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모멘텀’이 다시 그리는 배당주 지도

    입력 : 2026.01.14 0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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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 달력’에 빨간 펜이 들어왔다.

    최근 코스피가 4000선을 두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올해는 배당이 얼마나 늘어날까?”라는 주제가 슬그머니 머리를 들고 나왔다. 단순히 배당 시즌이 다가와서가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눈치가 빠르다. 배당은 원래 기업이 정하고 시장이 평가하는 영역이었는데, 새로운 정책이 배당의 ‘문법’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무슨 호재로 올랐나”보다 “내년 배당은 어떤 세율로 들어오나”가 먼저 계산기에 올라갔다.

    핵심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세율이 내려가면(특히 고세율 구간에서) 배당의 체감 수익률이 달라지고, 체감 수익률이 달라지면 시장은 ‘어떤 배당이 더 가치 있는가’를 다시 정의한다. 고배당주 지도가 흔들리고, 업종별로 ‘정책 수혜’의 방향표가 생긴다. 2026년을 앞두고 배당주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배당금 자체보다 배당을 둘러싼 인센티브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고세율이 45%에 달하던 배당소득세율이 30%까지 줄었으니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해부터 적용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번 제도의 디테일은 투자자의 기대를 키우는 동시에, 착시도 만든다. 세율 구조부터 보면 배당소득을 몇 개 구간으로 나눠 차등 적용하는 형태로 정리된다. 중요한 건 “언제부터”다. 시장은 흔히 “2025년 결산 배당이면 다 적용되는가”를 묻는데, 실제 체감은 ‘지급 시점’에서 갈린다. 같은 결산 배당이어도 지급 시기와 구조에 따라 세금 처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래서 2026년 초, 기업들이 배당정책을 발표할 때 “배당을 얼마나 주나”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나”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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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대상 기업 요건이다. 분리과세 적용 대상 기업은 대체로 배당 성향 기준(예: 40% 이상) 또는 배당 성향이 일정 수준(예: 25% 이상)인 상태에서 배당을 의미 있게 늘리는 곳들이다. ‘기존 고배당’과 ‘배당 확대’ 두 방향을 동시에 겨냥해야 한다. 사실 이 구조는 투자자들에게도 소구 포인트가 의외로 강력하다. 이미 배당을 잘하던 기업에는 프리미엄을, 아직 배당을 덜하던 기업에게는 “올리면 혜택”이라는 당근을 준다.

    하지만 이 당근은 무제한이 아니다. 정책이 한시로 설계된 만큼 기업은 계산기를 두드린다. “3년 동안 올리고 끝내자”도 가능하고, “3년 동안 시장 신뢰를 얻고 그 이후에도 체계화하자”도 가능하다.

    ‘고배당’만 사면 끝? 배당성향의 함정

    정책이 만들어낸 테마가 강할수록, 시장엔 늘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배당성향이 높다 = 좋은 기업’이라는 단순화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대비 배당 비율이다. 이익이 줄어드는 구간에선 배당성향이 ‘보기 좋게’ 올라가기도 하고, 반대로 이익이 급증하면 배당을 늘렸는데도 배당성향이 낮아 보이기도 한다. 즉, 배당성향은 결과 값이지, 체력의 증거가 아니다. 그래서 2026년 배당주 지도를 볼 때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배당이 높다”보다 “배당이 왜 가능한가”를 묻는 편이 정확하다. 이익이 올라서 가능한 배당인지, 일시적 환율·업황 덕분인지, 혹은 정책 모멘텀을 의식해 배당을 ‘끌어올린’ 것인지가 갈린다. 같은 배당이라도 뿌리가 다르면 다음 해 배당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턱걸이 배당’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등장한다. 제도의 필터를 통과하기 위해 배당을 조정하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금흐름과 투자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배당의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책이 한시라면 기업이 더 계산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2026년 배당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올해 배당이 늘었나”보다 “배당을 늘렸을 때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나”다.

    “어떤 업종을 먼저 봐야 할까?”

    정책이 ‘배당을 늘릴 유인’을 주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원래 배당을 잘 주던 업종이다. 대표가 은행과 보험이다. 두 업종은 성장성이 폭발적이진 않아도, 이익과 자본정책이 일정한 규정 위에서 돌아간다. 시장이 원하는 건 결국 예측 가능성인데, 은행은 이 점에서 강점이 있다. 배당은 “내가 돈을 얼마나 받나”라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내가 다음 해에도 비슷하게 받을 수 있나”라는 질문이다.

    은행은 자본 비율(CET1 등)과 감독 환경이 배당의 상단을 만들고, 그 상단을 비교적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2026년처럼 정책 변화가 있을 때, 투자자들은 은행을 ‘정책 모멘텀의 시험지’로 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보험업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조금 갈린다. 보험은 배당 성향만으로 단순 평가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회계 기준, 지급여력(K-ICS) 같은 요인이 배당 여력에 직접 영향을 준다. 다만 반대로 말하면, 자본정책이 명확해질 때 배당정책도 선명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서 보험을 볼 때는 “배당을 얼마나 주나”보다 “자본을 어떤 속도로 쌓고 어떤 원칙으로 주주환원을 하겠나”를 같이 읽어야 한다. ‘보험주는 배당이 높다’라는 말은 맞을 수 있지만, 2026년에는 “보험의 배당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는 이유다.

