤 거기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것이라야 한다.”

    투자자 역시 자신의 기대수익과 위험에 대한 태도를 먼저 생각한 뒤 자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분산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향후 5~10년 기대수익률을 먼저 정하고 내가 어느 정도 위험을 택할 것인지를 생각한 다음에 자산을 봐라. 위험자산은 상대적이다. 안전만 추구해선 인플레이션을 헤지하지 못한다.”

    그는 이 점에서도 “주식은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자산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주식과 채권 현금 부동산 금 등 여러 자산에 안분해서 투자하라는 얘기다. 믿지 못하겠다면 인덱스 펀드로라도 하라고 했다. 다만 펀드를 고를 때는 수익률 크기보다는 수익률의 안전성을 먼저 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3개월 수익률을 보고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긴 그림에서 장기 수익률이 좋은 펀드라야 한다. 지금 성과가 좋은 곳이 다음에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먹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삼성전자가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길게 보고 운용 철학을 지키는 회사를 선택하라는 얘기다.

    열정 있고 운용철학 같다면 함께 갈 수 있다 김 대표는 트러스톤의 장기비전에 대해 “아시아에서 존경받는 운용사가 우리의 모토”라고 했다. 운용자산이 큰 회사이기보다 고객 자산의 위험을 관리하는 철학이 있는 회사를 지향한다는 것.

    “2007년에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양쪽에서 리서치를 해서 교류하고 있다. 향후 중국에도 거점을 마련해 세 거점에서 보면서 아시아에 투자하는 존경받는 한국계 운용사가 되는 게 우리의 비전이다. 남들처럼 금융그룹을 지향하지도 않고 운용에 특화한 회사로 남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식 채권 해외자산 어느 것을 막론하고 운용을 잘하는 존경받는 회사이길 바란다는 것. 주식 전문 운용사였지만 지금 채권도 5000억원 이상을 운용하고 있으며 수익률은 상위 15% 이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시점을 정하지 않고 연중 인터뷰를 해서 충원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60여명 중 절반 정도가 운용을 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계속한다. 365일 인터뷰를 하는 상시 채용 체제다. 여기서 트레이닝을 시켜서 해외로 파견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인재상도 밝혔다.

    “역량뿐 아니라 우리와 운용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지르는 사람은 우리와 같이 갈 수 없다.”

    세계경제 ‘단기상승’ 국면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김 대표는 “경제는 단 한 번도 안정이나 균형에 머물지 않았다. 경제는 항상 변하고 있다. 다만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르느냐, 상대적으로 덜 불안정한 상태로 가는 중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경제를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투자에 있어서도 같은 판단을 했다.

    “시장은 어느 수준에 있는가보다 움직임의 방향을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주식시장은 상승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상승장이 빅 사이클이냐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과거 빅 사이클은 제품이나 산업의 혁신이 있거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나왔다.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의 빅 사이클은 중국과 중동부 유럽의 성장이 시장을 키우며 나왔다. 지금은 첫째도 둘째도 다 아니다. 그러므로 작은 사이클이다.”

    지금은 스몰 사이클의 확장 국면에 있지만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경제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돈 푸는 것만으로 경제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돈의 힘으로 올라가고는 있지만 선순환 국면은 아니다. 미국 GDP의 70%는 가계 소비에서 나온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이게 살아나야 한다.”

    소비가 늘어나려면 돈을 빌려 쓰거나 임금이 상승해야 하는데 금융기관들이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은 임금상승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점에서 실업률이 소폭 하락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폭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경우 겨우 부동산이 더 이상 침체되지 않는 수준으로는 내수를 회복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가계의 양극화가 심화돼 과거에 비해 소비가 늘어날 여력이 작다는 것. 결국 추경을 확대하거나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정부 정책에 기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수출에 좌우되는 기업투자는 수출 물량이 늘어나거나 가격이 상승해야 하는데 현재는 물량만 완만히 늘어나는 정도라고. 가격은 환율이 좌우하는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치고 있어 원화가 강세로 갈 수 밖에 없기에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중립적이라고 했다. 성장률은 지난해보다는 높겠으나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세계적 리더십 교체는 보호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변한다. 그래도 8%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안심이 된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돼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나 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돼 보호주의 색채를 강하게 띨 것이다. 일본이 엔저를 유도하는 게 보호주의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도 해외에 투자했던 기업이 돌아오면 세제혜택을 준다. 이런 점에서 거시경제는 좋으나 산업이나 기업엔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

    김 대표는 저성장과 고령화, 중국의 소비 진작책 등이 주목할 만한 테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재정여건이 제한적이라 (중국에 있던) 생산기지를 멕시코나 미국으로 옮기려고 한다. 이것이 키워드다. 우선 제약이나 의료기기가 관심 대상이다. 중국에 부자만 1억명이 넘는다는데 이들이 보톡스를 맞는다고 생각해보자. 수요가 엄청나다. 중국 사람들은 차를 많이 마셔 이가 나쁜데 그들이 치아를 교체한다면 이 또한 엄청나다. 중국은 고령화도 빠르다. 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길게 볼 테마다.”

    중후장대에서 경박단소로 가는 트렌드도 지켜볼 대목이라고 했다.

    “화학이나 철강 조선 등에서 소비재나 내수주로 간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엔터 서비스다. 미국이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가운데 아웃소싱이 나오는데 자동차 부품, IT부품 등도 관심사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0호(2013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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