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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2005년 영광 재현 기대되는 2011년 증시 포인트
입력 : 2011.01.17 15: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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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전일 뉴욕을 강타한 차이나 쇼크가 이날 아시아 시장으로 넘어와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중국이 경기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억제책을 쓸 것이라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이 전해진 후주요국 주식시장은 이 발언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효과에 민감한 대만과 홍콩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특히 크다. 5일 아시아 오전 증시는 일본 증시가 어린이날로 휴장한 가운데 중국, 대만, 홍콩,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그리스 국가부도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한 여파가 이날 아시아 증시에도 이어졌다. 중국 증시는 지난 주말 공표된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긴축 악재까지 겹쳐 주를 중심으로 하락, 7개월 저점까지 떨어졌다.
“낙폭 속도가 빠를 때는 바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펀더멘털 입장에서 본다면 현 시점은 중기적 시각에서 우량주를 저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실적이 양호한 현대차나 배당가치가 높은 POSCO 등을 싼값에 사서 장기보유하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며 긴 호흡의 투자를 강조했다.
앞의 인용문들은 언뜻 봐서는 비슷한 시기, 아마도 올 5월경의 상황을 묘사한 기사처럼 읽힌다. 아마 국내 증시 역사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어지간히 눈썰미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것이 다른 시기에 작성된 것임을 눈치 채기는 쉽지 않을 만큼 연속된 상황을 묘사한 것처럼 읽힌다. 이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문단은 2004년 5월 상황, 두 번째는 2010년 5월에 수록된 당시 언론 보도를 발췌한 것이다. 이처럼 두 시기의 시장 상황은 흡사한 점이 많다.
코스피가 10월 초 1900포인트 언저리에 올라오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적잖은 고민에 빠져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 저점(1532.68) 대비 이미 20% 이상 올라있는 상태이고, 특히 최근의 상승폭이 매우 가팔랐기 때문에 향후 낙관적인 전망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시장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주장은 2010년 주식시장이 2004년 환경과 유사성이 크다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고민 자체도 2004년 하반기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2011년의 주식 시장 전망 역시 2004년 전후 상황을 이해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결론적으로는 한국 증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2004년과 흡사한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 시장 역시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첫 번째, 우선 이익의 질적 수준이 닮았다. 2010년은 전년 대비 40%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2004년(61% 증가)과 유사한 이익의 증가 궤적을 보이는 해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익의 퀀텀 점프 자체가 아니라 최대 실적 시현 후 이듬해 이익 증가율과 주가 움직임과의 관계다. <그림1>가장 눈에 띄는 점은 2005년에는 이익이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정작 주가는 50% 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익 감소 추세는 2006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2007년 이익은 다시 제법 증가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인해 외국인은 기조적 매도로 돌아섰고, 결국 기업이익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불과 1년을 가지 못해 무너졌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밸류에이션 여건에 따라서는 ‘이익의 추세적 증가’보다는 ‘안정적 수준에서의 유지’만으로도 주가 상승의 기반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2004년은 한국 기업 이익의 성격이 상당히 변화된 해, 즉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사태 등 큰 위기를 수차례 겪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익 안정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2008~2009년의 궤도 이탈 이후 2010년은 한국 기업 이익이 비약적인 증가를 보이는 해다. 현재 애널리스트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1년 이익 증가율은 10% 내외로 올해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지만 이것이 주식시장에 큰 부담을 주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밸류에이션 수준이다. 현재 한국 시장 PER은 2011년 이익 기준으로 9배 초반으로서 절대 수치만 놓고 본다면 2004년의 6~7배 대비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의 중요한 결정 요소인 자본비용, 그 중 금리 환경을 놓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즉 2004년의 외국인 장기 연속 순매수 구간에서는 한국 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은 1.1~1.2배, 미국 정책 금리는 1%에 불과한 환경이었는데, 현재 한국 시장 P/B는 1.3배 수준으로 2004년보다는 높지만 미국 정책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0.25%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쉽게 수긍할 수 없다면? 세계 증시 대비 한국 시장의 상대 밸류에이션이 또 하나의 해답을 제공한다. 즉 2010년 현재 한국 시장은 세계 평균 대비 여전히 30%가량의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는데, 이 할인폭 또한 2004년 상황과 유사하다. 여기에 외국인 수급과 환율, 금리 상황을 입체적으로 접목해보면 결론은 더욱 선명해진다.
