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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퇴직 후 자산관리
입력 : 2011.01.17 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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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장수하는 것이 문제란 말인가. 그건 계획의 문제다. 계획을 전혀 세워놓지 않았거나 장수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계획을세운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약 100년의 인생을 전제로 설계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나가야만 장수를 축복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퇴직 후의 자산관리를 돈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돈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퇴직 후의 30~40년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퇴직 후에 적당한 일을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건강은 물론 자산관리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상당한 금액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더라도 퇴직 후에 규칙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자산관리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규칙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우선 흔들림이없다. 그러나 놀면서 관리하는 사람은 쓸데없이 욕심을 내거나 겁을 내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보다 일찍 고령사회를 경험한 선진국의 직장인들은 퇴직 후에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생활비가 부족해 수입을 얻어야 하는사람들은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는 각오다.반면 돈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사회공헌이나 자기실현 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들을 찾는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상황 또한 다를 바가 없다. 모든 직장인이 획일적인 노후를 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 퇴직 후에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재산 상태 파악이 퇴직 후 재테크의 첫 걸음 퇴직 후의 자산관리에서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상상 이상으로 긴 후반 인생에 비해 운용으로 돌릴 수 있는 여유자금은 적다는 점이다.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이 운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계산하려면 우선 자신의 집 재산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 부채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채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생활수준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수준을 관리하지 않고서는 안정된 노후 생활을 기대할 수 없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때문에 생긴 부채라면 차입금리와 투자한물건의 기대수익률을 냉정하게 비교해 봐야 한다. 장기•저금리주택자금을 빌린 정도라면 모르지만 보통의 차입이라면 적당한 기회에 투자한 물건을 팔아 부채를 상환하는 게 좋다. 몇 년에 한 번정도라면 모를까 장기간 차입금리 이상의 투자 수익을 낸다는 것은불가능에 가깝다.자녀들을 모두 분가시킨 노부부가 부채가 남아 있는 채로 대형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더더욱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대형아파트로 인해 늘어나는 생활비도 문제지만 대형아파트 가격의 장기 전망또한 밝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1년에 한두 번 사용할까 말까하는 골프 회원권, 거의 수익을 내지 않는 금융자산 등은 매각해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퇴직 후 자산관리의 시작은 부채의 구조조정부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부채의 구조조정을 끝낸 다음에는 남은 자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할방법을 생각해보자. 남은 자산 모두가 운용자산이라고 생각해서는안 된다. 현역 시절에 모아놓은 금액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용 가능한 것은 그 금액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그렇다면 운용 가능한 금액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우선 퇴직후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알아볼 수 있도록 자신의 ‘손익계산서’를만들어야 한다. 퇴직 후에 얻을 수 있는 수입으로는 각종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과 재취업을 했을 경우 받게 되는 근로소득, 부동산•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자산소득 등을 생각할 수있다. 퇴직 후에 얻을 수 있는 수입의 합계가 매달 지출해야 할 생활비보다 적을 경우 모자라는 금액은 보유 자산을 헐어서 충당해야한다. 보유 자산 중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는 자산과 부채를 찾아 동시에 줄인다. 여기에서 남는 자금을 생활자금, 목적자금, 여유자금으로 나눠 관리한다.‘생활자금’이란 1년 이내에 써야 할 생활비와 비상금 등을 말한다.이 자금은 MMF, CMA와 같은 단기 금융상품 이나 은행예금 등에넣어둔다.‘목적자금’이란 자녀 결혼자금, 주택 수리자금, 해외여행자금 등을말하는데, 이런 자금은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마련하는 것보다미리 계획을 세워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이 자금은 기간이 짧은 우량 채권이나 공사채 펀드와 같이 원본 손실 위험도가 낮은 상품에넣어두는 것이 좋다.‘여유자금’은 생활자금과 목적자금을 제하고 남는 자금이다.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상품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 여유자금을 자신의 기대여명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목표를 세워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 등에 분산해서 운용해 나아가야 한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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