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팔아도 양도세 0원?” 현실적인 RIA 손익계산서 따져보니…

    입력 : 2026.02.12 11: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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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서학개미 커뮤니티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는 키워드 중 하나가 ‘미국주식 팔아도 세금 0원 만들기’다. 정부가 예고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크게 깎아준다는 소식이 ‘절세 버튼’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RIA는 세금만 줄여주는 계좌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RIA는 세금(확정 손익)과 시간(불확실 손익)을 맞바꾸는 장치다. 해외주식을 팔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 국내주식으로 갈아타서, 1년을 버틴 뒤에야 ‘절세’라는 결과가 결산된다.

    최근 정부가 RIA를 꺼내든 배경은 단순하다. 해외주식 투자로 달러 수요가 커지고 환율 부담이 커지자, 해외 자산을 국내로 환류시키고 국내주식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이 깔려있다. 정책의 방향이 ‘해외에서 국내로’로 잡히는 순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절세’가 당근이 된다. 다만 당근을 집는 손에는 동시에 족쇄가 채워질 수 있다. 바로 1년 보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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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A의 구조 “세금보다 ‘락업’이 핵심”

    RIA의 뼈대는 간단해 보이지만, 손익계산서로 내려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 발표 자료에는 “인당 일정 매도금액을 한도(예: 5000만원)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되, 복귀 시기에 따라 세액 감면 혜택을 차등 부여”한다는 식의 설명이 담겨 있다.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감면율이 높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여기서 투자자를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지점이 하나 있다. 기준이 ‘양도차익’이 아니라 ‘매도금액’으로 안내된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양도차익이 아니라 매도금액 5000만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정부 발표가 혼란을 준다”라는 취지다. 같은 5000만원을 팔아도 누군가는 차익이 크고 누군가는 거의 없을 수 있는데, 한도 설계가 그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제도가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될수록 이 ‘한도 정의’는 투자자 행동을 아주 직접적으로 바꾼다.

    그리고 더 큰 변수가 하나 더 있다. ‘꼼수’ 방지다. 최근 정부는 RIA로 절세 혜택만 챙긴 뒤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동을 막기 위해, 추후 해외주식 재매수 시 혜택을 축소하거나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강하게 들어오면 RIA는 단순 절세가 아니라 사실상 ‘해외투자 휴학 1년’처럼 체감될 수 있다. 참여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RIA를 현실적으로 보려면, 제도 찬반을 떠나 아주 건조한 질문부터 해야 한다.

    투자자 행동수칙 “내가 원래 낼 세금”부터 확정

    “내가 원래 낼 해외주식 양도세가 얼마인가?”

    여기서부터 계산이 흔들리면 RIA는

    ‘0원’이라는 환상으로 과장된다. 해

    외주식 양도소득세는 통상 한 해

    (1~12월) 거래를 합산해서 다음 해

    5월에 신고·납부한다. 기본공제(연 250만원)가 있고, 필요경비(수수료 등)를 반영한 뒤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세율은 투자자들이 체감하기로 ‘22%’라는 표현이 가장 널리 쓰이는데, 이는 양도소득세 20%에 지방소득세가 더해진 구조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 증권사 안내문에도 “기본공제 250만원, 세율(지방세 포함) 22%”라는 문장이 반복된다.

    즉 RIA 절세액은 결국 이 한 줄에서 출발한다.

    절세액 = (내가 낼 세금) × (감면율)

    그런데 RIA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절세액이 확정되면, 그다음 줄이 진짜 핵심이다. 절세액은 숫자로 고정되지만, 기회비용은 ‘미래’에 달려 있다. 그래서 RIA는 사람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절세액이 버틸 수 있는 성과 격차”를 계산하라

    RIA를 ‘감’으로 판단하지 않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손익분기점이다.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손익분기(성과 격차 %) = 절세액 ÷ 국내에 묶이는 금액

    예를 들어, 해외주식을 팔아 5000만원을 만들고, 과세표준을 계산했더니 세금이 385만원이 나온다고 해보자(수수료 등은 단순화를 위해 일단 제외). 복귀 시점이 가장 빠른 구간이라 감면율이 100%라면 절세액도 385만원이다. 이때 손익분기점은 385만원÷5000만원=약 7.7%다.

    뜻은 명확하다. 1년 동안 “내가 원래 들고 갈 해외 포지션” 대비 국내로 옮긴 포지션이 7.7% 이상 뒤처지면, 절세로 얻은 이익이 사실상 상쇄된다. 반대로 국내가 그 정도까지는 뒤처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잘 가면 RIA는 꽤 매력적인 거래가 된다. 이 계산은 투자자 성향을 정확히 가른다.

    해외주식에서 큰 수익을 낸 사람일수록 원래 세금이 커져 절세액이 커진다. 절세액이 커지면 손익분기점도 높아져 “국내가 좀 부진해도 세금 절감으로 버틸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래서 RIA가 고수익 투자자에게 더 달콤해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 반대의 말도 성립한다. 고수익 투자자일수록 ‘결정이 틀렸을 때’ 후회 금액도 더 커진다. 절세는 커지지만, 묶이는 돈도 크고, 전략을 바꿀 때의 마찰도 커진다.

    반면 양도차익이 250만원 공제 근처에 있는 투자자는 애초에 세금이 거의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들에게 RIA는 ‘절세’가 아니라 투자자금이 묶이는 핵심 비용이 된다. 양도차익이 작거나 기본공제 범위에 가까운 투자자는 유인책이 약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이 바로 RIA가 ‘전 국민 필수 절세상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매도금액 5000만원’ 팔 것은 무엇?

