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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u’s Knowhow] 떨어질수록 주식 매력은 더 오른다
입력 : 2011.09.28 17: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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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을 만나 운용원칙과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후발 주자인데 애로는 없었나. 주식형 펀드 운용의 역사가 짧고 트랙 레코드(운용 실적)가 없어 쉽지만은 않았다. 레코드를 만들어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그래도 KB밸류포커스펀드나 KB대표그룹주펀드가 1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도 그만한 성과를 돌려줬나. 물론이다. 두 펀드 모두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KB밸류포커스펀드는 2009년 11월9일 설정 이후 8월11일까지 64.5%의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중 유형평균이 17.08% 상승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KB한국대표그룹주펀드 역시 2009년 8월27일 설정 이후 25.77%의 성과(유형 평균 14.6%)를 내고 있다.
그 동안 주식 시장을 꾸준히 좋게 보고 투자를 권했는데 지금도 그 기조에 변함이 없는가. 2009년 이곳에 오면서 2010년 말까지 코스피가 2000선은 회복할 것으로 보았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주식투자를 권했다. 전망했던 대로 꾸준히 주식형 펀드를 늘리는데 주력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성과가 났다.
지금도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나. 글로벌 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춤하지만 하락폭이 깊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당분간 출렁거리는 장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펀드환매로 많은 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업계 전체로 펀드환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가운데 그래도 우리 펀드의 자산은 계속 늘었다. 주식형 펀드에서만 올해도 1조원 이상 수탁고가 늘었고 부임 이후 2조원 이상 늘었다. 그룹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식이 좋다고 강조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물론이다. 여러 투자자산 가운데 주식이 인플레이션 헤지에 가장 좋다는 것은 원론적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예금자산보다 주식이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크다. 부동산도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다지만 지금은 부동사 시장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식이 좋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에 전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주식의 매력은. 주식 부동산 예금 등 세 가지 투자자산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식의 매력이 큰데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주식의 매력은 더 커졌다.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은 있다.
그러나 이번 주가 하락은 우리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대외변수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가격이 회복된다는 믿음으로 주식형 펀드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오랫동안 외환업무를 해온 전문가로서 지금의 환율은 어떻게 보나. 요즘은 직접 외환을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해외펀드 운용은 환율을 바탕에 두고 하기에 환율 전망은 계속하고 있다. 원화는 계속 강세로 간다. 10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는데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1000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면 외국인의 추가 매수를 기대할 수도 있나. 최근 외국인은 채권을 매수했다. 채권을 샀다는 얘기는 환율에서 먹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채권을 산 외국인이 환율이 추가로 내려간다고 당장 주식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 주식 판 외국인과 채권 산 외국인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판 것은 글로벌 연동성이 높아서다. 글로벌 연동성이 진정돼야 외국인 매도가 진정될 것이다.
투자에 영향을 주는 금리는 어떻게 전망하나. 채권의 변동성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향후도 움직임 크지 않을 것이다. 단기금리가 올랐으나 장기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될 것이다.
한국 주식의 가치는. 코스피 1800선에서 주가수익비율(PER) 8~9배 정도이니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 절대적으로도 저렴한 수준이다. 우리 기업의 총이익은 2007년 피크보다 50% 이상 성장했다. 이 같은 이익 증가는 세계적으로도 드믄 케이스다. 이익이 뒷받침되기에 주가 유지가 가능하고 매력도 또한 높다.
그동안 ‘차화정’ 업종이 주목을 받았는데. 우리는 차화정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래서 올라갈 때 덜 올라갔으나 빠질 때 덜 빠졌다. 한쪽에 치우치는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차화정의 폭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간판기업 수익성이 높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의 채선상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경쟁국 대비 상대적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다. 주요 경쟁상대인 일본이나 중국 기업이 엔고와 위안화 강세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 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는 곳도 있는데. 해외 분산은 가능하지만 한국 시장의 매력이 더 크다. 특히 해외 투자는 세금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투자는 세금이 없는데 반해 해외 투자는 세금이 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다. 부분적으로 분산은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한국의 매력이 가장 높다.
