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연구원 공동기획 / 이슈진단] ⑧ 신용상담은 선진 금융 복지서비스

    입력 : 2012.11.12 11: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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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 체계를 확충해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서민우대대출인 새희망홀씨, 저소득 자영업자 등을 위한 제2금융권의 햇살론, 7등급 이하 저소득·저 신용계층을 위한 소액 자활자금대출 미소금융, 고금리 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바꿔드림론 등이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취약계층을 위한 직접 자금지원 이외에도 서민들의 금융활용능력을 높이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경우가 신용상담(Credit Counseling)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체계화된 신용상담 프로그램이 신용불량자들의 재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 신용불량자가 일시에 대량으로 발생해 사회문제화 되는 현상을 차단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은 개인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하기 전 신용상담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에 해당되는데, 이 국가들은 신용상담 이수를 의무화함으로써 파산신청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축소하고 파산비용을 적절히 배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반면 영국, 일본, 스웨덴 등은 개인파산 신청 전 신용상담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실제로 신용상담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 국가들이다. 특히 영국은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상담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신용상담이 핵심적인 사회복지서비스로 자리 잡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영국의 대표적인 비영리상담기구인 시민상담소(Citizen Advice Bureau, CAB)는 전국 약 3500개 지역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채무변제, 복지, 주거, 고용 등 광범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신용상담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민상담소는 소득수준이 낮은 과다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채무변제 계획을 수립하고 신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금융회사를 추천하는 등 맞춤형 연계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시민상담소는 전체 예산의 약 80%가량을 영국 중앙정부(상무부) 및 지방정부 등의 재정적 지원 및 기부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고, 전체 직원의 약 80%가 단기 연수 과정을 거친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이메일·전화·지역시설 등을 활용해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상담은 주로 채무조정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어 사후적 역할을 하는 데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신용상담 기능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첫째 영국의 시민상담소 등을 벤치마킹해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전국단위의 상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관리·규율할 수 있는 주체를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 청사, 구청, 사회복지기관 등 다양한 시설에서 신용상담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관리·규율할 수 있는 주체를 지정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의 신용인프라를 확충시키는 동시에 금융회사 은퇴자 등을 활용함으로써 장년층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용상담 기능의 조기정착을 위해 우선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대출 이용자들이 일정기간 내 전문적인 신용상담을 이수하도록 제도화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둘째 단기 연체고객이나 과중채무자 중 장기적인 고객가치가 높은 신용유의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관리에 임할 수 있도록 신용상담 이수 시 금리감면, CB스코어 상향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금융회사가 채권 추심(推尋)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연체 고객이 신속하게 채무관리를 시작하도록 그들에게 신용상담을 적극적으로 권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도 금융회사의 이러한 노력을 경영평가 시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개인파산이 악용되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개인채무자의 금융이해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공적채무자구제절차 개시 전 신용상담 이수를 의무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상담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민간신용상담기구 이외에도 각 주(州)의 주립대학 등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Cooperative Extension Service, CES)해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고, 관련 프로그램들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즉 대학에서의 연구와 교육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을 위해 보다 수준 높은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상담 및 교육을 담당할 전문 인력의 양성 및 공급도 촉진되고 있다.

    요컨대 그동안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은 자금지원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금융행태를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근본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용상담 기능의 활성화는 취약계층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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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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