    RIA가 실제 출시되면 투자자들의 첫 번째 실전 질문은 “가입할까 말”가 아니라 “무엇을 팔까”가 된다. 한도가 ‘양도차익’이 아니라 ‘매도금액’이라면, 투자자는 본능적으로 차익이 큰 종목을 우선으로 한도 안에 넣고 싶어진다. 같은 5000만원 매도라도 차익이 큰 종목을 담아야 절세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도가 이렇게 설계되는 순간, RIA는 투자자에게 ‘종목 선별’이라는 추가 숙제를 안긴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다. 해외주식 양도세는 종목 하나로 끝나는 계산이 아니라 연간 합산이다. 계좌가 여러 개면 더 복잡해진다. 손실이 난 종목이 있다면 손익통산으로 과세표준이 줄 수도 있다. 그러면 ‘RIA로 절세할 세금’ 자체가 줄어들 수 있고, 손익분기점도 함께 달라진다. RIA를 진짜 ‘현실적으로’ 보려면, 결국 종목 단위가 아니라 연간 포트폴리오 단위로 세금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

    환율과 거래비용: 절세액을 ‘조용히’ 갉아먹는 요소들

    RIA 논쟁에서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되는 부분이 환율과 비용이다. 그런데 체감 손익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아프게 들어올 때가 많다.

    RIA에 들어가는 기본 동작은 ‘해외주식 매도 → 달러를 원화로 환전 → 국내주식 매수’다. 이 과정에서 환전 스프레드가 생기고, 매매수수료가 누적된다. 절세액이 큰 투자자라면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수 있지만, 절세액이 작거나 애초에 세금이 많지 않은 투자자라면 비용이 절세액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환율의 ‘왕복’ 문제다. 국내에 1년 묶인 뒤, 투자자가 다시 해외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때는 원화를 다시 달러로 바꿔야 한다. 1년 동안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느냐에 따라, 절세액보다 환전 손익이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 정책 발표 패키지에 개인 투자자용 선물환이나 환헤지관련 지원책이 함께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주식을 굳이 팔지 않더라도 환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지를 늘려 달러 수급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투자자로서는 ‘RIA로 강제 환전’이 아니라 ‘헤지로 완만하게 관리’라는 대안적 경로가 열린 셈이다.

    ‘재매수’ 규정이 확정되는 순간, RIA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RIA를 둘러싼 실효성 논쟁의 핵에는 ‘꼼수’가 있다. 절세만 받고 국내 유턴 효과는 내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투자자들이 다른 계좌로 해외주식을 다시 매수하면 감면 혜택을 줄이거나, 재매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혜택을 아예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자 개인의 전 계좌 거래 내역 모니터링이 어렵지 않다”라며 “특정 투자자들에게는 1년간 절세를 위해 투자 자유도를 낮출 수 있고 세금 몇백만원 아끼려다 국내 주식 손실이 더 커질 위험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재매수 제한이 강해지면, RIA는 세금 상품이 아니라 자산 배분 통제가 된다. ‘절세액이 얼마냐’보다 ‘내가 1년 동안 해외 비중을 정말 줄일 수 있냐’가 더 큰 결정요인이 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장에서 해외 성장주 비중을 유지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세금 몇백만원을 아끼는 대신 시장 선택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때부터 RIA는 ‘절세가 이익 인지’가 아니라 ‘전략 일관성이 가능한지’의 문제로 바뀐다.

    절세는 확정이지만, 수익은 불확실하다. 그 불확실성을 견딜 자신이 없는 투자자에게 RIA는 오히려 손익을 악화시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

    RIA가 유리한 사람 vs 불리한 사람

    RIA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가 아니다.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해외주식에서 큰 차익이 났고, 연간 과세표준이 커서 원래 세금이 큰 투자자라면 RIA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 절세액이 커지고 손익분기점도 높아져 ‘국내가 조금 부진해도 세금 절감으로 버틸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다만 이 부류는 대개 해외 성장주 비중을 오래 유지해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재매수 제한이 강해질수록 참여 유인은 다시 약해진다. 절세액이 커도, 전략을 꺾는 것이 더 큰 비용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간 차익이 크지 않아 기본 공제 근처에 있는 투자자라면, 절세액 자체가 작다. 이 경우 RIA의 본질은 절세가 아니라 ‘락업’이다. “이 정도 절세를 위해 1년을 묶을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원래 국내 비중을 늘리려던 투자자, 또는 국내 장기 투자로 이미 방향을 정한 투자자라면, RIA는 ‘보너스’가 될 수 있다. 어차피 국내로 일부 옮길 계획이라면 절세는 추가 이득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해외주식을 왜 파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투자 방향이 국내로 가더라도, 환율과 글로벌 분산이라는 기능을 포기하는 대가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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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A계좌 의사결정 핵심 체크리스트

    결국 RIA는 정치적 구호나 커뮤니티 밈이 아니라, 개인의 손익계산서로 결론이 난다. 가장 현실적인 체크는 이 세 문장으로 끝난다.

    내 해외주식 양도차익을 연간 합산으로 정리하고, 기본공제와 필요경비를 반영해 ‘원래 낼 세금’을 확정한다. 그 세금에 예상 감면율을 곱해 ‘절세액’을 만든다. 그리고 그 절세액을 국내에 묶일 금액으로 나눠 ‘버틸 수 있는 성과 격차(%)’를 계산한다.

    이 숫자가 작게 나오면, RIA는 대체로 ‘뉴스만 큰’ 상품이 된다. 반대로 크게 나오면, 그때부터는 시장 전망과 투자 습관의 문제다. 1년 동안 국내에 묶여도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환율과 재매수 규정 변화라는 변수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그 자신감이 RIA의 최종 승인 버튼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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