    여기서 조선이 끼어든다. 조선은 전통적 고배당 업종이라기보다, 최근 몇 년 업황이 바뀌며 “배당이 커질 수 있는 산업”으로 재평가된 사례다. 시장이 조선을 배당 테마로 보기 시작한 건 단지 이익이 좋아져서가 아니다. 수주잔고가 길게 깔리고, 생산·인도 계획이 일정 수준 가시성을 확보하면서 “이익 증가 → 배당 증가”의 연결고리가 예전보다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대감이 높아졌어도 조선은 어디까지나 사이클 산업”이라며 “환율, 원자재, 인도 지연, 글로벌 해운 경기 같은 변수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2026년 조선을 배당 관점에서 본다면, 배당 성향 숫자보다 “이번 호황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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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2026년 배당주 지도가 은행·보험·조선에서 끝나면 아쉽다. 정책이 바뀌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업종으로 눈을 돌린다. 통신, 필수소비재(담배 등), 일부 서비스·유틸리티가 대표적이다. 이런 업종은 화려하진 않지만, 배당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꾸준함’을 지니고 있다. 통신은 CAPEX(투자) 부담이 있지만, 매출 구조가 비교적 견조하고 배당정책을 정례화하기 쉬운 편이다. 필수소비재는 경기 변동에도 수요가 크게 꺾이지 않아 배당의 바닥이 단단할 수 있다. 결국 정책 모멘텀이 강할수록, 시장은 성장주만큼이나 ‘정책형 현금흐름’에도 프리미엄을 주기 쉽다.

    마지막으로 2026년엔 증권 업종도 다시 보게 된다. 증권은 이익 변동성이 크다는 약점이 있지만, 반대로 주주환원(배당+자사주)을 시장 친화적으로 설계할 여지가 크다. 특히 거래대금·IB 환경이 받쳐주면 배당 재원이 급격히 개선될 수 있고, 주주환원 정책이 한 번 자리잡으면 시장의 신뢰가 붙는다. 이때 중요한 건 단순히 “증권주는 배당이 높다”가 아니라 “배당을 유지하려면 어떤 이익 구조가 필요한가”다.

    증권가 예상 수혜 종목 리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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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증권가에서 공통으로 거론되는 종목들을 보면 보험·증권·소비·산업재가 뒤섞여 있다. 먼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배당정책의 일관성’과 ‘자본정책의 명확성’이 점수를 얻었다. 물론 보험은 규제 변수가 크지만, 그 변수를 넘어설 정도로 정책이 안정적으로 설계될 때 배당 신뢰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여기서 투자 포인트는 “배당률이 높다”가 아니라 “배당을 어떤 기준으로 유지하나 ”다. 키움증권 같은 증권주는 ‘고배당’이라는 단어로만 보면 단순한데, 실제로는 시장이 보는 포인트가 조금 더 입체적이다. 증권사는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정책, 주주환원 가이던스, 업황이 좋아졌을 때 환원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할지에 따라 리레이팅이 생긴다. 즉, 증권주는 배당이아니라 환원의 설계 능력이 포인트다. 시장이 2026년에 ‘정책’과 ‘환원’을 함께 보는 만큼, 증권주는 그 교차점에 있다.

    제일기획, 신세계 같은 소비·서비스 종목이 거론되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로 모인다. 현금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배당을 ‘습관’처럼 유지해온 기업은 정책 변화가 있을 때 더 선명하게 빛난다. 정책이 당근을 주면 시장은 그 당근을 “어차피 줄 배당이면 더 확실하게 주는 곳”에서 먼저 맛본다. 이 지점에서 ‘배당의 예측 가능성’이 주가에 프리미엄으로 붙는 경우가 많다.

    한전KPS처럼 유틸리티 성격이 강한 기업이 리스트에 오르는 건, 배당의 원천이 경기보다 계약 구조와 운영 안정성에 더 기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목은 급등락의 재미는 덜하지만, 정책 모멘텀이 배당 쪽으로 기울 때 ‘안전한 현금흐름’이 강점이 된다. 배당주 투자자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배당이 늘었는데 기업의 기초체력이 흔들리는 경우다. 반대로 가장 편안한 순간은 배당이 늘어도 사업 구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경우다. 한전KPS 같은 이름이 반복되는 건 그 심리의 반영이다. HPSP, 현대엘리베이터, 한온시스템 같은 제조·부품 종목이 거론되는 흐름은 ‘배당주 지도’가 업종 전통만으로 그려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책은 결국 기업에 선택을 강요한다. 투자자에게 “이제는 주주환원도 성과로 보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기업은 배당정책을 단지 결과가 아니라 전략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이 때 시장이 찾는 건 “실적이 한 번 좋아진 기업”이 아니라 “실적이 좋아졌을 때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누겠다고 약속하는 기업”이다.

    다만 언급된 기업들은 배당 성향 40%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경로, 25% 이상에서 배당 증가율을 만들어내는 경로, 혹은 배당과 자사주를 묶어 총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는 경로가 서로 다르다. 투자자는 그 경로의 현실성을 확인하면 된다. 배당은 의지이면서도 돈의 문제다. 의지만 있고 돈이 없으면 배당은 오래가지 못한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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