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다양한 종류 주식 쏟아져 나온다…투자 포트폴리오 형편따라 입맛 맞게

    입력 : 2012.06.01 17: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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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부터 각 회사에서 발행하는 주식의 종류가 크게 확대된다. 같은 회사 주식이지만 성격과 가격대가 다른 여러 종류의 주식 중에서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식은 크게 ‘보통주’와 ‘종류주식’으로 구분된다. 보통주는 주주로서의 모든 권한을 부여받는 주식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식이 이에 해당하며, 종류주식이란 일부 권한에 대해 제한을 두는 주식이다. 보통주보다 배당우선권을 갖되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우선주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일정 기간 후 현금으로 상환을 하도록 한 상환주식,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약정이 된 전환주식 등이 옵션 조건으로 따라붙기도 한다.

    지난 4월 발효된 개정상법은 종류주식의 개념에 의결권 관련 항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일부 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아예 의결권을 원천 배제하는 종류주식 발행이 가능해진다. 현행 우선주도 의결권이 배제된다는 점에서는 이들 주식과 성격이 같다. 다만 앞으로 생겨날 의결권 관련 주식이 현행 우선주와 다른 점은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이익배당 우선권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기존 보통주에서 의결권을 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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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우선주에 옵션 개념으로 따라 붙었던 상환주식과 전환주식을 종류주식의 한 유형으로 별도 규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회사가 발행하는 종류주식은 크게 이익배당에 관한 우선주식(기존 우선주), 의결권 배제 또는 제한에 관한 주식, 상환주식, 전환주식 및 이들의 전부 또는 일부를 혼합한 주식으로 유형화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기존 종류주식에서 의결권 관련 항목을 첨가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의결권과 관련한 종류주식에는 무의결권 주식과 의결권 제한 주식이 있다. 이를 나머지 종류주식과 결합하기에 따라선 다종다기한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의결권 제한 전환주식 △의결권 제한 상환주식 △의결권 있는 배당우선 전환주식 △의결권 있는 배당우선 상환주 △의결권 없는 전환주식 △의결권 없는 상환주식 △의결권 있는 전환주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제한되는 의결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각 회사가 의결권 제한 종류주식을 발행하려면 사전에 의결권 제한 사유를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 제한하는 의결권은 각 회사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 임원 선임 또는 인수합병 등 경영권 변동과 관련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우를 일단 예상해 볼 수 있다. 의결권 제한 주식을 발행하는 기본 목적이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배제한 상태에서 자본조달을 가능케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이 적어 유상증자를 하기가 부담스러운 회사라면 보통주 대신 의결권 제한 주식을 발행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이들 주식은 보통주에 비해 매력이 없다. 배당에 대한 우선권도 부여되지 않으므로 대체로 우선주보다도 매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만큼 시장 가격이 낮게 형성될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 중에선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통주보다 싼 가격에 자신이 원하는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이 이런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주식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아예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존 우선주의 전례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우선주 거래량은 2000년 초 30%를 넘기도 했으나 지금은 10% 미만이다.

    가격은 보통주보다 평균 20~30% 이상 싸고, 많게는 50% 이상 차이가 난다. 투기적 거래대상이 되는 일부 우선주의 경우 하루 1~2주씩 거래되면서 시장교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의결권 또는 의결권 제한 종류주식은 우선주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자칫 제도가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량 상장기업이라면 낮은 가격에라도 거래가 되겠지만 대부분 기업은 의결권 제한 주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정부가 의결권 제한 주식을 도입한 주목적 중 하나는 은행권 대출이 여의치 않은 비상장 중소·벤처기업들의 투자유치 방편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하는 의결권 제한 주식은 투자가치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강윤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연구팀장은 “유동성도 없고 상장 여부도 불투명한 벤처기업에 대해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배제한 채 투자할 벤처투자가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문제점은 새로운 제도가 경영권 보호막을 지나치게 두껍게 할 가능성이다. 의결권 제한 주식은 대주주 지분이 적어 M&A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이를 견제해야 하는데, 새로운 주식은 이를 원천봉쇄하는 방어막으로 악용될 수 있다. 경영권 위협 없이 자본조달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상증자를 과도하게 실시해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의결권 제한 주식보다는 ‘1% 우선주’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1% 우선주는 1996년 이후 발행이 중단된 우선주 형태로 이번 상법개정에서 부활됐다. 이 주식은 일반 우선주와 달리 배당에서 보통주보다 선순위권을 지니지 않고, 다만 1%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할 뿐이다. 1% 추가배당은 일반 우선주의 배당률보다 다소 낮은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배당에 대한 부담을 낮게 가져가면서 자본을 조달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제한 주식은 경영권에 민감한 일부 기업 외에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반면, 자본조달 비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1% 우선주’는 왕년의 인기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정 상법이 4월부터 발효됐음에도 이들 주식 발행이 7월 이후가 되는 것은 각 회사별로 정관을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선 주총을 열어 신주발행을 결의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거래소는 이들 주식 거래를 위해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노원명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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