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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공매도,길목을 지켜라 기회가 잡힌다
입력 : 2012.07.06 17: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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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A라는 주식이 1000원일 때 100주를 빌려 10만원에 시장에서 매각한다. 없는 주식을 빌려 팔기 때문에 ‘공매도’라고 하는 것이다. 이 주식 가격이 900원으로 떨어지면 시장에서 100주를 매입해 빌린 곳에 전달한다. 이때 총 매입가격은 9만원에 불과하다. 공매도 투자자는 1만원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반대로 예상과 달리 주가가 1100원으로 오르고 빌려 준 곳에서 상환 요청이 들어오면 공매도 투자자는 11만원에 100주를 사서 갚아야 한다. 1만원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공매도를 통한 투자방법은 하락장에선 이익을 보지만 상승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구조다. 시장 상황이 나빠져 주가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큰손들은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 특히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기회가 왔다 싶으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하락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집중적으로 빌린 후 공매도에 나선다. 물량이 많기 때문에 공매도 공격을 받는 주식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헤지펀드는 더 큰 시세차익으로 엄청난 돈을 챙긴다. 이 때문에 공매도 대상이 된 기업의 대주주들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금융당국도 공매도 과정에서 불법이 없는지 감시의 촉각을 곤두세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1년 넘게 공매도 세력의 공격을 받으며 각종 호재에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부 공매도 세력은 셀트리온 주가를 끌어 내리기 위해 악성 루머를 만들어 교묘하게 확산시켰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금융당국과 검찰에 이들을 고발하고 자사주 매입과 무상증자를 통한 주가 부양에 나섰다. 그 결과 셀트리온 주가는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빌려 판 가격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일단 공매도 세력이 불리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인 사례가 더 많다. 공매도 주체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이들은 자금동원 능력이 뛰어나고 일단 공매도에 나서면 해당 종목에 대한 정보 수집 네트워크도 넓다. 결국 공매도 대상 종목은 최소한 한 번 정도 대폭 하락하고 이때 수익을 실현한 뒤 시장을 떠난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재발하면서 공매도 비중이 다시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유가증권시장의 월간 거래금액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3.57%로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였던 2008년 9월 4.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공매도 주체는 대부분 외국인과 기관이다.
그렇다면 공매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인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공매도를 역으로 활용하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공매도에 나선 외국인과 기관이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상환에 나설 때를 이용하면 된다. 이른바 ‘숏커버링’을 예상하고 길목을 지키면 싼 값에 주식을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다.
공매도와 주가 흐름의 대략적인 패턴은 이렇다. 공매도가 늘기 시작하면 최소 3~4개월은 약세장이 이어진다. 하지만 공매도가 추세적으로 점차 감소하면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다.
최근 대신증권은 공매도를 활용한 투자전략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들어 꾸준히 공매도 대상이 됐던 몇몇 종목에서 숏커버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공매도 추세가 지속되는 주식도 있다. 보고서는 이를 나누는 기준으로 이익추정치 변화를 꼽았다.
작년부터 꾸준하게 공매도 물량(대차잔고)이 증가한 종목은 LG전자와 LG이노텍, 한진해운, 삼성SDI, OCI, STX팬오션, 두산인프라코어, 한화케미칼 등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 중 LG전자와 LG이노텍, 한진해운, 삼성SDI는 이익추정치가 개선되고 있어 숏커버링이 예상되고 있는 종목들이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주당 8만원대에서 집중적인 공매도가 이뤄졌다. LG전자는 하반기 이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주가 6만~7만원대에서 숏커버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OCI, STX팬오션, 두산인프라코어, 한화케미칼은 숏커버링 보다 공매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 이유는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 공매도 세력이 추가 이익이 날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이익 개선이 없으면 숏커버링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우리투자증권은 공매도와 관련해 다른 시각에서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금액 기준 누적 공매도 상위 종목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가 있다. 이들 종목의 특징은 대형 우량주이면서 유동성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이는 공매도가 반드시 기업 실적에 근거해 진행되는 것은 아님을 뜻한다. 글로벌 위기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면 가장 많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이들 대형 종목이다. 수급 측면에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공매도 세력이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를 역이용하면 개인이 공매도 과정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글로벌 경기 불안이 완화돼 외국인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들어올 조짐이 보이면 숏커버링에 앞서 대차잔고가 많은 주식(공매도 물량이 많은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주로 실적 기반이 약한 종목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이뤄지지만 수급 측면에서도 공매도가 수시로 일어난다”며 “따라서 공매도 종목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실적이 탄탄하고 낙폭이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공매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박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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