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set Management] 임태섭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공동대표, "향후 2~3년은 브릭스 상품 투자 적기"

    입력 : 2011.01.17 15:06:21

  • 투자 환경이 복잡해지는 만큼 투자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주식 혹은 펀드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개인투자자의 이야기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이제 개인의 판단만으로는 다양한 시장에서의 변수를 극복하기가 힘들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업에 뛰어든 골드만삭스의 임태섭 공동대표를 만나 투자 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투자 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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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서치센터장 시절부터 시장에 대한 임태섭 대표의 접근법과 해석은 언제나 간단명료했다. 군더더기가 있는 두루뭉술한 분석법은 그의 캐릭터가 아니다. 요점을 짚고 핵심을 찌르는 게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 시절 그의 리포트였다. 잠깐 홍콩 헤지펀드 회사로 가출했던 그가 다시 골드만삭스로 돌아왔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공동대표로 명함도 바꿨다. 골드만삭스가 독립선언하고 나간 사람을 다시 쉽사리 받아주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외적 요인도 없지 않았다고 실토한다. “홍콩이라는 곳이 일하기에는 효율적인데 센트럴에 살면 산도 보기 힘들고 메마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처럼 가족들이 홍콩에서의 삶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그를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게 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 자산운용은 사실 준비만 하고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욕심을 냈다. 리서치에 있을 때보다 직접 운용을 해봤기 때문에 투자자문을 할 때 리스크가 뭔지, 그 아픔이 뭔지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리서치 시절과 같이 앞으로 리포트도 계속 작성할 것이다.”

    리서치 전문가 출신이라는 임 대표의 경력은 향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에 플러스 요인이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 환경 및 투자가치 분석 등 투자자문 측면에서 보다 폭넓은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임 대표는 단순한 상품 소개에 그치질 않고 글로벌 경제를 분석하고 그 속에서 투자 방향과 보다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투자 방법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가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든 배경과 향후 국내 투자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하게 될 것인지, 또 글로벌 투자 환경 및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 것인지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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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금융은 골드만삭스의 주 종목이 아닌데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뉴욕의 톱 매니지먼트의 자산운용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변동 폭이 적고 신용도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경우 오히려 돈이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증권업이나 투자은행은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의 수익을 꾸준히 늘릴 수 있는 방법, 즉 변동 폭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자산운용업을 키우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5년간, 매 5년마다 자산이 두 배로 성장했다.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키우려 한다. 두 번째는 골드만삭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감안할 때 소매금융도 제한적으로나마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산 규모를 늘릴 수 있고, 골드만삭스만의 노하우를 서비스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골드만삭스의 소매금융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자산 규모로 보면 프라이빗뱅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골드만삭스는 145년 역사 가운데 지금까지 한 번도 광고를 한 적이 없다. 이제 그 전통을 바꾸려 한다.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미지 개선 차원 등등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 참여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이 주 종목은 아니지만 제한적으로 신뢰도를 높이며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노하우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산운용업이라는 것은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도에 진입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이머징마켓의 경우에는 자본을 조달하거나 증권을 발행하는 증권업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산운용업은 어느 정도 자본이 축적된 후 운용이 시작돼야 한다. 한국은 1950년대 초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 점차 은퇴하는 시기다. 지금까지의 자산 구성은 실물 자산, 특히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산이 현금화되고 있어 자산운용업이 발전할 수 있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자산운용업의 미래는 상당히 밝다.

    부동산에서 주식과 채권으로 투자처를 이동시키겠다는 것인가.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 단계를 볼 때 주식과 채권은 향후 지속적으로 장기 전망이 좋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식의 경우 소위 말하는 아시아 다른 지역의 밸류에이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그러나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은 것은 점차 해소되지 않겠는가. 지정학적인 리스크까지 완전히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스프레드 자체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주식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채권시장도 외국인의 참여 비율이 좀 낮다는 측면에서는 양쪽 모두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포트폴리오 재구성에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금융자산의 전체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자산의 투입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이루어져야 된다는 측면이다. 두 번째는 국내 채권시장, 예를 들면 은행예금 금리가 상당히 떨어지지 않았는가. 3.5% 받는 것도 어렵다. 상대적으로 해외 쪽에 운용할 수 있는, 안전도가 어느 정도 확보된 채권형 상품, 예를 들면 브라질,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의 채권을 분산해 매입한다고 하면 수익률 측면에서는 예금에 넣어두었던 것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

    투자자가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품 구성이 중요할 것 같다. 총 12개의 상품 중 채권형 3분의 1과 주식형 3분의 2를 준비하고 있다. 채권형 상품은 이머징마켓 상품과 글로벌 하이일드, 글로벌 크레디트가 있다. 브릭스 상품은 향후 2~3년 정도 다시 투자하기에 아주 적절하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그렇고 국가의 신용도 측면에서도 그렇고 산업의 발전단계를 봐서도 그렇다. 특이한 상품으로는 지속가능기업에 투자하는 GS Sustain 펀드가 있다. 한국에서 한동안 인기가 많았고 지금도 인기가 높은 가치펀드와 비슷하다. 단지 투자의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혔을 뿐이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에서 평가하는 전 세계 300개 정도의 장기지속가능기업을 대상으로 장기투자형 상품으로만 만들었다. 그러나 1~2년 투자해 승부가 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성향이 맞는 고객들에게만 제공할 계획이다.

