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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dge fund] 한국형 헤지펀드 이들을 주목하라
입력 : 2012.01.27 16: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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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신운용 헤지펀드운용팀 김의년 팀장 / 동양자산운용 안창남 본부장 미래에셋맵스 박기웅 이사 / 미래에셋맵스홍성범 과장
헤지펀드를 꿈꾸면서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글로벌 하우스에서 실제로 헤지펀드 운용을 하고 있던 중 헤지펀드 설립을 준비하던 국내 자산운용사에 스카우트됐거나, 아니면 국내에서 헤지펀드 시장이 열리기만 꿈꾸면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올린 경우다.
대표적인 해외파 매니저로는 미국 MIT MBA 석사 출신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최명환 이사를 꼽을 수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업계 최고 수준의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동원투신, CLSA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유학길에 올랐다가 2007년부터 4년간 미국계 헤지펀드인 티드먼 인베스트먼트 그룹 싱가포르 법인에 조인했다. 티드먼 그룹에서 그는 한국, 브라질, 중국, 인도, 대만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 운용역을 맡았다. 지난해엔 싱가포르 소재 한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코어베스트 캐피탈에서 근무하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전격 스카우트됐다. 이머징 마켓 중에서도 한국 담당이라 싱가포르에 있으면서도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기업 탐방 때는 하루에 4~5사씩, 일주일에 20사 정도를 방문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라면 단순히 이 주식을 살까 말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고 싶지 않으면 공매도를 해야 하나’, ‘단독으로는 투자가 매력적이지 않지만 다른 주식과 묶음으로 페어 트레이딩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정도의 고민은 늘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이사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기법이 롱숏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특정 기업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산업과 시장 위험을 구분해서 철저하게 위험을 헤지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급한 기대도 금물이다.
최 이사는 “지난해 상반기 유행했던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급등하다가 폭락했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에선 종목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고평가된 종목이 계속 오르는 경우가 있고 몰리는 종목만 계속 몰리는 국내시장에선 롱숏 전략 예측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나UBS자산운용 안병훈 부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1975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안 부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 생활을 하다가 메릴린치 홍콩 전략투자팀으로 자리를 옮겨 2006년 10월부터 약 3년간 홍콩 메릴린치의 내부(Internal) 헤지펀드를 운용했다. 인터널 헤지펀드는 헤지펀드를 투자가들에게 팔기 이전에 미리 회사 자금으로 운용하면서 실력을 검증받는 ‘인큐베이팅’ 단계의 헤지펀드를 말한다.
안 부장은 지난 2010년 하나UBS자산운용으로 스카우트된 뒤 헤지펀드의 롱숏 전략을 추구하는 ‘100/20 증권투자신탁펀드’를 운용하면서 국내 경험을 쌓았다. 안 부장은 “수년 전만 해도 주식 공매도 물량을 제대로 받아줄 만한 국내 여건이 안 됐지만 ETF(상장지수펀드)를 적극 활용해서 1년간 벤치마크 대비 20% 정도 초과수익률을 올렸다”며 “단순히 해외 경험만 중요한 게 아니라 국내 상황에 맞는 헤지펀드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고민은 주식롱숏전략에 대한 고객 불신이다. 롱숏전략을 잘못 구사해 ‘롱(매수)’을 건 주식이 빠지고 ‘숏(공매도)’을 친 주식이 올라버리면 시장 변동성을 제거한 안정적인 수익은커녕 손실 폭이 오히려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매수 후 보유 관점의 종목을 찾는 데 특화돼 있기 때문에 숏을 걸 수 있는 종목을 얼마나 찾아낼 수 있느냐는 것도 관건이다. 안 부장은 “최근 출시된 헤지펀드들이 가장 많이 쓰는 전략이 업종 내 주식들을 동시에 사고파는 롱숏전략인데 문제는 이 전략만으론 변동성이 커서 안정적이지 않다”면서 “채권 운용 전략을 겸비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다음 채권 담보를 이용해 주식 매수·매도 전략을 구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컴퓨터 시스템 트레이딩을 통해 차익거래 기회를 노리는 ‘퀀트’ 전문가도 국내에 영입됐다. 이현준 한화자산운용 헤지펀드 선임매니저는 세계 최대 퀀트 운용사인 바클레이즈에서 3년여 정도 퀀트 모델 개발과 리서치 경험이 있다. 기관 사모펀드와 일임자산으로 구성된 캐나다 퀀트 펀드의 모델 포트폴리오 운용에도 참여했다. 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네기 멜론대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실력 갖춘 국내파들삼성자산운용 김종선 매니저 / 미래에셋자산운용 박진호 이사 하나UBS자산운용 정병훈 부장 / 신한BNPP최명환 이사
김의년 한국투신운용 헤지펀드팀장은 듀크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각각 경제학과 통계학을 전공했다.
