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연구원 공동기획 / 이슈진단] ③ 글로벌 자산 동조화 장기투자가 답이다

    입력 : 2012.06.01 17: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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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투자자는 기대수익률이 같다면 위험이 보다 낮은 자산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수익률을 희생하지 않는 가운데 투자 위험을 축소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특성이 다른 자산들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우산을 파는 기업 주식 하나에 집중 투자할 경우, 비가 많이 내리는 해에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해에는 손실을 입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우산을 파는 기업 주식과 선글라스를 파는 기업의 주식을 같이 포트폴리오에 담게 되면 날씨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도 결국 이와 같은 위험분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분산투자에 있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자산의 특성은 무엇인가. 우산 기업주식과 선글라스 기업주식의 예에서 보듯이 자산들의 가격이 서로 반대로 움직일 경우 위험이 가장 효과적으로 헤지(Hedge)된다. 때문에 투자자는 자산 가격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즉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들을 발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동조화, 투자자 위험분산의 장애물 금융시장의 발달로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들을 취사선택해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일견 어려운 일 같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주식의 종류만도 900가지가 넘고 채권에도 국채 및 통안 증권에서부터 회사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여기에 해외 주식, 채권, 통화와 나아가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 등까지 감안하면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투자 후보가 있다.

    하지만 다른 금융자산이라 할지라도 내재된 리스크, 수익 잠재력 등 특성이 유사하다면 자산 가격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산업 경기에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가 같이 움직이거나, 기준금리 인상 기대심리로 여러 채권의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미국 소비지표 악화에 따라 미국 수출 익스포져(Exposure)가 많은 전 세계 기업들의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여러 금융자산의 가격들이 같이 상승하고 하락하는 현상이 심화될 때 이를 동조화 현상이라 부른다.

    이처럼 많은 자산의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효과적인 위험분산이 어려워진다. 다른 바구니에 담겨있다고 생각한 계란들이 알고 보니 한 바구니에 담겨있게 되면서 투자자의 수익이 시장변화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동조화 심화 추세 실제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자국 내 여러 금융자산들 간, 국내외 자산들 간 동조화가 심화되면서 자산배분과 시장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선 국내 거의 모든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기본 축인 국채와 코스피 시장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은데 실제로 2000~2008년 중 국고 3년물 금리의 일간변화율과 코스피지수 일간수익률 간 상관관계는 9.4%에 그쳤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상관관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09년 1월~2011년 8월 중에는 14.0%를 기록했고, 2011년 9월 1일~2012년 2월 13일 중에는 상관관계가 33.0%까지 급등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만을 놓고 살펴볼 경우에도 코스피지수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지수와 같이 상승 또는 하락하는 종목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

    이와 같은 동조화 심화 현상은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글로벌 주식시장 간 상관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간수익률의 경우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를 2000년~2012년 2월 13일 전체 기간과 2009년 이후 기간으로 나눠 살펴보면, 미국 S&P500이 16.3%에서 23.9%로, MSCI가 34.2%에서 40.2%로, MSCI 신흥국지수가 71.3%에서 72.7%로, S&P350 유럽이 32.7%에서 36.8%로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조화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주간수익률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동조화 심화는 코스피가 급락하거나 급등할 때 더욱 두드러졌는데, 국내 주가가 급변할 때 이렇게 해외 주식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 해외투자를 통한 위험분산 효과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강태공이 낚시줄을 드리우듯 그렇다면 이와 같은 동조화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유동성장세 지속으로 투자자금이 시장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동조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글로벌 시장 여건 변화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 확대,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진출로 인한 글로벌 익스포져(Exposure) 증가 등은 국내 금융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조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투자자가 동조화를 극복하고 투자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매매빈도를 낮추고 투자를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간, 주간, 월간 기준으로 동조화가 심화되더라도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수익성, 국가경제 건전성 등 금융자산의 펀더멘탈(Fundamental)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 추이가 드러나며 동조화가 약화되는 경향을 띤다. 요즘같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때 투자자는 하락장에서 손절매, 상승장에서 추가매수를 통해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강태공의 마음으로 낚싯줄을 드리운 채, 시장의 파도가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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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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