세 번째, 최근 많은 논란이 있는 원화 가치 부문이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기대로 최근 원화의 강세 압력이 심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실질구매력을 반영한 환율)로 볼 때 원화가치는 여전히 2004년 수준의 저평가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100을 기준으로 이하는 원화 저평가 상태를 의미함<그림2>)한편 가장 중요한 유사성은 바로 현재의 시장 수급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패턴이다. 외국인은 2003년과 2004년, 국내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 속에서 2년간 총 23조원을 순매수했고 최근 외국인도 2년에 걸쳐 43조원을 대량 순매수하고 있다. 절대 금액에서 차이가 나지만 시가총액 대비 매매 비중으로 보면 이 역시 절묘하게 유사한 상황이다. 다만, 찜찜한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2005년 5조4000억원을 시작으로 4년 연속 한국 주식을 총 82조원 순매도했다는 점이다. 기계적으로 생각한다면 내년에 외국인 매수세의 약화를 염려할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2005년부터의 한국 시장을 매도한 것은 단지 이전 2개년에 걸쳐 주식을 샀기 때문에 발생한 기계적 반응이 아니라 2005년 이후의 한국 시장 리레이팅, 즉 충분히 주식을 팔만한 가격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2003~2004년 당시 외국인은 평균 코스피 지수 875선에서 23조원을 매수한 뒤 2005~2006년 사이 1470선에서 매도해 환차익을 빼고 단순 수익률만으로도 70%가량 수익을 거두었다. 이것은 외국인 투자가 장기로 사들여서 장기로 팔아나가는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43조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한국 시장에 투입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2004~2005년에 준하는 기대 수익률을 겨냥하고 있지 않을까? 즉 외국인 투자자가 2개년간 이미 많이 사들였고, 원화도 강세 전환했으니 매수세가 잦아들 것이라는 기계적 사고보다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거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했을 때의 기대 수익률을 고려해 본다면 금융시장이 정상적 궤도로 계속 회복 기조를 유지하는 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 둔화를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2004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머징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외국인 수급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한국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장기투자 성향을 띠고 있다는 점도 2004년과 비교할 때 2011년 수급을 긍정적으로 보게 할 요인이다. 2004년 4~5월 차이나 쇼크 국면과 2010년 5월 남유럽 재정위기 국면에서 유럽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눈에 띄는 반면, 보다 장기투자 성향 높은 미국계 투자자는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주지할 것은 미국계 자금과 유럽계 자금의 매매 방향이 엇갈릴 경우 주가가 유럽계 자금의 동선을 장기간 따라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4년에도 코스피는 미국계 자금의 동선을 따랐다. 2009년 이후 유입되는 자금 역시 미국계 투자자금이 주축이다. 2009년은 순매수 금액 23조7000억원의 32%가 조세회피 지역, 31%가 미국계 자금, 20%가 유럽계 자금으로 구성되는 등 단기성 자금과 미국계 롱텀 자금의 유입이 혼재했지만 2010년 들어서며 순매수 자금 중 조세회피 지역 자금 비중은 지난해 19%에 불과한 반면, 미국계 자금은 2010년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117% 돌파했다. 즉 타지역 투자자들이 매도하는 가운데 5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유럽계 자금은 아직까지 순매도 중이지만 5월에도 미국계 자금은 오히려 순매수를 나타냈다. 장기 자금에게 위기는 ‘바겐헌팅’ 기회였던 셈이다. 때문에 2011년과 2005년이 차이가 있다면 긍정적인 면에서의 차이, 즉 외국인의 매수세 연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11년 시장을 보는 마지막 힌트는 거래의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2003년 이후 패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거래의 침체 국면, 월간 총 거래대금이 시가총액의 150%를 하회하는 구간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로 추세(상승) 전환으로 귀결되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외국인 거래대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대에서 20%대로 올라서는 현상이 2004년 중반 이후 처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는 상대적인 국내 자금의 증시 소외 현상을 대변한다. 이처럼 시장의 국내 자금이 오랜 기간 에너지를 비축하고 난 이후 귀환하면서 거래 회복을 동반한 주가 상승세가 상당기간 이어졌던 것이 2004~2005년의 경험이었다. 국내 자금의 증시 귀환과 거래의 회복. 내년 시장을 바라보는 마지막으로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코리아리서치센터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호(201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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