2001년 한국투자신탁운용 공채로 입사한 이후 11년여 동안 국내 채권 트레이딩과 해외 리서치 등의 업무를 경험해오며 채권 운용과 글로벌 주식리서치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준비 전담팀에 2009년부터 참여했다. 새로 도입될 한국형 헤지펀드에서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에도 투자하기 위해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해외 전문 인력 스카우트 대신 내부 인력을 채용했다.
한국운용에서 내놓은 한국형 헤지펀드는 ‘한국투자 펀더멘털롱숏 전문사모 투자신탁 1호’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분석해서 주가가 상승할 기업의 주식을 롱(BUY)하고 주가가 하락할 기업의 주식을 숏(차입매도·SELL)하는 롱숏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롱숏전략의 하나로 금전차입을 하지 않고 환율도 해외주식에 대해서 헤지만 하여 친숙하고 안정적인 전략으로 통한다.
주요 운용 전략은 한국주식 비중을 70~80%로 가져가고 일본, 대만, 홍콩 시장 상장주식을 20~30% 정도로 투자하지만 향후 펀드가 커지면 아세안과 인도로 종목을 넓힐 계획이다.
김 팀장은 철저한 리서치에 기초한 운용을 중시한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출발시점이 동일했던 만큼 아이디어와 리서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 종목은 물론 새로운 종목도 발굴할 수 있도록 경제 금융의 전문성은 물론 새로운 조합이나 투자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을 위해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김 팀장은 위험 관리를 위해 20%의 손절매(Loss cut)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최소 보유 기간도 3개월로 정해 일반적인 펀드의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에 신중할 계획이다. 기업분석을 철저하게 하여 불필요한 비용 또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삼성자산운용은 헤지펀드 매니저를 내부에서 발탁했다. 김종선 펀드매니저는 유연하고 균형감각 있는 사고로 안정적인 운용을 한다고 평가 받는다. 김 매니저는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시작하여 기업분석, 경제전망, 증시분석 등을 익혔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운용을 시작했으며 주로 법인이나 기관 자금을 맡았다. 이러한 자금은 주로 사모펀드 형태로 운용되는데 김 매니저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운용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특히 증시의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해 헤지펀드와 유사한 전략으로 플러스 수익을 내서 안정적인 운용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김 매니저가 운용했던 공모펀드인 ‘삼성 대한민국 신수종산업 펀드’는 1년 수익률이 업계 상위 5% 안에 드는 등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우리자산운용은 헤지펀드 출시 이전인 지난해 11월 초부터 내부 운용역으로 구성된 헤지펀드 전담 운용팀을 꾸려 본격적인 운용전략 준비에 돌입했다. 우리 헤지펀드 1호의 초기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국내외 다양한 자산 운용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초 전 HMC투자증권 GPT(Global Prop Trading) 팀장인 김현태 이사를 영입해 배치했다. 김 팀장은 모건스탠리 홍콩에서 고유자산을 운용했고 HMC투자증권에서 해외 쪽의 관련된 상품 운용과 차익 거래 등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동양자산운용의 안창남 헤지펀드운용본부 본부장은 동양증권에서 중앙지점장과 고유자산 주식운용팀장 등을 맡으며 종목 발굴과 투자에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를 듣던 인물. 같은 업종 내 종목을 발 빠르게 사고파는 페어 트레이딩 등 롱숏 투자전략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근우 / 매일경제 증권부기자 penboy@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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