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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INTERVIEW |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중국과 싸우는 사이 벌어준 시간, 그냥 흘리면 끝”
입력 : 2026.01.27 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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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회장) ▶ He is
정 교수는 핀테크와 AI 기반 디지털 경제·금융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다. AI디지털경제금융포럼 회장으로서 산업 전환, 데이터·보안, 금융 혁신 이슈를 폭넓게 다루며 정책과 현장을 잇는 제언을 이어가고 있다.“반도체 호황기를 맞았다고 계속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 시간을 제대로 써야 한다.”
최근 한국 제조업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진단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유신 교수는 반도체 호황을 ‘안도’가 아니라 ‘유예기간’으로 읽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단일 산업의 호황을 확장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체질 전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길 갈등과 위험을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만들 제도·시장 설계라는 것이다.
“미·중 디커플링이 준 ‘시간’…국가·민간이 같이 뛰어야”정 교수는 지금 한국이 반도체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배경을 미·중 갈등에서 찾았다. 그는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공급망이 디커플링되고,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로 못 넘어가는 사이에 우리가 반도체로 버틸 수 있는 구간이 생겼다”라며 “시간을 벌었을 때 이걸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인 실력’의 증거라기보다, 국제질서가 만든 ‘틈’일 수 있다는 경고다. 그가 강조한 건 ‘속도’였다.
“중국은 계획경제식으로, 미국도 이제 중요한 건 다 전략 자산으로 간다. 그러면 우리도 국가적으로나 민간도 정말 같이 움직여야 한다.” 정 교수는 산업의 편중이 자칫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잘못하면 산업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역할 분담과 생태계를 지금 잡아야 한다.” 반도체 주가와 실적이 좋더라도 ‘몇 개만 오르고, 밑단은 못 따라오는’ 구조가 고착되면 성장의 기반이 약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는 시장의 단기 변동보다 더 근본적인 리스크로 고용과 사회 안정성을 들었다.
“진정한 리스크는 금융시장이 조금 출렁이는 게 아니라 고용이 안 되고 젊은 사람들이 실직하는 것이다. 그게 체제와 사회 전체에 훨씬 큰 리스크가 된다.” 반도체 호황이 고용과 내수로 연결되지 못하면, 숫자는 좋아도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 AI 늦었지만, 제조역량 통해 ‘AI+’ 전략 아직 유효”정 교수는 한국의 위치를 냉정하게 규정했다.
“AI 쪽은 사실 한발 늦었다. 다만 AI 핵심 부품인 반도체는 전 세계에 몇 군데 없고, 그 안에 한국이 있다.”
반도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AI를 특정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업그레이드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반복한 키워드는 ‘AI 플러스’였다.
“예전에 인터넷 플러스로 기존 산업을 디지털라이징했듯이, AI 플러스도 그런 거다. 우리가 행동은 하고 있는데 속도를 더 내야 한다.”
AI가 챗봇이나 검색 보조에 머물면 산업 생산성의 기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AI가 계속 가려면 산업으로 확산돼야 한다. 생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고, 공장에서 생산이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 확산의 매개로 로봇을 콕 집었다.
“공장으로 가려면 로봇이 필요하다. 로봇의 두뇌는 AI 알고리즘이지만 손발은 피지컬이다. 그래서 ‘피지컬 AI’가 중요해진다.”
그는 특히 중소·중견기업 현장을 ‘전환의 주 전장’으로 봤다.
“중소·중견기업은 2대, 3대로 가면서 상속 문제로 정체되는 경우도 많다. 효율화하려면 AI 전환이 필요하다.” 다만 한 번에 모든 걸 바꾸기보다, 적용 순서를 전략적으로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야간 작업, 주말 작업처럼 사람을 쓰기 어려운 구간부터 AI·자동화로 치고 나가면 된다. 우선순위가 있다.”
노동시장과 기업 현실을 고려한 ‘현실적 단계론’이다. 전환 과정에서 교육은 핵심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와 기업이 연합해서 교육·재교육·전환 교육이 무지무지하게 중요하다. 대학이 선도적으로 미래 교육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너무 늦다.”
그는 기업 내부에서도 “직원들을 일시키면서 그에 맞게 전환 교육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AI가 노동을 대체해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그는 조건을 달았다. “시장이 커지면 AI는 노동·자본 생산성을 올리고, 오히려 새로운 고용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 안 커지고 전환 교육도 안 할 때다.” 결국 ‘AI 도입’이 아니라 ‘시장 확장+전환 교육’이 함께 가야 고용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리스크를 산업화’해야 신산업이 큰다정 교수는 산업 전환의 또 다른 축으로 데이터와 보안을 꼽았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 논쟁을 ‘찬반’으로 보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균형을 잡으라는 얘기다.”
데이터가 막히면 융합도 막히고, 신산업도 늦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는 신산업의 핵심이 융합에서 나오는 만큼 새로운 게 들어오려면 결국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후 그는 ‘리스크의 산업화’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리스크-리턴이 같이 가야 한다. 리턴을 산업화하면서 리스크를 공공재로만 접근하면 리턴은 절대 못 큰다.” 보안 산업이 커지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예방적으로만 해오니 보안 산업이 민간에서 못 큰다. 시장을 만들어주지 않는데 어떻게 크나.”
AI가 확산될수록 기존과 다른 공격과 사고가 늘고, 이를 탐지·대응하는 기업이 성장할 여지가 커진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요지는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민간이 혁신할 시장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기회를 ‘협력의 구조’에서 찾았다. “미국은 제조업이 급하고,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다. 미국의 두뇌(AI 소프트웨어)와 한국의 손발(하드웨어·제조)을 연결해 제조 전환을 키우면 기회가 있다.”
동시에 신산업은 “중국이 당분간 하기 어려운 서비스·금융 쪽”을 더 키워야 한다고 했다. 결국 반도체 호황이 남겨준 시간을, 제조의 AI 전환과 서비스·금융 신산업의 확장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결론이다. 정 교수의 말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었다.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고 찬스다.” 다만 그 찬스는 저절로 현실이 되지 않는다. 시간을 ‘버는 것’과 시간을 ‘쓰는 것’ 사이에는, 국가·기업·교육·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실행력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메시지였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