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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상반기 코스피 2500 고개 넘어설 수 있을까
입력 : 2011.07.01 14: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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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주가와 정책 변경을 감안할 때 주식으로 자금 유입 감소 전망
일본 지진 이후 이머징마켓으로 자금 이동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머징마켓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인데 재정의 경우 G7 공공부채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 GDP의 82%에서 2010년 110%로 늘어나지만 아시아 이머징마켓은 2010년 35%에서 2015년 3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회복도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다시 빨라질 전망인데 양호한 재정이 경기 안정을 위해 방어막이 되리라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머징마켓으로의 자금 유입 재개에도 지난 4분기와 같은 유동성 장이 재현되기 어려우리라 판단된다. 유럽 등 선진국 일부의 출구전략 논의가 가깝게 다가오고 있고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시점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펀더멘털의 뚜렷한 개선 기대 힘들어 경제 지표가 후퇴하고 있다. 4월 기업실사지수(BSI)는 3월보다 10포인트 이상 급락한 99.3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 지표는 17개월 연속 100을 넘는 호조세를 보여 왔는데 2월부터 변동성이 커지면서 약화되고 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도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인 7포인트가 떨어지면서 기준점 100을 밑돌았다. 기업이나 소비자 실사지수가 낮아진 것은 일본 대지진과 중동 정정 불안, 물가 상승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표도 주춤하고 있다. 주가와 연관성이 높은 선행지수는 1월에 전년 동기 증가율이 하락세를 멈춘 후 3월까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계절적인 요인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향후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선행지수가 주가와 연관이 컸던 관계로 이번에도 해당 지표가 바닥을 친 후 주가와 동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힘들 전망인데 작년 선행지수가 하락할 때 주가가 반대로 상승했듯이 두 변수 사이의 관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지간한 경기 회복이 있기 전에는 유동성에 따른 효과를 경제 펀더멘털이 이겨 내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다.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미뤄지고 있는 미국 경제가 최근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GDP 증가율과 생산 측면의 지표들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데 이어 고용지표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민간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아가고 있다.
물론 에너지가격의 상승 등이 소비심리에 충격을 주고 있고 주택시장의 회복이 본격화되지 못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경제 전 분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1·2기로 집행되는 등 정책의 강한 드라이브가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고용지표의 회복이 가장 긍정적인 신호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 기대된다. 이를 감안할 때 경기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은 국내 요인보다 해외 요인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경기 회복에 힘입어 경제변수가 강화되더라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향후 예상되는 경기 회복이 미미하기 때문인데 회복 모습은 금융위기 직후처럼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가 크게 상승하는 형태가 아니라 2006년같이 일정 폭 오르다 고점 부근에서 횡보하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 상승 폭이 제한적이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경기 이상으로 유동성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점도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부분인데 이런 상황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예상보다 낮은 이익 증가율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은 80조원이었다.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였던 2007년의 이익이 60조원이었으니 그때보다 30% 정도 늘어난 셈이다. 현재까지 주가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 이익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국외 시장 상황도 좋기는 마찬가지다. 3분기 미국 기업의 영업이익은 8000억 달러로 2007년 기록했던 분기당 최고치에는 못 미쳤지만 금융위기 직후 극심한 침체에서는 벗어났다.
그러나 이익 대비 주가가 적정한가로 넘어가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시장에는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익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0배 정도에 지나지 않아 추가 상승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 10년을 놓고 보면 PER 10배 수준이 싼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2000년에서 올 4월까지 총 136개월 간 우리나라 PER 추이를 보면 해당 변수가 10배 이하였던 기간이 93개월로 전체의 70% 정도다. 시장에서 얘기되고 있는 기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다수 기간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가 되는 셈이다.
PER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경제구조와 성장률, 금리 등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이 변수로 시장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지난 몇 년간 평균치로 기준을 삼는 것이 좋은데 지금 PER이 지난 기간보다 높다면 시장이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는 얘기를 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 평가에 있어 향후 실적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익이 시장 기대에 맞게 20% 정도 증가한다면 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실적이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인데 반대로 이익이 정체하거나 줄어들 경우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데다 20% 정도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저금리·고유동성 정책 변화 예상최근 미국 경제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주식시장에 호재가 되고 있다.
2008년은 국내외 모두에서 정책 금리를 낮추던 때였다. 2006년부터 금리를 올려 대응력을 키웠기 때문에 2007년에는 반대로 금융위기에 대비해 금리를 내릴 수 있었다. 이런 우호적인 환경 덕에 물가와 유가 상승이 시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사이 격차가 3%포인트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리가 너무 낮아 어느 때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유동적이 되면 약간의 변화에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데 유가 상승이 금리인상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심리적 불안 때문에 2008년 대비 유가는 낮지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2003년 이후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에서 석유 수요가 증가해 금융위기 근처 몇 개월을 제외하고 계속 유가가 오르고 있다. 금·구리 등 다른 원자재와 비교하더라도 유가만 2008년 최고치 밑에 있을 뿐 여타 원자재는 최고치 이상이어서 상대적으로 유가가 오를 여지가 있다.
경제변수는 어떤 계기가 만들어졌을 때 주식시장에 한꺼번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번도 마찬가지여서 유가가 꾸준히 올라가는 동안에 무신경했던 시장이 가격이 결정적인 수준을 넘으면서 하락 전환할 수 있다.
물론 유가 상승에 따른 1차 영향이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추가 상승하더라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수 있다. 그 대신 기업 실적을 통해 천천히 효과를 발휘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유가 움직임 자체보다 고유가에 따른 선진국 금융정책 변화와 기업 이익 추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올 들어 시장이 양호하게 움직인 것은 선진국 시장 강세의 영향이 컸는데 이 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 주가가 사상 최고점 대비 10% 정도의 여유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고, 이를 넘기 위해 1분기에 사상 최고 이익을 내야 하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은 작년 9월 시작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진 후 하반기부터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상승의 고점은 2300포인트를 넘기 힘들며 조정에 들어갈 때에는 그 폭이 상당히 큰 형태가 될 것이다.
[이종우 /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nib.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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