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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urance] 3.5명 중 1명 사망하는 암, 보험으로 대비
입력 : 2011.09.28 17: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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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주부 박성인 씨(55·가명)는 남겨질 가족들을 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눈물을 삼킨다. 4년간 세 차례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꿋꿋하게 견뎌왔던 박 씨에게 돌아온 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시한부 삶이었다. 의사의 사형선고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러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풀어야 할 현실적인 숙제는 정작 따로 있었다. 입원비와 수술비, 생활비 등으로 이미 저축해뒀던 돈은 바닥이 났고 카드론에 사채에까지 손을 벌린 상황이었다. 일용직 근로자인 박 씨의 남편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이미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음을 털어놓을 수 없어서다. 하지만 부부가 빚 얘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3.5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건강보험이 급증하는 암의 사회적 비용을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5년 건강보험 적자는 5조8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국립암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암환자 1인당 부담해야 할 비용은 백혈병이 6700만원, 간암 5522만원, 췌장암 6371만원, 폐암 4657만원 순이다.
2009년 말 기준 한국인의 암보험 가입률은 56.4%로 절반을 조금 상회한다. 65세 미만의 남성은 60.2%, 여성은 64.2%로 총 62.2%만 가입돼 있다. 3분의1 이상의 한국인이 암의 심각성을 알고도 외면하며 지낸다는 얘기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의 가입률은 더 심각하다. 남성은 6.2%, 여성은 9.7%로 총 8.2%만 암보험에 가입돼 있다. 노인들은 12명 중에 11명이 암진단 시 경제적으로 몰락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그 절박함을 모르고 산다는 뜻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그룹은 10만 명 당 376.7명의 암 환자가 발생한 반면, 고소득인 5분위 그룹의 암 발병률은 10만 명 당 266.9명이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암보험의 필요성은 더욱 높은 셈이다.
박한구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실 생명보험팀장은 “간병비와 생활비, 실직으로 인한 부채, 요양비 등을 고려하면 암 발병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은 1억원을 넘는다”며 “비용 때문에 암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전체의 13.7%에 달한다. 민영 암보험으로 건강보험 부족분을 충당하고, 경제적 충격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암을 대비하려면 개인이 암보험에 가입해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대안은 결국 하나다. 적어도 암보험 하나씩은 미리 가입해두는 것이다.
암진단비가 높은 상품을 선택해야 든든
암보험은 암진단 시 고액의 진단금을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암진단비를 비롯해 암입원비, 암수술비, 암사망비 등으로 나뉜다. 암에 걸렸더라도 반드시 수술이나 요양이 발생하지는 않으므로 암진단비가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암진단비를 치료비와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보장은 가입 후 90일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보장된다. 계약일(초회 보험료 납입일)로부터 보장해주는 다른 보험과는 다르다. 암 발병을 숨기고 보험금을 받고자 가입하는 역선택을 막기 위해서다. 암보장 개시일 이전에 암 진단확정을 받으면 납입 보험료가 환급되고 보험은 무효 처리된다.
또 보험계약 후 1~2년 이내에 암진단 시 보험금의 50%만 지급된다. 자가진단이 비교적 쉬운 유방암의 경우는 암보장 개시일 후 90일 이내(가입 후 180일)에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이 감액된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비용이 저렴한 갑상선암과 기타피부암, 암 이외의 질병으로 분류되는 경계성종양과 제자리암은 보험금의 10~30%만 보장된다. 제자리암은 암세포가 상피에만 있고 기저막까지 침범이 안 된 상태를 말한다. 경계성종양은 물혹과 악성종양(암)의 중간에 해당하는 종양을 말한다. 백혈병이나 골수암 등 고액암은 보험금의 120~200%까지도 보장이 가능하다.
갱신형 상품은 3~5년 주기로 보험기간을 설정하고 갱신 시점에 나이와 위험률을 다시 적용해 보험료를 다시 정한다다. 같은 조건의 비갱신형 암보험에 비해 가입 초기에 납부하는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상률은 갱신 전 보험료의 40~80% 수준이다.
반면 비갱신형 상품은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하는 형태다. 가입할 때는 비싸 보이지만 갱신시점에 보험료 인상이 없다. 갱신형 보험의 경우 보험가입 시 향후 예상되는 갱신보험료를 상품안내장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이제, 암보험으로 유비무암(癌) 매일경제신문과 금융감독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은 지난 5월부터 ‘1인 1암보험-암보험으로 유비무암(癌)’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캠페인의 연장선상에서 금융감독원이 암보험 활성화를 위해 포문을 열었다. 보험개발원과 함께 평균수명 등을 고려한 고령자의 암발생률을 산출해 가입 연령과 보험기간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질병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탓에 보험사들은 암보험 인수를 꺼려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당 질병이나 부위에 대해 보장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부 인수계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암을 종류별로 나누고 치료비 수준을 5단계로 차등화해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또 우수한 암보험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대해 배타적 상품권을 보장한다. 배타적 상품권이란 우수한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가 일정 기간 다른 회사들이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를 뜻한다.
지난 5월 열린 유비무암 캠페인 발대식에 참석한 최수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의학의 발전으로 암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됐지만 막대한 치료비가 관건”이라며 “이번 캠페인이 널리 확산되고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제2의 르네상스’ 맞은 암보험, 어떤 상품에 가입할까 암보험시장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높은 손해율로 주춤했던 암보험 상품은 지난 3개월간 7개 상품이 새로 출시됐다.
