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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sion] 즉시연금 들고 싱글벙글…나이 드는 게 즐겁다네
입력 : 2012.03.23 12: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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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임대업으로는 매월 소득이 불균형해 고령의 나이에도 계속 임대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고자 거액의 즉시연금 가입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즉시연금 수령액은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빅3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s)’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자 그대로 ‘100세형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류의 수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는 인류의 축복인 동시에 재앙이다.
최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확히 5년 뒤인 2017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가운데 14%를 차지하게 돼 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고령화사회는 65세 인구가 전체의 7%인 경우를, 고령사회는 14%인 경우를 뜻한다. 고령화 진행 속도는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빠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도달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프랑스가 112년, 미국이 72년, 독일이 40년, 일본이 24년이지만 한국은 불과 18년이다.
특히 향후 13년 뒤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1000만명을 돌파해 총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85세 이상 초고령자도 총인구의 2.1%를 차지하는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다.
인류 수명의 증가는 ‘장수 리스크(longevity risk)’의 확대를 가져온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수리스크는 1점 만점에 0.87점으로 미국(0.37점), 일본(0.35점), 영국(0.33점)에 비해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수리스크가 0.87점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예상한 은퇴기간보다 실제 은퇴기간이 평균 87%가량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베이비부머세대는 은퇴 준비가 덜 된 상황이다. 기대수명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은퇴기간이 증가해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중고령자 3239명을 대상으로 은퇴시기를 조사한 결과 평균 7.7년을 잘못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4.8년, 여성은 9년이었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9개월간 무려 4784억원의 즉시연금 초회보험료를 거둬들였다. 분기당 1300억원 이상의 가입 실적을 올렸다. 신규 가입자수는 분기당 550~700명 수준으로 고객 당 평균 가입금액도 1억원 남짓의 가입금액을 보인 미래에셋생명보다 많은 3억원에 육박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연금상품은 장기간 보험료를 납입한 후 연금을 수령하는 구조인데 적립식 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은퇴를 맞은 경우 즉시연금으로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어 가입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즉시연금은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받으면서 금융종합소득세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즉시연금은 일반 시중금리보다 높은 공시이율로 운용되며, 현재 이율은 4% 중반대 수준이다. 금리가 악화되더라도 2.5%, 10년 초과 시에도 2.0% 등 최저보증 기능을 갖춘 상품도 판매중이어서 안정적으로 은퇴설계가 가능하다.
즉시연금에는 보험사별로 여러 형태가 있지만 주로 종신연금형과 상속연금형으로 구분된다.
종신연금형은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게 되면 애초 설정해둔 보증기간 만료 시까지 가족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 시 애초에 설정해둔 기간까지 연금을 보장해주는 형식이다.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지만 매월 수령하는 연금이 상속연금형보다 더 많다.
상속연금형은 10·20·30년 단위 등으로 한 시점을 선택한 후 살아 있으면 원금을 만기보험금 형태로 돌려받는다. 연금지급 도중에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원금에 가까운 사망보험금을 상속인에게 지급한다.
따라서 즉시연금을 가입할 때부터 원금 보장에 대한 설계를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즉시연금에 가입할 때에는 원금을 보장받는 형태와 비보장하는 형태를 구분해야 한다”며 “본인 사망 시 유족에게 원금 상당액의 상속을 원한다면 상속형을, 은퇴자금 등 노후설계를 위한 연금 수령 목적이라면 종신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태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hahamo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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