    판매 채널은 많이 확보했나.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해야 하는데 은행의 경우 계열 자산운용사가 있고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판매 채널 확보가 쉽지 않다. 다행히 은행 몇 군데에서 골드만삭스의 브랜드네임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현재 활발하게 협의 중이다. 증권사 쪽도 마찬가지다. 일단 동양종금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상품에 따라서는 일정기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줄 수도 있다. 동양종금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 스타일도 보수적이면서 채권 중심으로 많은 운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 상품의 성격과 그쪽의 판매 채널의 성격이 잘 부합되는 것 같다.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되는 특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팀워크다. 한국에서 운용하는 자산과 주식형 펀드는 글로벌 뷰로 운용된다. 지금 중요한 테마가 무엇인지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한 아이디어 공유가 가능하다. 국내만 바라보는 회사와 달리 더 넓은 시야와 다양한 정보 그리고 정보 흐름의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단기 트레이딩을 위해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헤지펀드가 있지만 대중을 상대로 판매하는 상품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상품의 다양화다. 상품 개발 능력을 통한, 특히 골드만삭스는 대체투자상품에 대해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제공할 상품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할 것 같다. 일단 수년 안에 10조원에서 15조원 정도의 자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생각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금의 규모는 4조원 정도다. 해외 투자기관의 자산 규모도 4조5000억원 정도다. 이를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게 목표다. 우리는 고객의 사후관리만을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는 세일즈맨이 고객 관리도 함께 하는데 우리는 고객의 사후관리만을 담당하는 인력을 배치한다.

    한때 해외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풀 꺾인 것 같다. 해외 펀드 중에서도 브릭스와 차이나 펀드의 인기가 높았다. 피크에 도달한 펀드가 손실난 것은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의 속도가 급격한 반등에서 점진적인 회복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보면, 특히 선진국에서 실행하고 있는 양적 완화 정책의 흐름이 결국 어느 정도 자산 가격의 상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 같다. 자산 가격의 상승은 선진국보다는 역시 이머징마켓, 즉 성장률이 높은 쪽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모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이머징마켓의 자산에 버블이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을 보면 역시 이머징마켓에 투자한 자산은 지금 환매하기보다는 조금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은가 판단한다. 바꿔 말하면 자산의 배분을 늘리는 게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산투자에 있어서 지금이 터닝 포인트라는 것인가. 선진국과 이머징마켓과의 차별화, 소위 말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조금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위험요소는 이머징마켓, 중국을 비롯한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는 국가들에 있어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우려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이머징 국가에서는 포화 수용 정책이 약간 긴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피할 수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큰 위험요소다. 현재 통화 정책의 흐름을 보면 이머징마켓에서 경제 성장을 누르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조정하는 정도의 통화 정책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또 선진국 경제가 1~2분기 정도에 조금 더 가라앉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자산 가격의 상승은 피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인가. 4분기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많다는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주식과 채권을 비교하면 분명 주식이 더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본격적으로 2300포인트까지 단숨에 상승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채권시장이 쉽게 빠지기 어려운 5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4.3~4.4%였을 때 저와 조규성 대표는 채권금리는 하락할 것이라고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설명했다. 경제 펀더멘털을 보더라도 꺾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과잉 유동성이다.

    선진국 시장에서 생겨나는 과잉 유동성이 들어오는 것은 일단 이머징마켓의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채권형 쪽으로 많이 들어올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5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순식간에 4.3~3.6%까지 떨어져버렸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9개월 이후까지 본다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는가. 이 두 가지가 다 맞는다면 이머징마켓의 퍼포먼스는 향후 훨씬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이머징마켓 투자라고 안전하겠는가. 지금의 문제는 아직도 선진국 경제가 전 세계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변수가 생긴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30% 경제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에는 조심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변동성이 확대되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투자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다. 최근 주가지수가 1700대 초반에서 멈칫멈칫하다가 1900까지 왔는데 개인투자자가 쉽게 돈을 벌기에는 어려운 시장이다. 인덱스를 주도하는 IT업종이라든지, 자동차라든지, 소매업종 등이 상승해야 하는데 중소형 종목이 많이 올랐다. 오르는 행태도 갑자기 올랐다가 갑자기 다시 하락하는 등 지속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지수에 비해 개인의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이유다. 변동성이 커지는 초기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쉽게 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투자처로서 한국 시장을 평가한다면. 경제 상황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어 내년 1분기와 2분기 정도는 조금 어려워질 수도 있고 변동성이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선진국의 유동성이 워낙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유동성은 결국 성장을 좇아갈 수밖에 없다. 또 성장을 좇아간다면 이머징마켓으로 돈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머징마켓은 가장 큰 시장이면서도 유동성이 가장 좋은 시장이다. 즉 거래하기가 수월한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본은 전 세계적으로 소위 말하는 양적 완화 정책이 계속되는 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정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호(201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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