‘현대해상 하이라이프 암보험’은 암의 종류에 따라 특정암(고액암), 일반암, 소액암으로 나눠 보험금과 보험료를 세분화한 점이 특징이다. 특정암은 간이나 폐 등 발병 후 경제적 손실이 크고 5년 생존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암으로 최고 7000만원을 보장한다. 일반암은 발병 후 5년 생존율이 65% 수준이고, 직접 치료비와 기타 비용 등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은 암으로 최고 3000만원을 보장한다.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진단 이후에도 80%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는 소액암은 1500만원으로 차등 보장한다. 만기가 3년, 5년, 10년, 15년으로 최고 80세까지 갱신이 가능한 1종과 20년, 25년 만기로 만기까지 계약이 유지될 경우 납입보험료를 환급하는 2종으로 구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신한생명 ‘신한 콜하나로 암보험’은 암 진단·치료비용을 높여 실질적인 치료비 보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액암 진단 시 1억원, 일반암은 5000만원을 지급한다. 기존 고액암 보장이 5000만~7000만원, 일반암이 3000만원 수준인 데 비하면 파격적인 보장이다. 업계 최초로 암뿐만 아니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 3대 성인질병으로 진단 판정을 받거나, 신체부위의 50% 이상에 대해 장해진단을 받을 때도 보험료 납입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보험료 부담을 줄였다.
KDB생명 ‘종신암보험’은 비갱신형 상품으로 암 보장을 사망 시까지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암 진단 없이 사망할 경우 보험가입 금액을 전액 지급하고, 암 진단자금을 받은 뒤 사망하면 이미 지급된 보험금을 차감한 금액을 지급한다. 암진단 자금은 보험가입 시점에 계약자가 50~8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암 진단과 치료 특약에 가입하면 암진단자금 1000만원과 수술치료비 30만~100만원, 입원일당 5만원을 비롯해 항암방사선 치료, 약물치료비 등 암보험에서나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특약으로 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의 ‘가족사랑통합CI보험’은 처음 암이 발병해 보험금을 받은 후 다시 암이 발병해도 보험금을 한 차례 더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상품은 암 발병 시 최초 1회만 보장해 왔다. 다만 최초 암이 발병한 지 1년이 지나야 하며 또 암 발병 부위가 달라야 한다. 급성심근경색증, 말기신부전증, 뇌졸중 등 다른 치명적 질병(CI)이 발생해도 보험금을 두 차례 수령할 수 있다.
‘하나HSBC생명 퍼펙트 암보험’은 골수암, 뇌암, 백혈병과 같은 고액암 진단 시 최고 8000만원, 일반암 진단 시 최고 5000만원을 보장해준다. 암 진단자금뿐 아니라 암으로 인한 사망 시에도 최고 2000만원까지 보장하며 암 진단 시 생활자금으로 매년 400만원씩 최대 5년간 최고 2000만원을 보장한다. 연간 100만원까지 보장성 보험료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동양생명 ‘수호천사 홈케어 암보험’은 고액암 진단 시 1억원, 일반암 진단 시 5000만원, 유방암과 남녀 생식기암도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보장금액을 대폭 늘렸다. 동양생명은 이번 신상품 출시로 기존에 판매 중이던 10년 만기 갱신형 상품인 ‘수호천사 홈케어 암보험Ⅱ’와 함께 갱신형과 비갱신형을 모두 판매하는 암 전용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대한생명 스마트라이프 플랜보험’은 암사망 시 최대 3억원을 보장한다. 암으로 인한 사망 시 최대 3억원까지 보장하는 암사망, 그리고 진단자금과 입원비 등을 제공하는 암진단, 암간호 등 암 관련 3대 특약을 부가할 수 있다.
‘AIA생명의 뉴원스톱암보험’은 두 종류로 나뉜다. 만기환급형은 만기 생존 시 각각 납입한 보험료의 50~100%를 만기 축하금으로 지급하고, 건강관리형은 5마다 일정 금액의 건강관리비를 지급한다. 일반암 진단 시 4000만원, 고액암 진단 시 9000만원을 보장한다. 남녀 생식기암과 유방암을 일반암과 동일하게 보장하는 점도 다른 상품과 차별된 특징이다.
라이나생명 ‘가족사랑플랜보험·집중보장건강보험·집중보장메디칼보험’ 등은 암특약 부가가 가능하다. 암진단보장특약, 암진단추가보장특약, 고액암치료특약 등 다양하다. 암진단 시 4000만원, 갑상선암은 암보장 개시일 이후 진단 확정시 400만원, 기타 피부암이나 상피내암, 경계성종양도 최초 1회에 한해 400만원을 보장한다. 암전용 상품인 집중보장플러스암보험’은 암보장개시일 이후 암진단 확정 시 최초 1회에 한해 4000만원을 지급한다.
메리츠화재는 ‘가족단위보험 M-Story’ 보험상품에 암특약을 추가할 수 있다. 4개의 암을 본인이 선택해 가입한 뒤 암진단을 받으면 3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고액암 진단비를 더 높게 설정하려면 3000만원 한도로 추가 가입이 가능하다.
‘녹십자생명 유니버셜선지급암보험’은 암 치료비와 사망 보상금을 동시에 보장한다. 간암, 폐암, 유방암 등 ‘중대암’ 진단 시 주계약 금액의 50% 또는 80%를 치료비로 지급하고 이후 납입보험료는 면제된다. 선지급금을 받고 사망하면 잔여 보험금이 지급된다. 또 특약 가입 시 첫 번째 중대암 발생으로 주계약에서 보장받은 후 다른 부위에 재발 또는 전이될 경우 특약가입금액의 100%를 추가 보장받을 수 있다. 기존 암보험이 보험금을 1회에 한해 지급하고 암 발병자는 다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보장폭을 제한한 것과 차별되는 장점이다.
[김유태 / 매일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hahamo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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