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범수의 인생중심 재무설계] ‘돈 있다’와 ‘돈 걱정 없다’는 다르다

    입력 : 2012.03.26 16: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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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배우 성동일 씨가 한 예능프로에 나와 주연보다 명품조연이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오랜 무명시절의 어려움 끝에 유명세를 타면서 돈을 벌었지만 ‘대박사업’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끌려 거액을 투자했다가 빚까지 지게 된 뒤 많은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런 뼈아픈 경험이 반짝 주연보다 오래 사랑받는 명품조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나 보다. 100세 시대가 된 지금은 누구나 비슷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짧은 현역생활에 만족하지 말고 긴 은퇴시기를 보람 있게 지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를 즐겁게 보내려면 적어도 돈 걱정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은퇴 설계 전에 먼저 돈 걱정 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은퇴시점에 돈을 많이 모아 놓으면 돈 걱정 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돈을 모았다는 것과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은 별개란 점을 알아야 한다. 수십억 원을 모았던 어느 대학 총장은 자식 사업 밑천을 대느라 몇 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고 한다. 퇴직금을 주식으로 날린 사람은 수두룩하고 안정적으로 임대료나 받자며 상가를 샀다가 관리비에 허덕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돈을 많이 모은 게 은퇴 후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은퇴 대비 포트폴리오는 이런 두 측면을 염두에 두고 짜되 시간흐름에 따른 자금 소요를 반영해야 한다. 대표적 은퇴자산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라이프 사이클에 맞게 배분해 잘 쓰되 조금은 남기고 갈 수 있게끔 하라는 것이다.

    먼저 은퇴자산은 절세와 유동성,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크게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 연금자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자산은 노후의 안정적 소득원일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고 실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까지 준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엔 임차인 관리가 쉽지 않고 감가상각을 해야 하며, 상권 변화로 공실이 생기거나 자산가치가 하락할 리스크도 있다.

    예금이나 우량채, CMA 같은 금융자산은 안정적이며 유동성도 높지만 금리가 낮은데다 이자소득세가 나가고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연금자산은 평생 일정액을 받을 수 있어 장기생존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중도해지가 불가능해 한 번에 날릴 위험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하향 조정되고 있고, 퇴직연금은 중간 정산되어 금액이 줄어들기 십상이며, 개인연금은 만기 시 찾아 쉽게 써버릴 수도 있다. 이렇듯 모든 자산이나 상품은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기에 각각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자신에게 맞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시간흐름의 관점에선 60세 이후 기본 생활비를 제외한 여유생활비와 사교, 여행비 등이 줄면서 지출이 감소하다 75~80세 이후엔 의료비가 점차 증가해 총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지출 패턴에 맞게 기본생활비는 연금소득으로 최대한 충당하고 여유생활비와 사교비, 여행자금 등은 자산처분소득이나 임대소득, 금융소득 등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게 짜는 게 좋다. 아직도 열정이 넘치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60세나 65세를 은퇴시점으로 가정하라기엔 너무 이르다. 그렇지만 40년이나 되는 긴 제2의 삶을 어떻게 열어갈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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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범수 교보생명 교보타워지점 Executive FA]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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