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연구원 공동기획 / 이슈 진단] ① 은행, 수익 창출 능력 10년 전보다 후퇴

    입력 : 2012.03.23 12:38:43

  • 사진설명
    국내은행, 작년 순이익 12조 지난 2월1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특수은행 포함)은 2011년 1년 동안 12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이 2007년 15조원을 기록한 이후 2010년까지 10조원에 미치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은행의 이익 확대에 대해 국내 여론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규제산업으로 정부의 보호를 받는 데다가 내수산업인 은행업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우리는 국내은행들의 2011년 중 영업실적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과연 국내 은행들이 과다한 수익을 올린 것인지, 어떤 문제는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1년 중 국내 은행의 영업실적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국내 은행들이 영업을 잘해서 이익을 많이 냈다기보다는 대손 관련 비용이 줄어들고 일회성 이익이 늘어나는 등 영업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이익이 늘어난 측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은행이 부실에 대비하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이나 대손준비금, 또 부실을 털어버리는 데 사용한 대출채권 매각손실금액을 모두 합한 대손비용이 2010년에 15조원에서 2011년에는 11조8000억원으로 3조2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즉 은행들이 영업과는 상관없이 손실대비를 위해 또는 손실처리를 위해 사용한 금액이 줄어들어 그만큼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편 2011년 2분기에는 7개 은행이 현대건설 주식 매각을 통해 3조2000억원의 비경상이익을 올리기도 하였다. 이는 일회성 이익에 해당하여 은행들이 영업실력을 통해 얻은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두 가지 요인을 감안하면 2011년의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6조4000억원이나 감소하게 되어 2010년보다 낮아질 뿐 아니라 2000년대 중반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사진설명
    부실채권 감소·가계 대출 늘어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우 수익의 80% 이상이 이자이익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자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매우 중요한 은행의 수익 창출 능력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NIM의 추이를 보면 2005년에 2.81%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1.98%까지 하락하였다. 이후 2010년에 2.3%로 다소 회복하였으며 2011년에는 2.31%를 기록하여 2010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우리나라 은행들이 이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2000년대 중반에 비해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최근 은행의 과도한 이익과 그에 따른 탐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상황에서 색다른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즉 2011년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에 비해 오히려 이익을 내는 실력이 줄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1년 말 우리나라 은행권의 부실채권 상황을 살펴보면 부실채권비율과 잔액, 신규부실액 등 모든 면에서 2010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은행권 전체의 부실채권비율은 2010년 말의 1.9%에서 2011년 말 1.36%로 0.5%p 이상 개선되었으며 부실채권 잔액도 24조8000억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신규 부실 규모도 2010년 35조4000억원에서 2011년 23조9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처럼 은행들의 건전성이 개선되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가계대출 때문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2010년 0.56%에서 2011년에 0.6%로 미세하지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신규 부실도 은행권 전체의 신규 부실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4000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올해 들어 경기가 더 나빠져 가계소득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가 부동산시장 침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리스크관리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위주 영업행태 개선돼야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2011년 중 국내 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이익 창출 능력의 개선 또는 과다한 예대마진에 의한 이자수익 때문이라기보다는 대손비용의 감소 및 일회성 이익 증가 등 영업외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은행들이 과거에 비해 수익을 잘 내고 있는 상황은 아니며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라는 한파에도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여론은 은행이 탐욕스럽게 과다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은행이 수익을 내는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은행이 규제산업이어서 정부 보호 하에 일정 부분 이익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들은 해외 진출도 거의 없어 국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은행 경영진은 은행의 이익 창출 능력 개선에도 힘써야겠지만,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은행의 공적 역할 강화에도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한 은행의 평판 개선은 은행의 영업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내수에만 집중되어 있는 국내 은행의 영업행태를 개선하여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것도 은행의 이익 다변화 및 평판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은 많이 개선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고 불리는 가계대출에 있어서는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이 문제에 잘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