새 펀드 출시 계획은. 펀드는 꾸준히 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존 펀드에 추가로 가입할 것을 권한다. 대표 펀드들이 추가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조재민 사장이 보는 리스크 요인 투자에서 리스크 판단은 기본이다. 현 시점에서 그는 어떤 리스크를 생각하고 있을까.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유럽지역에 있다. 특히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문제다. 유로존이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데 해법이 간단치 않다. 경제 상태도 좋지 않고 부채도 많은데다 실업률은 20~30%나 된다. 유로존의 각국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복지를 제공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빚내서 생활한 것이다. 그래서 구조조정이 매우 어렵다. 상대적으로 경제도 좋고 재정도 양호한 북유럽 국가가 계속 지원할 지 의문이다.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로존이 유로화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로화는 유럽인이 지난 50년 동안 품은 원대한 꿈이다. 그래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단시일 내 획기적 대안은 나올 수 없어 일희일비하면서 혼란이 지속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미래의 불확실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 경기가 둔화되고 더블딥이 올 가능성도 있으나 그러면 3차 양적완화(QE3)가 나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 강한 조치도 나올 수 있다. 재정은 더 투입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불확실성은 적다.”
조 사장은 대내적으로는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전체적으로 양호하다. 기업이나 정부 모두 양호하다. 가계부채가 많아 취약하지만 이 수준에서 관리하면 된다. 다만 북한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 섹터·차화정·내수업종 모두 걱정 안해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업종이나 종목일 터. 조 사장이 현 시점에서 유망하게 보고 있는 섹터는 무엇일까.
“산업 쪽에서 볼 때 차화정 산업은 경기가 양호하다. 상대적으로 유통이나 금융 건설 통신 등 내수 업종은 원래부터 성장성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주가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문제가 없다. 특히 건설 부동산의 경우 그 동안 구조조정을 거친데다 우량 업체들은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걱정하기 않는다. 문제는 IT다. IT 업종이 어디로 갈 것인가? 잘 모르겠다. 이것이 국내 주식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 같다. 살아나면 시장이 강세로 갈 것이지만 예측이 쉽지 않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부품가격 하락으로 반등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미지수다. 특히 애플의 독주에서 삼성이나 LG가 살아남을까 모르겠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의 우위로 고객을 묶어두고 있다. 과거 IT업종은 기계를 잘 만드는 곳이 이겼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기계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게임이다. 애플 대 기타, 이 구도가 앞으로 몇 년은 갈 것 같다.”
■일반 투자자, 전문가 따라가선 곤란 조 사장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주식시장을 볼 것을 주문했다.
“시장이 폭락할 때는 기회로 봐라.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변수의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을 따라 간다. 좋은 결과가 나올 거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투자자들의 주식 비중이 너무 낮다. 금융위기 때(2008년) 너무 심하게 상처를 입은 느낌이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특히 아픔을 줬던 2008년 중국 시장은 완전한 버블로 평가했다. 투자 원칙을 묻자 조 사장은 일반인과 전문가의 투자방법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으니 무조건 전문가를 따라가지는 말라며 일반인을 위한 투자원칙을 제시했다.
“투자 방법이나 원칙 기술 등의 지혜를 담은 책은 수없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일반인은 전문가와 다른 투자를 해야 한다. 전문가는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일반인은 다른 업을 하면서 재테크를 한다. 그래서 적용되는 지혜나 철학이 다르다. 일반인이 전문가 수준으로 가려는데 쉽지 않다.”
그는 특히 “전문가의 영역과 일반인의 영역과는 다르다”며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은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단기로는 전문가를 이기기 어렵다. 장기로 적정수익을 내면 된다. 주식은 장기로 보면 연 10%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 아울러 일반인은 리스크를 감내하지 못한다. 그래서 분산투자를 하면 된다. 펀드도 나눠서 투자하고 주식도 우량기업에 나누어 넣으면 된다.”
조 사장은 또 “절대 대박은 없다. 그런 원칙을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투자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면 “너무 당연하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실천 여부다. 사람들은 장기투자가 좋다는 걸 알면서 실천하지 못한다. 건강과 마찬가지다. 술 담배 하지 않고 운동 하면 건강관리의 70~80%는 된다. 이 쉬운 것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목격한 사례들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은 위험하다며 예금 하나로 간다. 그런데 주가가 계속 오르면 배가 아파서 견디지 못한다. 그런 이들이 2007년에 뛰어들었다가 크게 터졌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주식에 묻어두면 되는데 그러질 못하고 다른 곳을 기웃거린다. 요즘 월급 받아서 HTS 들여다보며 선물옵션이나 FX마진거래까지 한다. FX 강연회에 가면 아줌마들이 죽 앉아 있다. 말도 안된다.”
조재민 사장은?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주 2회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모범생 스타일. 8시에 출근해 7시 퇴근하며 직원들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 62년 서울 생. 서울대, 뉴욕대 MBA, 시티은행, 동양종금을 거쳐 외환위기 직전 홍콩으로 건너가 크레디아그리콜엥도수에즈 홍콩지점 한국데스크와 스탠다드뱅크 아시아 채권팀장을 역임했다. 1999년부터 10년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2009년 5월부터 KB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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